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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운용, 에스엠 내부거래 제동⋯'스튜어드십 코드' 재조명


입력 2019.06.05 06:00 수정 2019.06.04 17:55        최이레 기자

친 주주 경영 기대감에 주가 '강세'⋯5년 간 배당 없이 연간 100억원 이상 유출

기관 투자자 이에 문제 제기⋯전문가 "체질 변화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 관심 필요"

친 주주 경영 기대감에 주가 '강세'⋯5년 간 배당 없이 연간 100억원 이상 유출
기관 투자자 이에 문제 제기⋯전문가 "체질 변화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 관심 필요"


주주친화적 경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단기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이 보다 근본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의 정착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주주친화적 경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단기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이 보다 근본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의 정착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에스엠 엔터테인먼트(에스엠)의 지분을 소유한 기관 투자자들이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 서한 발송을 검토하기 시작하자 주주 친화적 경영 기대감에 단기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을 보인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체질 개선을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 지침)'의 보다 근본적인 정착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이에 대한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스엠의 주가는 전일 대비 350원(0.81%) 오른 4만3600원에 거래를 마쳐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 기간 에스엠의 주가는 총 15.38% 올랐다.

에스엠 지분을 소유한 기관 투자자들의 주주 서한 발송 검토가 주가 상승의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건의 발단은 에스엠과 라이크 기획 간 내부거래에서 촉발됐다.

이수만 에스엠 엔터테인먼트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라이크 기획은 에스엠과 계약을 맺고 지난 5년 동안 영업이익의 44%를 자문료(음악 자문 등)로 지급받았다. 해당 계약과 관련한 정보공개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연간 100억원 이상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같은 기간 주주 배당 없이 내부거래로 연간 100억원 이상의 뭉칫돈이 이 회장 개인 회사로 흘러 들어가자 KB자산운용을 중심으로 한 기관 투자자들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에스엠과 라이크 기획 간 맺은 계약과 관련한 투명한 정보 공개 및 배당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회사 측 입장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박정엽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최근 에스엠에 대해 장기간 제기되어 온 외주 법인 내재화 통한 원가 절감 및 배당 등 주주 환원 이슈가 보다 자주, 무게감 있게 공론화되고 있다"며 "지분 구조 변화와 대폭의 이익 개선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경영 효율화, 주주가치 제고 관련 광범위한 논의는 현실성이 있는 주제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에스엠의 경영 효율화 및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기관 투자자들의 공세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스튜어드십 코드의 속도감 있는 정착 및 활성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기업과 투자자들 간 선순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해외 성공 사례에 대한 선행 학습도 병행해야 한다는 시각이 감지되고 있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제고 관련 굵직한 이슈들이 나올 때마다 적극적인 주주 활동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가장 최근의 코오롱그룹의 인보사 사태를 비롯해 고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대표이사 연임 실패,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퇴진 등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통해 경영 정상화 측면에서의 달라진 모습도 관찰됐다.

이에 보다 근본적인 정착 및 순기능 구현을 위한 해외 사례로 미국의 블랙록과 일본의 공적 연기금(GPIF·Government Pension Investment Fund)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블랙록은 약 5조4000억 달러(한화 약 6377조4000억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로 영국 재무보고위원회(FRC)로부터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수준이 가장 높은 상위 그룹(티어1)으로 지정됐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블랙록은 스튜어드십 코드 전담 조직인 BIS팀(BlackRock Investment Stewardship)을 운영하고 있는데 연간 약 1500개 회사에 대한 주주 관여(Engagement) 활동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눈길이 가는 부분은 투자 대상 기업의 모든 주주총회(주총) 참석을 비롯해 100%의 의결권 행사를 원칙으로 하는 것이다.

이는 투자자들의 투자심리 및 수익성을 저해할 수 있는 기업의 독단을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통해 방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즉, 투자 기업의 이익이 주주들에게 보상으로 연결되는 스튜어드십 코드 본연의 특징을 가장 적절히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일본의 공적 연기금도 참고할 만 하다. GPIF는 세계에서 가장 큰 연금 펀드다. 운용 규모는 약 145조엔(한화 약 1467조원) 정도로 기본 원칙은 기관 투자자의 적극적인 개입이다.

이에 따르면 자산운용자는 수익자의 이익을 최우선 순위로 둬야 한다. 피투자 회사에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기업가치 향상을 도모하고 중장기적 투자수익을 증대시켜야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특징적인 부분은 외부 위탁 자산운용사들에 대해 기업과의 대화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외부 펀드매니저들의 전문적인 지식 습득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판단한다. 펀드매니저가 기업과의 대화를 통해 도출된 기업경영 관점에서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어서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해 국내 기관 투자자와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라며 "이는 행동주의 투자를 지나친 경영으로 이해하는 부정적 시각이 여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스튜어드십 코드가 안착한 영국, 일본의 시작은 정부였지만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의지와 태도가 기업의 변화를 촉진했고 이후 스튜어드십 코드는 주주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에 대한 정당한 가치 평가, 포트폴리오 수익률 제고, 증시 체질 변화를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이레 기자 (Ir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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