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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독 반란’ 한국 축구사, 어떻게 다시 썼나


입력 2019.06.16 03:18 수정 2019.06.16 07:50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남아공전 제외한 전 경기 역배당 뒤집어

결승 우크라이나전 패배에도 이강인 골든볼

이번 대회는 한국 축구 역사상 최대 성과로 기억될 전망이다. ⓒ 대한축구협회 이번 대회는 한국 축구 역사상 최대 성과로 기억될 전망이다. ⓒ 대한축구협회

한국 U-20 월드컵 축구대표팀의 기적과 같은 기세는 우승컵에는 닿지 못했다.

정정용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은 16일(한국시각) 폴란드 우치 스타디움서 시작된 ‘2019 U-20 월드컵’ 결승전에서 VAR 판정을 거친 뒤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이강인이 전반 5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렸지만, 이후 주도권을 내주며 3골을 허용하고 1-3으로 패했다.

아쉽게 우승 트로피를 놓쳤지만 태극전사들은 한국 남자축구 사상 첫 FIFA 주관대회 결승 진출에 이어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차지하는 역사를 쓰면서 대회를 마무리했다.

'막내 에이스' 이강인은 우승에 실패하고도 2골·4도움으로 대회 골든볼을 차지하는 영광을 안았다.

대표팀은 17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정오에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환영 행사에 참석한다.

이번 대회는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성과를 올린 대회로 기억될 전망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가 FIFA 주관 대회 남자 대표팀 첫 결승전 무대였다. 앞서 한국 축구는 ‘붉은 악마’ 호칭을 얻었던 1983년 세계 청소년 선수권 대회(현 U-20 대회) 4위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4위), 그리고 U-23 대표팀이 출전했던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3위)이 최대 성과였다.

당초 정정용호의 이번 대회 목표는 16강 진출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 조에 속한 팀들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우승 후보인 아르헨티나, 포르투갈과 속했고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남아공을 반드시 잡은 뒤 3위 상위 네 팀에 주어지는 와일드카드 획득을 노린다는 심산이었다.

포르투갈과의 첫 경기서 0-1로 패하며 계획이 어그러지는 듯 보였다. 다행히 남아공을 1-0으로 잡아내며 기사회생했고, 아르헨티나와의 최종전서 최소 무승부 이상 거둔다는 전략이었다. 그리고 첫 번째 이변을 만들어낸다.

대표팀은 이강인의 환상적인 어시스트 2개를 앞세워 2-1 승리를 거두는 이변을 토했다. 성인 선수 못지않은 정확하고 날카로운 크로스에 국내 축구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껏 한국 축구에서 볼 수 없었던 세계 수준의 패스 질이었기 때문이었다.

한일전으로 치러진 16강전은 정정용 감독의 전략이 돋보인 경기였다. ⓒ 대한축구협회 한일전으로 치러진 16강전은 정정용 감독의 전략이 돋보인 경기였다. ⓒ 대한축구협회

16강 상대는 일본이었다. 대표팀은 점유율을 중시하는 일본과 마주해 공을 쉽게 가져오지 못할 정도로 철저하게 밀렸다. 하지만 이는 상대를 완벽히 분석한 정정용 감독의 전략이었다.

정 감독은 후반 들어 빠른 역습을 주문했고 선수들이 이를 잘 이행하면서 후반 종료 직전 오세훈의 극적인 결승이 터졌다. 8강 진출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였고, 한일전 승리로 사기가 하늘을 찔렀다.

8강 상대 세네갈은 이번 대회 우승후보로 꼽힌 팀이다. 특히 성인 못지않은 강력한 피지컬이라 예상대로 한국이 고전하는 흐름이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입증한 이강인. ⓒ 대한축구협회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입증한 이강인. ⓒ 대한축구협회

VAR(비디오판독)의 효과를 톡톡히 봤던 세네갈전이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장면이 수차례 연출됐고, 결국 승부차기까지 가는 흐름 속에 한국이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면서 36년만의 4강 진출을 이뤄냈다.

에콰도르전도 쉽지 않았다. 공격적 성향이 강한 에콰도르를 상대로 이번에는 공격 맞불 작전을 놓았다. 대표팀은 움츠려들 것이라는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전반 시작과 동시에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다.

에콰도르 선수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전반 종료 직전 이강인의 재치 있는 패스를 최준이 마무리 지으며 결승골을 뽑아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의 경기서 나온 디에고 마라도나-클라우디오 카니자의 골을 연상케 한 명장면이었다.

대표팀은 해외 베팅 사이트로부터 조별리그 남아공전을 제외한 전 경기 열세라는 박한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대표팀은 결승까지 올라 한국 축구 최대 성과를 이끌어내며 금의환향할 수 있게 됐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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