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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식 "기업 상속은 '부의 세습' 아닌 '기업 영속성 보호' 문제"


입력 2019.05.28 15:00 수정 2019.05.28 16:21        박영국 기자

한국 상속세 평균 실효세율 일본의 2배, 미국보다 높아

경총,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속세제 개선 토론회 개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자료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자료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의 상속세가 명목세율이나 실효세율 모두 주요 경쟁국과 비교해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엽 경영의 영속성을 저해하고 투기 자본의 먹잇감이 되도록 만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28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속세제 개선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기업에서의 상속 문제는 단순한 ‘부의 세습’이 아니라 기업 경영의 영속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 회장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상속세를 완화하는 큰 이유는 기업 경영의 영속성 제고를 통한 자국 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라며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기업가정신 계승과 체화된 경영 노하우·기술 전수를 통해 기업의 선순환 발전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상속받은 주식을 팔아야 상속세를 납부할 수 있는 경우도 많은데, 경영권 방어수단이 부족한 우리 현실에서는 투기 자본의 공격 목표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손 회장은 “우리나라는 상속세 최고세율도 50%로 높은 상황에서 최대주주 할증평가까지 추가하고 있고, 가업상속공제제도가 있지만 요건이 까다로워 실제 기업현장에서 활용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에 따라 많은 우리 기업인들이 기업을 물려주기보다는 매각 여부를 고민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하고자 하는 의지’를 고양시키기 위해 상속세율 인하,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가업상속공제 요건 대폭 완화 같은 상속세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성봉 서울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경제․한국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속세제 개선방안’ 주제발표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와 경쟁관계에 있는 독일과 일본이 전향적으로 기업 승계 지원을 위한 상속증여세 개편을 시행·운영하고 있으므로 우리도 상속세제의 획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요국 상속세 명목세율 및 실효세율 비교. ⓒ이성봉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각국 국세청 통계자료 취합) 주요국 상속세 명목세율 및 실효세율 비교. ⓒ이성봉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각국 국세청 통계자료 취합)

이 교수가 각국의 국세청 통계자료를 취합해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상속세 명목세율 뿐 아니라 실효세율(납부세액/과세표준)도 경쟁국보다 높다.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은 일본이 55%로 가장 높고 한국과 독일이 50%로 그 뒤를 잇는다. 미국은 40%다.

반면 상속세 전체 평균 실효세율은 한국이 28.09%로 일본(12.95%)의 두 배 이상이고 독일(21.58%), 미국(23.86%)보다도 높다. 특히, 우리나라는 기업 상속이 많이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속세 과표 500억원 초과 구간의 실효세율이 2017년 32.3%에 달했다.

독일의 경우 2014~2017년까지 매년 2만2842건에 575억유로(약 76조5000억원)가 기업승계공제로 활용된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의 가업상속공제(증여세과세특례포함)는 197건, 3790억원에 불과해 건수와 금액이 각각 독일의 1%, 0.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독일은 대기업의 기업 승계(2600만 유로 초과)에 있어 기업상속 공제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기업 재산이 2600만유로 이상인 기업도 최대 9000만유로까지 감면율 감축 방식이나, 필요성 심사 후 감면 방식(상속인의 사재 및 비사업용자산의 50%내 상속세 납부시, 이를 초과하는 상속세 부분은 전액 감면)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이외에도 독일에서는 차등의결권, 가족재단, 공익재단, 지분풀링협약과 같은 여러 가지 합법적인 기업승계 대안을 활용할 수 있다.

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은 “우리 가업승계제도는 수차례 법 개정을 통해서 오늘에 이르렀지만, 현실적으로 이용이 어려운 무늬만 제도”라며 “자칫 제도를 쉽게 생각하고 가업승계제도를 선택한다면 오히려 더욱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선택할 수 없는 기업의 경우도 상속세의 납부방법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연부연납 기간을 연장해 큰 영향 없이 경영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 안정적인 고용유지와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은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상속은 ‘부의 대물림’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 ‘고용과 기술·경영의 대물림이자 제2의 창업’이라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김용민 연세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기업이 계속 일자리 및 소득을 유지․창출토록 하는 제도의 목적에 맞게 ‘가업상속공제’를 ‘기업상속공제’로 변경하고, 상속세율 인하,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공제요건 합리화, 공익법인 관련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가업승계 세제를 현재의 상속 중심에서 증여 중심으로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고, 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 원장도 “상속세 최고세율을 OECD평균 수준으로 인하하고,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폐지해야 하며, 증여세제도 기업의 사전승계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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