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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ick] '기생충' 15세 등급 논란…"불편" vs "적합"


입력 2019.06.08 09:00 수정 2019.06.08 14:02        부수정 기자

관객들 "자녀들과 보기 민망"

영등위 7개 기준 고려

15세 관람가인 영화 '기생충'이 등급 논란에 휩싸였다.ⓒCJ엔터테인먼트 15세 관람가인 영화 '기생충'이 등급 논란에 휩싸였다.ⓒCJ엔터테인먼트

관객들 "자녀들과 보기 민망"
영등위 7개 기준 고려


"16세 아들이 먼저 보고 엄마 보지 말라, 충격적이라고 문자왔다."(네이버 아이디 la****)

"영화에 빠져서 문제가 제기된 장면은 불편함 없이 잘 봤다."(네이버 아이디 tm****)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중인 영화 '기생충'의 15세 등급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기생충'은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아 화제가 됐다.

영화는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벌어지는 예기치 않은 사건을 그린 '가족 희비극'이다.

우리 옆집에 살 것 같은 평범한 두 가족을 내세운 봉 감독은 형편이 다른 두 가족이 만나는 과정을 통해 현시대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한다.

영화 자체는 굉장히 재밌다. 탄탄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블랙 코미디, 서스펜스,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져 심장을 쫄깃하게 한다. 무엇보다 중반부를 넘어서며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등장인물이 나오고, 이후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관객의 몰입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관객들은 여러 해석을 내놓으며 '기생충'을 해석하고 평가한다. 이는 관객의 자유다. 영화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관객들의 평가에서 가장 논란이 된 건 15세 관람 등급이다. 영화를 다 본 상당수 관객은 "이게 15세 맞느냐"며 의구심을 나타낸다.

포털 사이트나 커뮤니티에 보면 15세 등급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여럿 볼 수 있다. 문제가 된 장면은 극 중 박사장(이선균), 연교(조여정) 부부의 애정신과 후반부 폭력신이다.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 의식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15세 관람가인 영화 '기생충'이 등급 논란에 휩싸였다.ⓒCJ엔터테인먼트 15세 관람가인 영화 '기생충'이 등급 논란에 휩싸였다.ⓒCJ엔터테인먼트

네이버 아이디 ck****는 "내가 봐도 청불이다. 울 딸 중3인데 친구들과 어제 보고 오더니 이게 왜 15세 관람가인지 궁금하다 했다"고 지적했다.

al****는 "홀딱 벗은 장면보다 오히려 선정적으로 다가왔다. 무언가 너무 무겁고 빈부 차이를 너무 지나치게 보여준 게 좋게 보이지 않았다"고 짚었다.

누리꾼들은 '봉준호'라는 이름값과 'CJ엔터테인먼트'라는 거대 배급사를 고려해서 영진위가 관대한 기준을 들이댄 게 아니냐고도 추측했다.

ki****는 "다른 영화였으면 청불이었을 텐데 봉준호와 CJ라는 타이틀덕에 청불 면한 느낌이 없진 않더라"고 말했다.

15세 등급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곡성'(2016), '독전'(2018), '마녀'(2018) 등이 15세 등급을 받아 논란이 된 바 있다. '곡성', '마녀'는 지나치게 잔인한 장면이 여럿 나왔음에도 15세 등급을 받았다. 가장 논란이 된 영화는 '독전'이었다. 이 영화엔 마약 거래는 물론, 마약 제조부터 흡입 장면까지 등장했다. 아울러 신체 훼손 장면도 나왔고 노출 수위도 높았다. 상당수 관객은 "이게 15세 맞냐"며 비판했다.

영화에서 15세 등급은 흥행에 중요하다. 청불 등급보다 많은 관객수를 극장에 불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15세 이상 관람가는 부모가 동반할 경우 연령에 도달하지 아니한 자도 부모 등 보호자를 동반할 경우 관람이 가능하다.

