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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농업개혁 시도했지만...왜 성과 없었나


입력 2019.05.21 01:00 수정 2019.05.21 07:26        이배운 기자

'인센티브 강화·독립성 확대' 개혁에도 곡물 생산량은 후퇴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제도적 개선만으로 효과 없어"

"총 생산량 부족한 상황에서 인센티브 제공 안돼…동기유발식 개혁 무력화"

'인센티브 강화·독립성 확대' 개혁에도 곡물 생산량은 후퇴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제도적 개선만으로 효과 없어"
"총 생산량 부족한 상황에서 인센티브 제공 안돼…동기유발식 개혁 무력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농업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농업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북한 당국이 식량난을 타개하기 위한 농업개혁을 추진해 왔지만, 성과가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8년 북한의 식량 수급 평가와 2019년 전망' 보고서에서 현재 북한의 농업 개혁안은 농민들의 생산량 증대 동기를 유발하는 데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북한은 1990년대 경제위기 이전에 당국과 협동농장이 농업의 계획·관리 전반을 엄격하게 관리해 왔다. 그러나 1990년대 경제위기로 계획관리 체계가 크게 흔들렸고 당국의 통제를 벗어난 농자재 조달 및 농산물 생산이 성행했다.

이에 당국은 '사회주의 경제관리 원칙'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농장과 농민의 시장 활동을 허용하고 '인센티브 강화'와 '의사결정 독립성 확대'를 골자로 한 농업개혁 정책을 추진했다.

특히 2012년에 도입된 '포전담당책임제'는 농민 개개인에게 추가적인 생산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농장 내 개인에게 경영·관리 권한을 확대시키도록 했다.

그러나 이같은 개혁조치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식량 총 생산량은 답보상태에 머물렀고, 나아가 작년 생산량은 455만톤으로 재작년 480만톤에서 오히려 감소하기도 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는 북한의 농업개혁 추진에 간과할 수 없는 제약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향후 북한의 농업생산에 대한 전망도 어둡게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농업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농업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김 연구위원은 북한의 식량 총 생산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인센티브 제도는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식량배급제도는 1인당 연간 260kg의 곡물을 조달한다는 '기준식량소비수준'을 정해놓고 있다. 이 기준을 충족시키려면 북한은 연간 총 650만톤의 곡물을 생산해야 하지만 최근 10년간 총 생산량이 480만톤을 넘은 적이 없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 당국은 주민에 대한 식량배급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다"며 "배급되는 식량이 절대적으로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일부 농민들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은 정책적으로 강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북한의 알곡분배 지도서는 '확대재생산용 알곡과 농장원 분배 알곡 중 여유알곡은 당의 양곡전매제방침과 농장원들의 의사에 따라 처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농민이 인센티브를 받아도 이를 다시 내놓도록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는 셈이다.

김 연구위원은 "추가적으로 분배받은 사람에게 그 추가 분배분을 다시 내놓도록 사회적 압력이 가해진다면, 차등분배가 생산성 증대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는 동기유발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농업 개혁에 심각한 제약을 가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농업생산기반 개선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으며, 필수농자재의 공급 부족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곡물 생산량과 발동 조건을 갖추지 못한 개혁안이 엇갈려 답보상태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김 연구위원은 "단기적·중장기적으로 북한 농업의 생산량 증대와 식량수급 사정의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는 북한의 지속적인 농업개혁과 더불어 국제사회의 지원과 자본 공급이 필요한 이유다"고 말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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