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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장애=질병’ 지정, 韓 ‘콘텐츠산업’ 근간 흔든다


입력 2019.05.27 13:33 수정 2019.05.27 14:58        김은경 기자

‘미움받는 효자’...돌 맞아도 연매출 ‘13조’

전체 콘텐츠 수출액 56.4%...음악·방송·영화보다 높아

향후 3년간 경제 손실 6조 ↑

‘낙인효과’에 종사자 수 감소 예상

‘미움받는 효자’...돌 맞아도 연매출 ‘13조’
전체 콘텐츠 수출액 56.4%...음악·방송·영화보다 높아
향후 3년간 경제 손실 6조 ↑
‘낙인효과’에 종사자 수 감소 예상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게임 챌린지 2018’에서 참관객들이 VR 체험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게임 챌린지 2018’에서 참관객들이 VR 체험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게임중독·질병코드 6C51)’를 포함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안(ICD-11)을 통과시킴에 따라 한국 콘텐츠산업 수출 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게임산업의 위축이 불가피해졌다.

게임질병코드가 국내에 도입될 경우 규제가 강화되고 수출 장벽이 생기는 등 ‘수출주도형’ 한국 경제의 한축인 콘텐츠산업 전반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은 5G 시대를 이끄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캐릭터 등 게임 콘텐츠 IP(지적재산권)를 통해 상품을 만들고 영화, 드라마로 제작하면 다른 산업군에서도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랜 세월 한국 게임산업은 ‘미움받는 효자’로 불려왔다. 수출역군으로 공헌하지만 집안에선 배척받았다.

한국 콘텐츠산업 매출액 및 수출액 추이.  ⓒ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 콘텐츠산업 매출액 및 수출액 추이. ⓒ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산업 2018년 결산 및 2019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콘텐츠산업 매출액은 전년 대비 5.2% 성장한 116조3000억에 이른다. 이 가운데 게임산업 매출은 11.3%인 13조원을 기록했다.

게임산업의 해외 매출은 지난해 콘텐츠 수출액의 무려 절반을 차지했다. 지난해 콘텐츠 수출액은 전년 대비 약 6억달러 증가한 75억달러(약 8조9500억원)다. 이 중 게임 수출이 56.4%인 42억3000만달러(약 5조485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음악(5억1000만달러), 방송(5억5000만달러), 출판(2억3000만달러), 영화(4000만달러)의 장르별 수출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게임중독의 질병코드화로 인해 3년간 2조~5조원의 위축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게임과몰입 정책변화에 따른 게임산업의 경제적 효과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과몰입 질병코드화로 인한 게임시장 위축 규모는 2023년 2조2064억원, 2024년 3조9467억원, 2025년 5조2004억원으로 추정된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발생하는 국내매출의 경제적 위축효과를 종합하면 2022년 질병코드화가 시행될 경우 향후 3년간 6조3454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종사자 수도 감소할 전망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질병코드화가 시행되지 않을 경우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종사자 수가 3년 동안 11.4%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질병코드화가 시행될 경우 종사자 수는 15.3%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게임=나쁜 것’이라는 ‘낙인효과’와 무관하지 않다. 질병코드가 부여돼 정식 질병으로 인정되는 것은 그 대상을 소비하던 소비자가 질병 감염자로 인정되는 사회적 낙인이 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적으로도 최신 시설과 대중성을 갖춘 것으로 유명한 한국 PC방이나 월드스타를 배출해내고 있는 e스포츠도 ‘질병’을 유발하는 매개체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이 돈을 잘 벌어올 때는 효자 취급 하며 띄워주고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일이 생길 때는 두들겨 맞는 분위기 자체가 부담스러웠다”며 “이제는 술이나 담배, 도박처럼 질병 유발 원인으로 지목돼 씁쓸하다. 이 주제에 대한 종사자들의 피로도가 높다”고 털어놨다.

이어 “업계에서도 대응을 하겠지만, 게임을 하나의 콘텐츠산업으로 본다면 정부가 신중하게 접근해 산업 위축을 최소화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2019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결승전.  ⓒ 연합뉴스 ‘2019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결승전. ⓒ 연합뉴스


김치호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WHO의 결정이 상당히 우려된다. 게임산업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콘텐츠산업 내에서 62.1%의 수출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미래에는 5G 스트리밍게임의 출시로 보다 규모 있는 글로벌기업과의 경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어려운 환경 속에서 게임을 질병의 원인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산업의 발전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WHO의 분류 기준은 일부 의학계의 의견만 수렴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사회적, 산업적인 관점과 특히 타깃이 되는 청소년의 상황과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상황적 요인으로 일시적인 중독현상이 나타나는 청소년을 질병자로 분류하는 것은 이들에게 너무나 가혹하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게임산업을 저해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게임질병코드의 국내 도입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게임질병코드 도입 후 3년간 11조원가량의 산업 위축이 있을 것이란 연구 결과를 냈으며 도입에도 적극 반대한다. 2022년 발효될 전망이라고 하니, 앞으로 계속해서 반대 입장의 연구를 민간과 업계, 학회와 협력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게임산업팀, 문화팀, 유통지원팀에서 계속해서 산업 육성을 지원할 방침이다. 건전한 게임문화를 위한 사업 연구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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