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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해운-4] '3분의 1로도 거뜬'...자동화로 갈아입는 유럽항만


입력 2019.05.29 07:00 수정 2019.05.29 06:09        로테르담(네덜란드)·함부르크(독일)=조인영 기자

로테르담항 RWG, 효율성·저비용 앞세워 매해 '풀가동'…200만TEU 추가 확대

유로게이트, 물동량 증가에 맞춰 자동화 시스템 도입 예정

로테르담항 RWG, 효율성·저비용 앞세워 매해 '풀가동'…200만TEU 추가 확대
함부르크항 유로게이트, 물동량 증가에 맞춰 자동화 시스템 도입 예정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위치한 RWG터미널ⓒ현대상선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위치한 RWG터미널ⓒ현대상선

"Everything is digitized.(모든 것이 디지털화됐다.)"

17일(현지시간) 로테르담에 위치한 RWG(Rotterdam World Gateway)터미널. 부두에 정박한 현대상선 선박 위로 안벽 크레인(Quay Crane)이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선박에 실린 컨테이너 네 귀퉁이를 꽉 잡더니 무인운반차(AGV)로 옮긴다. 60대의 AGV는 지정된 장소로 차곡차곡 화물을 쌓아올린다. 다른 AGV가 보이자 방향 지시등을 켠 뒤 왼쪽으로 돌아나간다. 한 켠엔 컨테이너를 실어가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는 트럭들이 즐비해있다.

닐슨 데커 RWG 홍보 책임자는 "배에 실린 컨테이너를 조종사가 최초로 잡을 때를 제외하면 화물을 AGV에 싣고 항만 부두에 쌓아 올리는 작업은 자동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보이지 않는 터미널은 깨끗하면서도 조용해 인상적이었다. 자동으로 움직이는 차량이라는 뜻이 담긴 AGV(Automated Guided Vehicles)는 친환경을 위해 디젤 연료 대신 배터리를 탑재했다. 이렇게 무인(無人)으로 작업하니 24시간 터미널을 가동하더라도 인명 사고가 없다.

안벽 크레인에 달린 스트래들이 컨테이너를 무인운반차(AGV)에 싣고 있다.ⓒ현대상선 안벽 크레인에 달린 스트래들이 컨테이너를 무인운반차(AGV)에 싣고 있다.ⓒ현대상선

'비용을 낮추되 생산성은 높이자' 현대포워드호의 고민처럼 유럽항만들도 더 나은 방안을 찾는데 골몰해왔다. 자동화 시스템이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효율적이며(efficient), 지속가능하고(sustainable), 안전한(safe)' 콘셉트를 내세운 RWG가 2015년 9월 문을 열었다.

터미널 자동화는 글로벌 항만들의 주요 화두다. 항만 생산성을 높이면서 원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집약적 운영 방식을 벗어나니 인건비 및 관리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같은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정부는 부산신항과 인천신항 등 주요 항에 스마트 항만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반발도 거세다. RWG가 처음부터 무인·자동 시스템으로 출범했다면 한국은 기존 인력의 재배치, 임금 보전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현재 부산신항4부두(HPNT)의 선석(접안장소) 규모는 1150m로 안벽 크레인 12기, 인력 620명이 연간 240만TEU의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 비슷한 규모의 RWG가 크레인 11기, 400명으로 연간 235만TEU를 소화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RWG의 생산성이 높은 편이다. RWG는 200만TEU를 추가로 처리할 수 있도록 확장 공사를 할 예정이다.

유로게이트터미널에서 스트래들 캐리어가 컨테이너를 실어 나르고 있다.ⓒ데일리안 유로게이트터미널에서 스트래들 캐리어가 컨테이너를 실어 나르고 있다.ⓒ데일리안

◆"RWG·CTA처럼 자동화 시스템 도입하겠다"

현대포워드호의 기항지인 독일 함부르크항 유로게이트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1100명의 인력, 17개의 안벽 크레인을 보유한 유로게이트 터미널의 지난해 처리 물동량은 163만5900TEU였다. 유로게이트와 단순 비교하면 RWG와 3배 가량 차이가 벌어진다

23일(현지시간) 방문한 유로게이트터미널에선 선박에서 내린 컨테이너를 열차에 옮겨 운반하거나, 대기 중인 트럭에 적재하는 방안을 모두 사용하고 있었다. 24시간 체제이나 주중엔 3교대, 주말엔 4교대 방식으로 운영한다. 이날 MSC, CMA-CGM 등 글로벌 선사의 배들이 부두 한 켠에 정박해 화물을 싣거나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컨테이너는 스트래들 캐리어로 불리는 차량에 옮겨진다. 유로게이트는 RGW와 달리 운전자들이 화물을 옮긴다. 캐리어는 적재할 수 있는 높이에 따라 12m(3층 높이), 15m(4층 높이) 길이로 나뉜다. 안드레아스 유로게이트 트레이닝팀장은 "물량이 늘어나고 캐리어는 노후화되면서 기존 160대 중 80대를 15m급으로 교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벽 크레인 6개도 새로 바꾸기로 했다. 용량 확보를 위해서다. 내년 현대상선의 2만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입항하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단기적으로는 설비 합리화를 진행하되 5년 이후엔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경쟁력 제고를 위해 맞은편 부지를 활용해 안벽을 넓히고 처리 물량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가까운 거리의 함부르크항 CTA터미널은 이미 자동화 시스템을 운영중이다. 인력은 RWG와 같은 400명이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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