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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이정은 "제가 무섭다고요? 나름 귀염상인데"

  • [데일리안] 입력 2019.06.17 09:09
  • 수정 2019.06.22 15:20
  •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영화 '기생충'서 문광 역

"주·조연 상관 없이 출연"

배우 이정은은 영화 배우 이정은은 영화 '기생충'에서 문광 역을 맡았다.ⓒ윌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서 문광 역
"주·조연 상관 없이 출연"


"저도 그 장면이 그렇게 무섭게 나올지 몰랐어요."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에서 극의 분위기를 바꾼 이정은(49)이 웃으며 말했다. 그가 맡은 문광은 주인공 박 사장(이선균) 집의 가사 도우미다. 은광은 극 중반부터 예기치 못한 사건을 일으키는 장본인. 문광의 등장으로 극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벌어지는 예기치 않은 사건을 그린 '가족 희비극'이다.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 영화는 국내에서 7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중이다.

11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정은은 "팀플레이가 좋았다는 얘기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며 "좋은 결실을 봐서 또 좋다"고 밝혔다.

이정은은 '마더'(2009) 단역, '옥자'(2017)의 옥자 목소리 연기로 봉 감독과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옥자' 촬영이 끝난 후 봉 감독은 이정은에게 내년 스케줄을 비우라고 주문했다. 당시 '미스터 션샤인'을 준비하던 이정은은 봉 감독의 콘티를 받았다. '재밌고 이상한 작품'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봉 감독은 "앞으로 재밌고 이상한 영화를 찍고 싶다"고 했고, 이정은은 "재밌게 연기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옥자' 때까지 캐릭터를 철저하게 준비한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부담감을 내려놓았다.

봉 감독과 세 번째 호흡한 그는 '봉준호의 페르소나'라는 평가에 대해 "저도 페르소나인가요?"라고 웃은 뒤 "배우로서는 '어떤 사단'에 갇히지 않으려 한다"고 강조했다.

'기생충'은 우리 옆집에 살 것 같은 평범한 두 가족을 내세운다. 봉 감독은 형편이 다른 두 가족이 만나는 과정을 통해 현시대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한다.

이정은은 "대본을 읽을수록 이야기가 와닿았다"면서 "빈부 격차나 계급 사회를 다룬 작품이 드문데, 한국에서 좋은 영화가 탄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전했다.

배우 이정은은 영화 배우 이정은은 영화 '기생충'에서 문광 역을 맡았다.ⓒ윌엔터테인먼트

이정은이 맡은 문광은 영화의 장르를 바꾸는 역할을 한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우비를 입고, 박사장네 집 초인종을 눌렀을 때 긴장감이 배가 된다. 떨리는 듯하면서 다급한 목소리도 인상적이었다. "그 장면이 그렇게 화제가 될 줄 몰랐어요. 저 스스로 '귀염상'이라고 생각해서 누군가에게 공포를 줄 수 있을까 걱정했답니다. 하하. 감독님은 최대한 예의 바르고 친절하게 연기하라고 하셨어요. 감독님의 연출력 덕에 장면이 잘 살아났어요."

문광이 문을 여는 장면에 대해선 "처음엔 의아했고, 나도 궁금한 장면"이라며 "감독님이 다 구상한 장면"이라고 전했다.

'종북 개그'도 소화한 그는 "문광의 처지를 나타낸 장면"이라며 "북한 앵커 방송, 개그맨들의 방송을 참고하며 연습했다. 문광의 상황을 나타내는 장면이라 슬프기도 하다. 칸 영화제 시사회 때 '빵' 터졌다"고 말했다.

서울 토박이인 그는 사투리 연기에 특화된 배우로 꼽힌다. 주변에선 그가 쓰는 서울말도 사투리도 들린단다. 언어에 관심이 있다는 배우는 "연극 무대에서나 다양한 작품을 통해 사투리를 많이 경험했다. 사투리 연기가 잘 안 될 때는 안타까워서 울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욕 연기에 대해선 "한 방에 날리는 욕을 시원하게 하려고 했다"고 웃었다.

기택 네 가족과 싸움은 긴장감을 자아낸다. 빈자들의 이야기라서 어느 쪽도 더 나빠 보이지 않았으면 했다. 관객들이 기택 네나 문광 네 둘 다에 감정 이입할 수 있도록 연기했다.

1991년 연극 '한여름밤의 꿈'으로 데뷔한 이정은은 30년 가까이 무대, 스크린, 안방극장을 오가며 내공을 쌓았다. '오 나의 귀신님'(2015) 속 서빙고로 얼굴을 알린 그는 이후 다양한 작품에 꾸준히 출연했다.

특히 김은숙 작가의 '미스터 션샤인(2018)에서 함안댁으로 분해 '함블리'라는 애칭을 얻어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아는 와이프'(2018), '미쓰백'(2018), '눈이 부시게'(2019), '미성년'(2019) 등에 출연하며 그야말로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배우 이정은은 영화 배우 이정은은 영화 '기생충'에서 문광 역을 맡았다.ⓒ윌엔터테인먼트

이정은은 작은 역할이라도 존재감을 뽐낸다. 그는 "제가 맡은 인물이 어떻게 연기해야 이야기에서 잘 살아날까 고민하는 편"이라며 "너무 밋밋하게 하는 건 아닌가 걱정했는데, 크게 욕심내지 않고 역할을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미성년'에도 출연한 그는 짧은 등장에도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다. "'미성년'에서 맡은 역할 같은 사람이 현실에 존재한다"며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방파제에 많이 갔다. 좋은 반응을 들을지 몰랐다"고 했다.

연극 무대 출신인 그는 "큰 극장보다는 소극장에서 소소하게 할 수 있는 이야기에 끌린다"면서 "연극 무대에 다시 서려면 스케줄을 다 빼고 연극에 집중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무대 올라가는 게 너무 좋았어요. 무대에서 내려오면 심심했고요. 제 역할을 누군가 꿈꾼다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이정은이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이미지는 '친근함'이다. 이야기와 이미지, 캐릭터가 잘 어울린다면 작품을 선택한다. "사람들이 절 신스틸러라고 부르지만, 저는 제가 맡은 배역이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주연과 같은 마음으로 연기해요. 주연이 지닌 무거운 책임감을 알고 있죠. 저는 제 남은 생을 무거운 책임감으로 보내고 싶진 않아요. 배우한테 가장 좋은 꿈은 연기를 가장 즐겁게 하는 거죠. 제가 나왔으면 사람들이 즐거웠으면 하고, 눈물을 머금었으면 합니다."

이정은은 또 다른 도전을 꿈꾼다.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작품을 찍는 거다.

'미스터 션샤인'으로 '함블리'(함안댁+러블리)라는 수식어를 얻은 그는 '기생충'으로 전혀 다른 얼굴을 선보였다. "감독이 만들어내는 비주얼이 강했어요. 전 사실 정말 귀여운 사람이거든요. 호호."

싱글인 그는 결혼 얘기가 나오자 "저 연애 많이 했어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결혼과는 연이 안 닿았을 뿐이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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