영상물 등급을 판단하는 영등위 영화등급분류소위원회 위원들은 주제, 선정성, 폭력성, 대사, 공포, 약물, 모방위험 등 7개 항목에서 표현 수위를 '낮음', '보통', '다소 높음', '높음', '매우 높음' 등으로 구분한다.

이를 바탕으로 영상물의 등급을 전체관람가, 12세 이상 관람가, 15세 이상 관람가, 청소년 관람불가, 제한상영가 등 5등급으로 분류한다.

'기생충'의 경우, 주제, 선정성, 폭력성, 대사, 공포, 모방위험 등 6개 부문에서 유해 정도를 '다소 높음'으로, 약물 부문은 '보통'으로 각각 평가했다.

영등위는 '기생충'의 15세 등급을 받은 배경에 대해 "주인공 가족의 장남이 과외선생 면접을 보러 가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주제, 내용, 대사, 영상 표현에 있어 해당 연령층에서 습득한 지식과 경험으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것을 제한적이지만 자극적이지 않게 표현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기생충'에서 주로 지적되고 있는 선정성의 경우 15세 관람가에서 '선정성의 요소가 있으나 지속적이고 구체적이지 않게' 표현돼야 한다.

15세 관람가인 영화 '기생충'이 등급 논란에 휩싸였다.ⓒCJ엔터테인먼트 15세 관람가인 영화 '기생충'이 등급 논란에 휩싸였다.ⓒCJ엔터테인먼트

영등위는 '노출된 하반신의 접촉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지 않은 것', '성적 행위를 나타내는 장면이 있으나 이를 간접적으로 표현하거나 간결하게 한 것', '성적 애무나 성행위는 옷을 착용한 상태라고 하더라도 간결하고 짧게 표현된 것' 등을 예로 든다.

'폭력성'의 경우 15세 관람가에서 '지속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아야' 한다고 나와 있다. 세부 기준으로는 '신체부위, 도구 등을 이용한 물리적 폭력과 학대, 살상 등이 지속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것', '상해, 유혈, 신체훼손 등이 지속적, 직접적으로 표현되지 않은 것', '폭력적인 느낌을 주는 음향, 시각 효과 등이 사실적, 자극적, 지속적이지 않은 것' 등이 구체적 예다.

영등위 기준에 따르면 '기생충'은 어느 정도 기준에 충족한다. 다만 '지속적이고 구체적'이라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생충'의 등급에 대해 평론가들도 다양한 의견을 내놓는다. 최광희 영화평론가는 5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15세 관람가'로 하면 안 될 영화였다"고 지적했다.

최 평론가는 "봉준호 효과로 이런 등급 판정이 나온 것이라고 본다.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어느 정도 어드밴티지를 준 것 같다"며 "고등학생들이 친구끼리 보는 것은 문제가 안 되겠지만, 부모가 고등학생 자녀를 데리고 가서 같이 본다면 약간 민망한 그런 장면이 있다"고 짚었다.

윤성은 평론가는 EBS '윤성은의 문화읽기'에서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표현 수위가 15세는 무난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영화가 워낙 몰입도가 높다 보니 문제의 장면이 조금 더 자극적으로 다가온다. 가족 단위로 관람하시는 분들이 참고하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양경미 평론가는 "후반부 폭력신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벌어진 것으로 관객들이 느끼는 정도가 더 컸을 것"이라며 "애정신 같은 경우는 엿보기 특성이 커서 관객들이 더 몰입하게 된다. 다만 직접적인 노출 장면이 없고, 폭력성도 다른 15세 등급과 비교했을 때 무리가 없다고 본다"고 짚었다.

이어 "등급을 매길 때는 눈에 보이는 정도가 중요하지 관객들이 느끼는 심리적인 요인까진 고려하기 어렵다"라며 "'독전'이나 '마녀', '곡성' 같은 경우는 폭력성이 지나치게 표현돼서 15세 등급이 논란이 됐지만, '기생충'은 오히려 절제된 표현으로 영리하게 연출했다"고 분석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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