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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듯 다른‘ 이재용-구광모의 파격과 실용주의


입력 2019.05.21 06:00 수정 2019.05.20 17:17        이홍석 기자

격식보다 '실용성' 중시…반도체·스마트폰 위기 해법 제시

이재용, 비메모리반도체 강화...구광모, 수익구조 손본다

격식보다 '실용성' 중시…반도체·스마트폰 위기 해법 제시
이재용, 비메모리반도체 강화...구광모, 수익구조 손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구광모 LG 회장.ⓒ각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구광모 LG 회장.ⓒ각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광모 LG 회장의 전자업계 두 총수의 도전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각각 경영복귀와 회장 추대로 일선에 나서기 시작한 두 사람은 올해 본격적으로 파격과 실용주의 행보로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올 들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광모 LG 회장이 닮은 듯 다른 파격과 실용주의 경영 노선을 펼치고 있다. 격식보다 실용을 중시한다는 점은 같지만 위기를 맞은 사업에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며 급변하는 사업환경에 대처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반쪽짜리 반도체 강자 이미지 탈피에 나섰다. 지난달 말 오는 2030년까지 총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해 비메모리반도체 경쟁력 강화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연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매년 연평균 약 11조원 투자와 1250명의 관련 인력을 채용하는 것으로 당초 업계의 전망을 훨씬 뛰어넘는 메가 플랜이다. 지나치게 높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의존도를 낮추고 명실상부한 반도체 강자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이 부회장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주요 반도체 업체들 중 가장 큰 매출 감소폭을 보이며 인텔에 2분기 연속 반도체 업계 1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 2년간 호황을 보였던 메모리 반도체의 높은 의존도가 비메모리 중심인 인텔의 실적 유지와 맞물리며 약점이 극대화된 결과다.

글로벌 IT전문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분기 128억6700만달러로 1년 전(194억100만달러)보다 무려 34%나 줄어들면서 상위 15개 기업 가운데 최대 감소율을 기록했다. 1위 자리를 지킨 인텔(157억9900만달러·약 18조8324억원)은 톱 10 업체 중 가장 작은 감소폭을 보였다.

또 전체 반도체 산업에서 시스템반도체 등 비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계속 커지는 상황에서 메모리반도체만으로는 성장에 뚜렷한 한계가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4차산업 혁명 도래와 함께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자율주행 등의 이슈는 비메모리의 폭발적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전 세계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기준 3109억달러(약 355조원)다. 전체 반도체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앞으로 5년간 연평균 4.8%씩 성장해 오는 2022년 시장 규모가 3747억달러(약 427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성장률(0.8%)을 크게 웃돈다.

구광모 LG 회장도 실용주의 노선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체제 정비를 마친 뒤 본격적인 사업 확장과 신성장동력 모색에 나선 가운데 수익구조에도 과감하게 메스를 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올 1분기까지 16분기 연속 적자를 시현한 스마트폰 사업으로 LG전자는 지난달 국내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6월부터 경기도 평택 공장의 스마트폰 물량을 차츰 줄이고 베트남과 브라질로의 이전을 추진한다는 계획으로 평택 공장은 연내 생산을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LG전자는 경기도 평택, 베트남, 브라질, 중국 등 4곳에서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있다. 이 중 프리미엄 단말은 평택 공장에서 생산해왔는데 이마저도 해외 공장 생산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 침체와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심화되면서 누적 적자 규모가 3조원 수준에 이르면서 택한 원가 절감 전략 차원이지만 국내 생산 거점을 아예 없애는 파격적인 결정이다.

하지만 원가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는 상황에서 못 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베트남의 경우, LG이노텍 등 다른 계열사 공장과의 시너지 효과 창출도 가능하다.

재계에서는 양대 전자업계 두 총수의 파격과 실용주의 노선이 올해부터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경영복귀와 회장 취임으로 조직과 체제 정비 등에 무게를 뒀다면 올해부터는 더욱 자신의 경영 색깔을 드러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이 부회장에 이어 최근 구 회장도 동일인으로 지정하면서 공식적으로 총수로 인정을 받은터라 경영행보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지난해보다 올해는 더욱 적극적으로 경영 행보를 보여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이들이 주도할 그룹의 변화와 혁신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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