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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현대제철 곡소리 울리니 '뒷북' 대책 찾는 정부


입력 2019.06.14 06:00 수정 2019.06.14 06:04        조인영 기자

정부·지자체·철강업계·환경단체 포함 '민·관 거버넌스' 마련

3개월 뒤 방지대책 나올 듯…업계 "개선책 마련할 때까지 행정처분 유예해야"

정부·지자체·철강업계·환경단체 포함 '민·관 거버넌스' 마련
3개월 뒤 방지대책 나올 듯…업계 "개선책 마련할 때까지 행정처분 유예해야"


포스코 광양제철소 열연제조공정 장면.ⓒ포스코 포스코 광양제철소 열연제조공정 장면.ⓒ포스코

지자체가 철강사에 내린 '용광로(고로) 조업정지 10일' 행정처분에 대한 논란이 갈수록 커지자 정부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객관적으로 대기오염물질 배출 여부를 조사하고 기술 또는 제도 개선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당장 고로 가동 중단이 임박한 상황에서 정부의 중재가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12일 경북도와 전남도, 충남도 등 브리더(bleeder) 오염물질 배출 관련 처분권을 가진 지방자치단체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참여하는 회의를 열고 '민·관 거버넌스'를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민·관 거버넌스는 정부와 지자체, 환경단체, 철강업계, 관련 전문가 등 15명 내외로 구성된다. 앞으로 3개월간 브리더 개방 시 오염물질 수준을 조사하고 일본이나 유럽 등 해외 제철소 운영사례와 관리사례 등을 조사할 예정으로, 최종적으로 대기오염물질 저감을 위한 기술적인 대책 및 제도 개선안을 내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정용 환경부 대기관리과장은 "일본이나 유럽 등 해외 법령, 관리 사례들을 살펴보고 기술이나 제도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지를 따져볼 예정"이라며 "조사를 마친 후엔 개선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관 거버넌스, 대기오염 수준·저감 기술·제도 개선 방안 등 다각적 검토

정부가 거버넌스를 운영키로 한 것은 앞으로도 철강사들은 앞으로도 고로 브리더 개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고로는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생산하는 설비로, 고로 특성상 안전성 확보를 위해 연간 6~8회 정비를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송풍을 멈추고 고로 내부에 수증기를 주입하는 데 이 때 주입된 수증기와 잔류가스의 안전한 배출을 위해 고로 상단에 있는 브리더를 개방한다.

지자체는 브리더 임의 개방은 현행법상 명백한 위법이므로 행정처분 대상이라고 말한다. 대기환경보전법에서는 방지 시설을 거치지 않고 오염물질을 배출할 수 있는 공기 조절장치를 설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화재나 폭발 등의 사고를 예방할 필요가 있어 시·도지사가 인정하는 경우에는 예외를 두고 있다. 지자체들은 정비·보수 공정은 예외 상황이라고 규정돼있지 않으며 인·허가 없이 임의로 오염물질을 배출한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배출되는 잔류가스는 2000cc 승용차가 하루 8시간 운행 시 10여 일간 배출되는 양으로 대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이 철강업계의 주장이다.

철강업계는 브리더를 여는 것 외에 다른 기술적인 대안이 없다고도 말한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지난 4일 "전세계적으로 고로를 수리할 때 브리더를 여는 것 외에 다른 방법으로 집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언급해 고로를 정지한 후 다시 가동하더라도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시사했다.

고로 조업 및 안전밸브 개방 프로세스. ⓒ한국철강협회 고로 조업 및 안전밸브 개방 프로세스. ⓒ한국철강협회

◆철강업계 "합리적 제도 보완이 해결책" 호소

철강업계는 조업정지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전개하면서 정부의 발표를 기다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 2고로 가동을 10일간 중단하라는 충남도의 통보에 지난 7일 국민권익위원회 산하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집행정지 신청 및 행정심판 청구를 냈다.

중앙행정심판위가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조업 정지 처분은 행정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보류된다. 행정심판까지 약 5~6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포스코의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도 마찬가지다. 지난 4월 24일 전남도는 광양제철소에 조업정지 10일이라는 행정처분을 사전 통지한 데 이어 오는 18일 행정처분 관련 전남도청에서 청문회를 연다.

청문 절차가 끝나면 행정 처분을 확정할 방침이다. 경북도 역시 포항제철소와 같은 10일 조업정지를 사전통지한 상태로 포스코는 지난 11일 경북도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청문을 신청했다. 환경부도 각 지자체에 거버넌스가 대안을 마련하는 동안 행정처분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처분권이 지자체에 있는 만큼 중앙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다. 이에 포스코는 청문 결과에 따라 행정심판을 건너 뛰고 바로 사법부에 집행 가처분 신청 및 조업정지 취소 소송을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심판의 경우 뒤집히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실효성을 위해서는 직접소송을 전개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미 철강사들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2조원 가량 투자를 진행중"이라며 "당장 고로를 멈춰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히는 것 보다는 충분한 논의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행정처분을 유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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