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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현실화-상] 국민이 떠안은 에너지전환 청구서


입력 2019.05.21 06:00 수정 2019.05.22 22:39        조재학 기자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한국전력 실적악화

에너지정책 비용↑…전기요금 반영 안돼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한국전력 실적악화
에너지정책 비용↑…전기요금 반영 안돼


한국전력 전경.ⓒ한국전력 한국전력 전경.ⓒ한국전력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전환 정책은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표방한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전력 생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율을 현재 약 30%에서 2030년까지 18% 수준으로 낮추고,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겠다고 공약했다.
어느 에너지원이 깨끗하고 안전한지는 꼼꼼히 따져봐야 할 대목이지만, 탈원전‧탈석탄 정책으로 더 비싼 발전원을 사용하면서도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겠다는 건 정책적 모순이 아닐수 없다.
지난 2002년 원자력법을 개정해 신규 원전 건설을 금지하며 ‘탈원전 시대’에 돌입한 독일은 전기료 인상 등을 이미 경험한 바 있다.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노후 원전 8기를 멈추기 직전 해인 2010년 ㎿h당 244유로에서 2015년 295유로로 21% 상승했다.
여기에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대규모 적자에 허덕이면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탈원전 정책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공언해온 정부로선 갈수록 궁지에 몰리고 있다.<편집자주>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 후유증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건설이 백지화되면서 원전산업계는 신규 발주 물량이 없어 고사 직전이다. 고속 페달을 밟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등으로 급제동이 걸렸다.

특히 한전이 직격탄을 맞았다. 한전은 지난해 20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2012년 이후 6년 만에 연간 실적이 적자로 돌아선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6299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1분기로는 역대 최대 규모이다.

지난해 대규모 계획예방정비로 인해 원전이용률이 역대 최저치인 65.9%로 떨어지면서 탈원전 정책에 따른 한전 경영악화의 ‘미리보기’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력통계속보에 따르면 한전이 지난해 구입한 전력 중 원전 단가는 kWh당 62.05원으로 가장 낮았고, 액화천연가스(LNG)는 122.45원, 재생에너지는 168.64원이었다. 값싼 기저발전인 원전과 석탄화력발전 비중이 줄고 LNG와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나면 한전 재무구조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보전액, 신재생공급인증서(REC) 구입비용, 탄소배출권거래제도(ETS) 등 에너지 정책비용을 한전이 떠안은 모양새로, 경영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전력 2019년 1분기 손익계산서.ⓒ한국전력 한국전력 2019년 1분기 손익계산서.ⓒ한국전력

이처럼 한전의 경영여건은 급속히 악화되고 있지만 정부의 현실 인식은 다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3월 2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부 에너지 정책이 현행대로 유지돼도 2022년까지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한전이 지난해에 이어 1분기 적자가 난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유가상승에 따른 가격효과가 제일 크다고 본다”며 “한전 적자 때문에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건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을수록 전기요금이 상승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한전경영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주요국 전기요금 구조 비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요금이 비싼 상위 4개국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도 다른 국가보다 높았다.

이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독일‧프랑스‧스페인‧영국‧이탈리아‧미국‧일본 등 주요 7개국의 전기요금을 비교 분석한 결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은 ▲독일(32.6%) ▲스페인(39.7%) ▲이탈리아(39.0%) ▲영국 (26.8%) 순으로 전기요금이 높았다.

전원별 발전량 비중.ⓒ한전경영연구원 전원별 발전량 비중.ⓒ한전경영연구원

전문가들은 악화일로를 걷는 한전이 전기요금 인상 없이는 경영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적자를 메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08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한전 손실이 커지자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투입해 보전해 준 사례도 있다.

하지만 전기요금 인상과 재정투입, 그 어느 쪽이든 결국 국민이 에너지전환 정책 비용을 짊어지게 된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한전의 막대한 적자로 정부의 거짓말이 탄로 난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을 하지 못하는 꼴이 됐다.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적 합의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재학 기자 (2j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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