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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사회적 가치 측정 투명하게"…SK 환경부문 1조 손실 '커밍아웃'


입력 2019.05.21 13:44 수정 2019.05.21 17:47        박영국 기자

사회적 가치 측정체계 및 16개 계열사 측정결과 순차 발표

'과시성' 배제하고 현 상황 명확히 파악…"지속 개선해 나갈 것"

상징적 개념 정량화…지속 보완해 재무제표화하는 방안도 연구

사회적 가치 측정체계 및 16개 계열사 측정결과 순차 발표
'과시성' 배제하고 현 상황 명확히 파악…"지속 개선해 나갈 것"
상징적 개념 정량화…지속 보완해 재무제표화하는 방안도 연구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Social Value)위원장이 21일 서린동 SK 본사에서 열린 사회적 가치 측정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SK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Social Value)위원장이 21일 서린동 SK 본사에서 열린 사회적 가치 측정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SK

SK그룹이 최태원 회장의 경영철학인 ‘사회적 가치’ 경영의 첫 측정 결과를 내놓았다. ‘과시용’이 아닌, 앞으로의 개선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최 회장의 요구에 따라 계열사별로 오염물질 배출이나 서비스 장애에 따른 마이너스 금액까지 가감 없이 공개했다.

SK는 21일 서울 서린동 본사에서 사회적 가치 측정 설명회를 열고 지난해 사회적 가치 측정 기준과 지난해 주요 계열사들의 측정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SK하이닉스를 시작으로 16개 주요 계열사들의 측정결과를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SK는 ‘더블보텀라인(DBL)경영’을 통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으며, 이번에 그 토대가 되는 사회적 가치 측정 시스템을 구축, 운영에 들어갔다. 영업이익 등 기업이 창출한 경제적 가치를 재무제표에 표기하듯 같은 기간의 사회적 가치 창출 결과를 화폐로 환산해 관리하는 것이다.

공표 방식과 시점은 각 사별로 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 때 밝히거나 지속가능보고서에 기재하는 등 자율로 정하게 된다. 또한, 앞으로 매년 측정 결과를 공개하고, 관계사별 경영 KPI(핵심평가지표)에도 50%를 반영하기로 했다.

◆"마이너스 발표" 우려에…최태원 "앞으로 개선이 중요"

이날 발표된 주력 3사의 사회적 가치 측정결과는 그리 화려하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경제간접 기여성과(고용·배당·납세)로 2조3000억원을 창출했지만 비즈니스 사회성과(환경·사회·거버넌스) 부문에서 1조1884억원의 손실을 냈다. 사회공헌 사회성과(CSR·기부·자원봉사)는 494억원이었다.

대표적인 온실가스 배출 산업 중 하나인 에너지·석유화학 기업의 특성상 생산공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환경오염 요인까지 투명하게 반영한 것이다.

SK하이닉스 역시 마찬가지다. 경제간접 기여성과가 무려 9조9000억원으로 측정됐지만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4563억원 손실이었다. 사회공헌 사회성과는 760억원이었다.

SK텔레콤의 경우 경제간접 기여성과가 1조6000억원, 비즈니스 사회성과가 181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가 339억원이었지만, 비즈니스 사회성과 부문에는 지난해 일시 통신장애로 고객들에게 제공한 피해 보상액 등이 마이너스로 반영됐다.

최태원 회장은 이번 측정결과에 대해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것은 목표를 정해 모자란 부분을 개선할 의지가 있다는 것”이라며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Social Value)위원장은 “최 회장이 이번 측정결과를 보고받고는 지금 이 상태를 잘했다고 내보이려고 하지 말고, 첫 출발이니까 앞으로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할 것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정현천 SV위원회 전무는 “환경 관련 항목에서 마이너스가 나와서 놀랐다”면서 “내부적으로 사업하는 입장에서 마이너스 수치를 내놔도 되나, 전년 대비 수치로 공개하는 게 어떤가 하는 의견도 나왔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총량으로 발표하고 이를 기준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시작부터 명확하게 발표하자”는 입장을 고수했고, 결국 마이너스 수치를 포함한 측정 결과가 적나라하게 공개됐다.

◆경영·회계학 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과 측정체계 공동연구

이날 설명회에서는 사회적 가치 측정 방식도 공개됐다. 이형희 위원장은 “SK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이유는 기업이 경제적 가치와 마찬가지로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려면 지표와 기준점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태원 회장도 그동안 “측정(measure)할 수 없는 것은 관리(manage)될 수 없다”는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 피터 드러커의 말을 인용해 사회적 가치 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각 관계사들이 측정한 사회적 가치는 ▲경제간접 기여성과(기업 활동을 통해 경제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가치) ▲비즈니스 사회성과(제품·서비스 개발, 생산, 판매를 통해 발생한 사회적 가치) ▲사회공헌 사회성과(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창출한 가치) 등이다.

세부적으로 경제간접 기여성과의 측정 항목은 고용, 배당, 납세 등이다.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환경, 사회, 거버넌스 부문을 측정한다.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분야가 바로 비즈니스 사회성과다. 사회공헌 사회성과의 측정 항목은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프로그램, 기부, 구성원들의 자원봉사 관련 실적을 측정한다.

SK 관계자는 “사회적 가치 창출 노력은 기업 본연의 비즈니스 활동과 별개가 아니다”라며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기 위해 비즈니스와 관련된 사회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비즈니스 모델 혁신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적 가치 추구 경영이 일반적인 사회공헌과 차별화되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BASF) 등 일부 국내외 기업이 각자의 방식으로 사회적 가치를 측정 및 공표해왔다. 다만, 제품·서비스 관련 사회적 가치까지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SK가 처음이다.

라준영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의 사회성과를 경제활동의 언어인 화폐가치로 측정해 재무성과와 비교 가능하게 한 것은 선구적 시도“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SK는 2017년부터 외부 전문가들과의 공동 연구, 관계사 협의 등을 통해 측정 체계를 개발해 왔다. 측정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주요 대학 경제학, 회계학, 사회학 교수, 사회적 기업 관련 전문가들이 자문 역할을 했다.

SK는 아직 측정 시스템에 개선할 점이 적지 않다며 지속적으로 미비점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소비자 피해 관련 사건·사고, 지배구조 개선 성과, 법규 위반 사항 등은 객관적인 측정방법을 아직 개발하지 못했다. 각 사는 자체 측정결과 공표 시 미반영 항목을 주석에 표기하고, 추후 반영하기로 했다.

SK는 또 향후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일종의 재무제표 형태로 작성해서 공개하는 방안을 회계학자들과 공동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사회적 가치, 사회공헌과 달라…착하게 돈 버는 방식"

한편, 이날 설명회에서 SK는 ‘사회적 가치’가 일반적인 ‘사회공헌’과는 다른 개념이라는 점을 확실히 했다.

이형희 위원장은 “SV(사회적 가치)는 쉽게 말해 ‘착하게 돈 벌기’라고 할 수 있다”며 “SV가 사회공헌의 한 종류가 아니냐는 얘기가 있는데 SK그룹에 있어 SV는 신규 사업 전략이자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기업이고, 주주들과 구성원들을 위해 성장하고 안정돼야 한다”면서 “기업마다 신규사업 투자의 기준이 되는 원칙이 있을 텐데 우리는 SV를 고려한 신규사업을 많이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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