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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이선균 "봉준호·송강호와 호흡, 꿈 이뤘죠"


입력 2019.06.07 09:31 수정 2019.06.09 10:25        부수정 기자

영화 '기생충'서 박 사장 역

"대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 촬영"

배우 이선균은 영화 '기생충'에서 박 사장 역을 맡았다.ⓒCJ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선균은 영화 '기생충'에서 박 사장 역을 맡았다.ⓒCJ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서 박 사장 역
"대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 촬영"


"'기생충'은 볼 때마다 색다른 영화예요. 많은 걸 느낄 수 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배우 이선균(44)이 영화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기생충'(감독 봉준호)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벌어지는 예기치 않은 사건을 그린 '가족 희비극'이다.

영화는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한국 영화 사상 최초다.

'기생충'은 우리 옆집에 살 것 같은 평범한 두 가족을 내세운다. 봉 감독은 형편이 다른 두 가족이 만나는 과정을 통해 현시대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한다. 이선균은 극 중 IT 사업가 박 사장을 연기했다.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선균은 "감사하고,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싶다"며 "모든 게 감사하고 좋다"고 밝혔다.

'운 좋게' 이런 행복을 누린다는 그는 칸 영화제 수상 소감을 언급하며 "한국 영화 100주년에 이런 일이 생겨서 기쁘다"고 미소 지었다.

주말에 무대 인사를 돌며 관객의 뜨거운 반응도 체감했다. 처음 겪는 일이라 얼떨떨하다는 그는 "말로 설명을 잘 못 하겠다"며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칸 영화제 참석한 소감도 물었다. "레드카펫 밟고 환호를 받았을 때 마음이 벅찼어요. 한국에 가기 싫을 정도였죠. 한국에서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더 기뻤어요(웃음)."

배우 이선균은 영화 '기생충'에서 박 사장 역을 맡았다.ⓒCJ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선균은 영화 '기생충'에서 박 사장 역을 맡았다.ⓒCJ엔터테인먼트

봉준호 감독과 작업은 처음이다. 모든 배우가 꿈꾸듯, 이선균 역시 꿈꿨다. 오랫동안 꿈꿔서 이런 제안이 올지 몰랐다. 송강호와 호흡도 마찬가지다. 이선균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살인의 추억'인 만큼, 두 사람과 작업은 기쁨 그 자체였다.

처음 봉 감독과 미팅에서 이선균은 "감사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시켜만 주시면 다 하겠다고 했단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영화를 보고 '기생충'과 관련된 여러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기생충 해석'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배우 역시 재밌게 봤다. 한 번 봤을 때 못 봤던 부분을 두 번 봤을 때 알아차리기도 했다. "보통 처음에는 제 연기만 보이는데 '기생충'은 처음 봐도 정말 재밌었어요. 두 번째 봤을 때는 '기택 네 시선으로 봤는데 울컥하더라고요. '기생충'은 여러 번 봐야 하는 영화예요. 상징, 비유 등 몰랐던 부분을 더 느낄 수 있었죠."

배우는 또 "누구는 영화가 사실적이라고 얘기하지만, 또 누구는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며 "영화의 성향이 봉 감독과 닮았다"고 말했다.

박 사장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궁금했다. 누구에게 어떻게 보이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한 인물이란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걸 싫어하고 열심히 살았고, 모든 부분을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도 있다.

봉 감독은 이선균에게 '피곤함이 가득한 인물'로 표현하라고 주문했다. 피곤에 쩐 듯, 무심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극 중 가난한 기택과 충숙은 수평적 관계이지만, 박 사장과 연교는 수평적 관계다. 처음에 캐릭터를 철저하게 준비했다는 그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했다.

조여정과 호흡은 "리딩 때부터 너무 웃겼다"며 "여정 씨가 미혼이다 보니 저에게 결혼에 대한 부분을 물어보기도 했다. 결혼에 대한 현실적인 부분을 얘기해줬다. 여정 씨가 정말 잘해줬다"고 말했다.

배우 이선균은 영화 '기생충'에서 박 사장 역을 맡았다.ⓒCJ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선균은 영화 '기생충'에서 박 사장 역을 맡았다.ⓒCJ엔터테인먼트

'기생충'은 블랙 코미디, 서스펜스, 스릴러가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이선균은 "대본 볼 때부터 단순한 이야기인 듯하지만 희극인지, 비극인지 모르는 작품이었다"며 "두 번째 봤을 때는 먹먹함이 밀려왔다. 감독님이 어떤 이야기를 하시려고 하는지 와닿았다"고 설명했다.

결말에 대해선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줘서 먹먹했다"고 고백했다.

박 사장은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박 사장만의 기준이다. 타인의 시선을 중요하고, 타인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는 기택이 '사모님 사랑하냐'는 말을 할 때 박 사장이 발끈한다. 사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다시 곱씹어 볼 말이라고 배우는 얘기했다.

개성 강한 배우들과 봉 감독이 어우러진 호흡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가이드 봉준호가 이끄는 패키지 여행 다녀온 기분이란다. 송강호가 판을 잘 만들어줬고, 배우들끼리 대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 촬영했다.

CEO 연기는 어땠을까. "세트가 어마어마해서 눌리는 기분이었죠. '나의 아저씨' 찍고 바로 들어간 작품이라 잘 어울리나 싶었습니다. 옷, 환경이 어색하게 느껴졌어요. 아무튼 좋았어요. 세트가 너무 좋아서 거기서 자고 싶었습니다."

'기생충'은 표준근로계약서를 준수한 작품이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준비된 환경이다. 드라마와 영화를 활발히 오가며 활동 중인 이선균은 "감독님들도 명확한 콘티를 갖고 작업에 들어가고, 배우도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며 "드라마도 점점 자리가 잡혀가고 있다. 쪽대본도 안 나오고, 점차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선균은 지난 몇 년간 쉴 틈 없이 달려왔다. 지금은 '킹메이커' 촬영 중이다. 힘들지 않냐고 묻자 배우는 한숨을 쉬고는 이내 웃었다. "'기생충'이 힘을 주고 있습니다. 하하."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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