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글로벌 진출 1세대' 신한은행 유럽법인 수익 노란불


입력 2019.06.04 06:00 수정 2019.06.04 10:32        부광우 기자

'이익 급감' 마이너스 실적 우려…선진국 저성장 영향

수익성·자본력 이중고…규제비용 등도 부담으로 등장

'이익 급감' 마이너스 실적 우려…선진국 저성장 영향
수익성·자본력 이중고…규제비용 등도 부담으로 등장


신한은행 유럽법인 손익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신한은행 유럽법인 손익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신한은행 유럽법인이 악화일로를 걷는 수익성과 자본 여력 한계 속에서 역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현장을 살펴본 금융당국이 개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직접 경고의 메시지를 던질 정도다. 글로벌 경기 불황 속 저성장의 늪에 빠진 선진국 시장에서 활로를 찾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신한은행의 해외 진출 1세대로 꼽히는 유럽법인을 둘러싼 위기감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유럽신한은행의 손익은 1억5400만원으로 전년 동기(4억4400만원) 대비 65.3%(2억9000만원)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1년 전보다 실적이 더 나빠지면서 유럽신한은행은 올해 적자를 염려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유럽신한은행은 지난해 연간 1400만의 순익을 거두며 겨우 마이너스 성적을 면했다.

10여년 전만 해도 유럽신한은행은 작지만 꾸준한 수익을 내며 알짜배기 해외 법인으로서의 면모를 유지해 왔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가 지나갔던 2010년에 27억8200만원이었던 유럽신한은행의 순익은 이듬해인 2011년 46억500만원으로 껑충 뛰었고, 2012년에도 40억300만원으로 40억원대의 순익을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다 2013년 30억5700만원으로 순익이 10억원 가량 줄며 잠시 주춤했지만, 다음 해인 2014년 37억9300만원으로 회복세를 보이며 40억원을 다시 돌파하는 듯 했다.

유럽신한은행에 이상기류가 포착된 건 2015년부터였다. 당시 연간 순익이 18억5400만원으로 갑자기 쪼그라들었고, 2016년(17억5400만원) 역시 10억원대 순익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2017년 22억2700만원으로 반짝했던 유럽신한은행의 순익은 지난해 마침내 채 1억원도 안 되는 수준까지 추락하며 본격적인 적신호가 켜졌다.

마침내 금감원까지 나서 유럽신한은행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말 유럽신한은행에 대한 현장 검사를 나갔던 금감원은 최근 해당 법인에 대한 경영유의 조치 2건을 의결했다. 금감원으로부터 이를 통보 받은 금융사는 3개월 이내에 해당 내용들에 대한 개선·대응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은 이 역시 부적정하다고 판단 시 직접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다.

금감원은 유럽신한은행에게 수익성 제고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유럽신한은행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이 2008년 2.0%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영업 활성화를 통한 수익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비판이다. ROA는 기업의 일정 기간 순이익을 총 자산으로 나눠 계산한 수치로, 금융사의 경우 보유 자산을 대출이나 유가증권 등에 운용해 얼마만큼의 순익을 창출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아울러 금감원은 현지 감독당국의 감독 강화에 따른 시스템 구축 등 규제 비용과 컨설팅, 인건비의 증가로 유럽신한은행의 수익성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염려했다. 그러면서 이익 개선을 위해 우량 여신처 발굴과 함께 금융 중심지인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장점을 활용, 현지 금융기관과의 투자금융 프로젝트나 신디케이트론 등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제는 이 같은 투자를 위해서는 자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다. 금감원도 사업을 확대하기에 유럽신한은행의 자본금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면서, 증자를 하거나 모행에서 무역금융 담보 용도로 제공 중인 차입금의 자본금 전환 등 자본 확충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법인의 위기는 여러모로 신한은행에게 뼈아픈 지점이다. 금융 선진국인 유럽의 핵심 거점이라는 의미는 물론, 상징성도 남다르다. 유럽신한은행은 신한은행의 글로벌 진출이 막 시작되던 1990년대 초반에 세워진 법인으로 25년의 역사를 가진 곳이다. 1994년에 설립된 유럽신한은행은 현재 신한은행의 해외 계열사들 중 1990년에 만들어진 아메리카신한은행 다음으로 오래 된 법인이다. 사실상 신한은행 글로벌 사업의 원조 격인 셈이다.

최근 신한은행의 새 수장이 된 진옥동 행장이 취임 일성으로 글로벌 사업 강화를 천명하고 나선 상황이다. 진 행장은 지난 3월 공식 취임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은행으로의 혁신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축통화 국가와 신흥국을 구분해 맞춤 청사진을 그리는 전략을 구사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국내 은행들 사이에서 글로벌이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지만, 저성장의 늪에 빠진 선진국 시장에서 수익성을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미국과 유럽 등에 나름 연혁이 쌓인 1세대 은행 해외법인들의 경우 선택과 집중을 위한 판단이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