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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위험 커지는데…지방은행 리스크 관리 '경고등'


입력 2019.06.14 06:00 수정 2019.06.14 06:04        부광우 기자

지방은행 평균 금리EaR 11.4%증가, 시중은행 감소와 대조

세계 각국 기준금리 '만지작'…금융 변동성 확산 위기감 커

지방은행 평균 금리EaR 11.4%증가, 시중은행 감소와 대조
세계 각국 기준금리 '만지작'…금융 변동성 확산 위기감 커


국내 지방은행 금리 EaR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지방은행 금리 EaR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지방은행들의 금리 변동 위험에 대한 대응력이 올해 들어 대부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각국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조정이 가시화하면서 변동성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대형 시중은행들이 대비를 강화하고 있는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지방은행들의 경우 금융 시장 불안에 더욱 취약할 수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에 한층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18개 은행 전체의 금리 EaR(Earning at Risk)은 1조9665억원으로 전년 말(2조441억원) 대비 3.8%(776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리 EaR은 단기적인 시장 금리 움직임이 은행의 이익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수치로, 대표적인 리스크 관리 지표다. 특정 시점에서 금리가 은행에 불리한 방향으로 2%포인트 변동했을 때 향후 1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순이자이익 최대 감소폭 추정치를 나타낸다. 즉, 이 금액이 줄었다는 것은 금리 변동에 의한 잠재 위험도 낮아졌다는 얘기다.

이처럼 국내 은행들의 금리 리스크는 대체적으로 축소 흐름을 보였지만, 자세히 분류해 보면 사뭇 사른 움직임이 포착됐다. 그 중에서도 지방은행들의 위기 대응력이 나빠진 것으로 분석되며 우려를 자아냈다. 실제로 국내 6개 지방은행들의 금리 EaR은 같은 기간 3092억원에서 3444억원으로 11.4%(352억원) 늘었다.

은행별로 보면 BNK부산은행의 금리 EaR이 1138억원에서 3.9%(44억원) 증가한 1182억원으로 최대를 기록했다. 지방은행들 중 이 액수가 1000억원을 넘는 곳은 부산은행이 유일했다. 다음으로 DGB대구은행이 611억원에서 830억원으로, BNK경남은행이 778억원에서 798억원으로 금리 EaR이 각각 35.8%(219억원)와 2.6%(20억원)씩 늘며 뒤를 이었다. 광주은행의 해당 수치도 325억원에서 423억원으로 30.2%(98억원) 증가했다.

제주은행의 금리 EaR은 93억원에서 67억원으로 28.0%(26억원) 감소했지만, 워낙 규모가 작은 까닭에 지방은행 전반의 리스크 악화를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밖에 전북은행은 147억원에서 144억원으로 다소(2.0%·3억원) 줄었지만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정도였다.

반면 주요 대형 은행들의 금리 위험 대응력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한국씨티·SC제일은행 등 6개 시중은행들의 총 금리 EaR은 1조3044억원에서 1조388억원으로 20.4%(2656억원) 감소했다. 씨티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5개 시중은행의 금리 EaR이 일제히 줄었다. 씨티은행의 금리 EaR만 174억원에서 233억원으로 33.9%(59억원) 늘었지만, 그 액수 자체는 제일 적어 영향은 미미했다.

이 같은 은행들의 리스크 대응 상황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최근 안팎으로 금리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우선 국내에선 지난 5월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해 첫 소수의견이 등장하며 금리 인하론이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해 말 한 차례 인상한 이후 이번까지 기준금리를 기존 수준인 연 1.75%로 동결했지만, 시장의 관심은 조동철 금통위원이 제시한 0.25%포인트 인하 소수의견에 모아졌다. 이는 올해 모든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금리동결 결정을 내려오던 금통위에 처음으로 등장한 이견이었다.

그 동안 금리 인하를 일축해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연내 금리를 인하 쪽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시그널을 내보였다. 최근 리처드 클래리다 연준 부의장은 "세계 경제 및 금융 전개 상황이 중대한 하방 위험을 나타내면 현재 금리에 대한 입장을 재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흥국들의 금리도 줄줄이 내려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인도와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고, 다음 달에는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이 금리 인하 행렬에 동참했다. 뉴질랜드와 아이슬란드, 스리랑카도 지난 달 금리를 낮췄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제 불황이 선진국을 넘어 신흥국으로까지 번지면서 금리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계속 커지고 있는 시점"이라며 "한은이 아직 기준금리 조정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시장에서는 인하에 대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대마불사를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금융사 규모가 클수록 시장 불안에 대한 대응 여력도 큰 것이 일반적"이라며 "금융 시장 변동성 확대가 생각보다 커질 경우 시중은행보다는 지방은행이 먼저 문제를 겪게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좀 더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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