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현실화-중] ‘두부값이 콩값보다 싸다’…왜곡된 소비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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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9년 06월 26일 15:59:41
    [전기요금 현실화-중] ‘두부값이 콩값보다 싸다’…왜곡된 소비구조
    주택용 누진제 완화 개편시 한전경영 악화일로
    한전, 필수사용량보장공제 폐지…정부여당 ‘난감’
    산업용 경부하 요금 인상시 산업경쟁력 약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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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5-22 06:00
    조재학 기자(2jh@dailian.co.kr)
    주택용 누진제 완화 개편시 한전경영 악화일로
    한전, 필수사용량보장공제 폐지…정부여당 ‘난감’
    산업용 경부하 요금 인상시 산업경쟁력 약화 우려

    ▲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은 지난해 이른바 ‘두부장수론’을 펴며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시사했다.(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전환 정책은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표방한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전력 생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율을 현재 약 30%에서 2030년까지 18% 수준으로 낮추고,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겠다고 공약했다.
    어느 에너지원이 깨끗하고 안전한지는 꼼꼼히 따져봐야 할 대목이지만, 탈원전‧탈석탄 정책으로 더 비싼 발전원을 사용하면서도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겠다는 건 정책적 모순이 아닐수 없다.
    지난 2002년 원자력법을 개정해 신규 원전 건설을 금지하며 ‘탈원전 시대’에 돌입한 독일은 전기료 인상 등을 이미 경험한 바 있다.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노후 원전 8기를 멈추기 직전 해인 2010년 ㎿h당 244유로에서 2015년 295유로로 21% 상승했다.
    여기에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대규모 적자에 허덕이면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탈원전 정책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공언해온 정부로선 갈수록 궁지에 몰리고 있다.<편집자주>



    정부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면서 한국전력의 경영악화는 예견된 사실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는 정부 주장과 달리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에는 비용이 발생한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전기요금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없다고 공언해 한전만 적자의 수렁에 빠졌다는 것이다.

    전기요금은 한전의 비용에 해당하는 적정투자보수와 적정원가를 보장하는 수준에서 결정된다. 다른 제품과 달리 판매자인 한전이 요금을 책정하지 못한다. 한전이사회가 전기요금 조정‧개편안을 의결해 산업부에 인가를 신청하면, 산업부는 전기요금 및 소비자보호전문위원회 자문과 기획재정부와의 협의 등을 거친다. 전기요금을 조정하려면 최종적으로 전기위원회 심의와 산업부 인가가 필요하다.

    ▲ 전기요금 조정 프로세스.ⓒ한국전력

    이 때문에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에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자, 한전경영을 책임지는 김종갑 한전 사장이 먼저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군불때기’에 나섰다.

    김 사장은 지난해 7월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콩을 가공해 두부를 생산하고 있다”며 “수입 콩값이 올라갈 때도 그만큼 두부값을 올리지 않았더니 이제는 두부값(전기요금)이 콩값(LNG‧석탄 등 발전 원료)보다 더 싸지게 됐다”고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시사했다.

    LNG와 석탄 등 연료를 수입해 전기를 만들어 파는 한전의 역할을 두부공장에 빗댄 것으로, 원료비는 올랐지만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설명한 셈이다.

    외부 전문가들도 국내 전기요금제도가 원가주의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물가안정 등 정책적 목적에 따른 요금규제로 공급원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왔다고 지적한다. 1차 에너지인 유류보다 2차 에너지인 전기가 더 낮은 왜곡된 에너지가격 구조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전문위원은 지난해 9월 국회 에너지정책토론회에서 “우리나라의 에너지 요금구조를 보면 수돗물(1차 에너지인 유류)요금과 생수(2차 에너지인 전기)가격이 경합하는 구조”라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으면 당연히 가격에 반영이 돼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변화가 없다”고 꼬집었다.

    ▲ 국내 주택용에너지 가격 추이.ⓒ김삼화 의원실

    실제로 낮은 전기요금으로 인해 ‘전기화(電氣化)’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정용품들이 전기온돌, 냉난방 겸용 시스템에어컨 등 전기난방기, 전기건조기, 인덕션, 전기온수기 등 전기제품으로 대체되는 게 대표적이다.

    주택용 누진제 개편도 화두다. 정부가 올 여름을 앞두고 누진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한다면, 적자에 시달리는 한전의 경영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한전은 현재 1단계(0~200kWh) 사용자에게 최대 4000원을 할인해주는 ‘필수사용량보장공제’를 폐지하자는 입장이다. 김 사장도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한전 사장도 매달 전기요금 4000원을 보조 받는다”며 “전기소비와 자원배분의 왜곡을 막을 수 있는 방향으로 조금은 과감하게 (전기요금 개편을)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내년 총선을 의식해 필수사용량보장공제 폐지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전력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전기사용량이 적은 고소득 1인 가구에도 4000원의 할인혜택이 주어지는 왜곡된 현상이 발생되지만,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이다.

    ▲ 우리나라 산업구조는 에너지 다소비 업종에 집중돼 있어 전기요금 인상에 민감하다는 평가가 나온다.(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산업용 경부하 요금 인상도 ‘태풍의 눈’이다. 과거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은 매우 낮은 수준이었으나 지난 10년간 10차례나 인상됐다. 2000년 이후 주택용은 15.3%, 일반용이 23%씩 인상된 데 반해 산업용은 84.2% 올라 산업용의 원가회수율이 100%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경부하 시간대 쏠림 현상이 문제로 지적된다. 당초 전력 소비가 적은 심야에 남은 전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자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기업들이 전기요금이 저렴한 밤에 주로 공장을 돌려 과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2017년 기준 전체 산업용 전기 판매량의 절반(48%)을 경부하 시간대가 차지한다. 특리 여름철 대규모 산업용 심야요금은 발전연료비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전과 산업부는 경부하 요금을 올리고 그 외 시간대 요금을 낮추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산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에너지 다소비 업체가 밀집한 울산상공회의소는 지난달 2일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국내투자 확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철회해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한 바 있다.[데일리안 = 조재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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