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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황교안에 각 세우려다 애국당과 '드잡이' 우려


입력 2019.05.27 16:20 수정 2019.05.27 16:28        정도원 기자

한국당 '천막' 아이디어 나오자 UAE서 즉각 반응

'황교안 대 박원순' 구도 만들려는 의도 있었나

정작 천막 친 애국당…'드잡이' 실익 없어 곤혹

한국당 '천막' 아이디어 나오자 UAE서 즉각 반응
'황교안 대 박원순' 구도 만들려는 의도 있었나


지난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대한애국당의 천막이 설치돼 있다. 서울시는 대한애국당에 이날 오후 8시까지 천막 철거를 요구하는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보낸 바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지난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대한애국당의 천막이 설치돼 있다. 서울시는 대한애국당에 이날 오후 8시까지 천막 철거를 요구하는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보낸 바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광화문광장 천막 문제가 당초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면서,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한애국당의 광화문광장 천막이 27일로 3주째에 접어들었다. 박원순 시장은 불법 천막에 대해 행정대집행을 예고하는 계고장을 보냈지만, 그 이후로 특별히 손을 쓰지는 못하고 있다. 오히려 조원진 애국당 대표가 "강제철거를 시도하면 광화문광장에 '박원순 단두대'를 설치하겠다"고 기세등등하게 나오는 형국이다.

박 시장이 이처럼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진 것은 애당초 구상이 빗나갔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원래 광화문광장에 천막당사를 세우겠다는 말이 나온 곳은 애국당이 아닌 자유한국당이었다. 지난달 29일 선거제·공수처법 패스트트랙이 강행되자, 한국당 일각에서는 광화문에 천막당사를 설치해 장외투쟁을 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 아이디어는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지만, 박 시장은 서둘러 반응했다. 박 시장은 당시 유럽·중동을 순방 중이었는데도 UAE에서 급히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광장을 짓밟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서울시장이 갖고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황교안 대표와 각을 세울 기회만 엿보고 있던 찰나 해외순방 중인데도 급히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며 "'황교안 대 박원순'의 구도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작 천막 친 애국당 "박원순 단두대" 경고까지
'드잡이' 실익 없어 곤혹…일부러 '방치'할 수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데일리안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달 22~23일 양일간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황 대표는 범보수 진영 대권주자 중에서 24.4%의 지지를 얻어 선두를 달린 반면, 박 시장은 범진보진영 대권주자 중 지지율이 5.0%로 이낙연 국무총리, 이재명 경기지사에 뒤처진 3위에 그쳤다. 이 여론조사 결과에 관련해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때문에 박 시장이 기회만 있으면 황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정치적 체급이 더 큰 상대로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고전적인 전략"이라며 "박 시장은 검사시보 시절을 포함해도 1년도 되지 않는 자신의 검사 시절까지 이야기하며 황 대표를 비판하고 있다"고 평했다.

그런데 기대했던 한국당은 광화문광장으로 들어오지 않고, 예상외로 애국당 천막이 들어섰다. 애국당이 지난 10일 광화문광장에 기습적으로 천막을 설치한 것은 박 시장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치적 존재감이 크지않은 애국당과 천막을 놓고 광장에서 '드잡이'를 벌여봤자, 박 시장에게는 아무런 정치적 실익이 없다. 오히려 위상만 하락할 우려가 있다.

박 시장이 애국당 천막을 향해 "법 위에 존재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불법으로 광장을 점거하고 시민에게 불편을 주는 행위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혀놓고서도, 이렇다할 후속 대응에 나서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는 것에는 이러한 고민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박 시장 입장에서는 애국당과 섣불리 '드잡이'를 하다가 정말로 '단두대'라도 설치되면 괜히 희화화를 당할 우려가 있을 것"이라며 "박 시장이 일부러 애국당이 난리를 치도록 '방치'하는 측면도 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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