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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 감독 수난사…‘이탈리안 잡’ 종지부?


입력 2019.06.15 00:11 수정 2019.06.15 14:39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사리 감독, 이적 형태로 첼시 떠나 유벤투스행

후임 램파드 부임하면 이탈리아 출신과 종지부

첼시와의 결별이 기정사실화된 사리 감독. ⓒ 게티이미지 첼시와의 결별이 기정사실화된 사리 감독. ⓒ 게티이미지

잦은 감독 교체가 늘 고민인 첼시가 이탈리아 출신 사령탑과의 인연에 종지부를 찍을 전망이다.

영국 BBC는 14일(한국시각) "첼시와 유벤투스가 사리 감독 거취와 관련해 합의를 마쳤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양 구단의 수뇌부는 협상에 나섰고 유벤투스는 사리 감독을 데려가며 보상금 500만 파운드(약 75억 원)를 건넬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공신력 있는 BBC의 보도라 신뢰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사리 감독과의 결별은 일찍부터 점쳐진 사안이지만 일각에서는 다소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부임한지 고작 한 시즌이 지났고 우승 트로피(UEFA 유로파리그)를 안긴 사령탑이기 때문이다.

물론 사리 감독은 올 시즌 첼시를 지휘하며 팀을 완벽히 장악하지 못했다는 비난에 시달려왔다. 여기에 특정 선수에 대한 지나친 편애와 고집스러운 전술 운용 등은 첼시라는 빅클럽을 이끌기에 부족한 면이 많다는 의견도 상당했다.

결국 구단 수뇌부는 감독 교체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상호해지가 아닌 이적 수순을 밟아 보상금까지 얻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사리 감독의 후임으로는 이번 시즌 더비 카운티를 이끌고 뚜렷한 성과를 냈던 첼시 레전드 프랭크 램파드가 유력하다. 램파드가 선임될 경우 첼시는 오랫동안 이어졌던 이탈리아 출신 감독과의 인연에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첼시의 이탈리아 출신 사령탑 사랑은 남다르다. 지금까지 총 6명의 이탈리아 감독들과 함께 했었는데 이는 자존심 강한 축구 종가 잉글랜드 클럽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숫자다.

이는 첼시의 주변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런던을 연고로 하고 있는 첼시는 런던 서부 해머스미스-풀럼구에 홈구장이 위치해있다. 런던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유명한 이 지역은 이탈리아계 이민자가 많이 거주하는 곳이기도 한데 이는 첼시 성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인수하기 전, 첼시는 ‘용병구단’이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를 갖고 있었다. 외국인 선수 비율이 유독 많았고 그 중에서도 이탈리아 출신 선수들이 상당했다. 팀의 레전드로 추앙받는 지안루카 비알리, 지안프랑코 졸라, 로베르토 디 마테오가 대표적이다.

감독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잉글랜드 무대를 밟아본 이탈리아 출신 사령탑은 모두 12명이며 이들 중 절반인 6명이 첼시 지휘봉을 잡았다.

이탈리아 출신 최초의 첼시 사령탑은 선수 겸 감독으로 유명한 지안루카 비알리다. 1996년 루드 굴리트 전 감독의 부름을 받아 첼시에 입성한 비알리는 입단 1년 반 만인 33세 나이에 덜컥 감독 자리에 올랐다.

첼시는 플레잉 감독인 비알리 체제에서 상당한 성과를 이뤘다. 부임 첫 해 UEFA 컵위너스컵 우승을 차지했고, 리그컵 정상에도 올랐다. 이듬해에는 레알 마드리드를 제치고 UEFA 슈퍼컵을 차지했으며 리그에서도 1970년 이후 가장 높은 3위에 오른다.

1999-00시즌 FA컵과 2000-01시즌 채리티 실드(현 커뮤니티 실드)를 들어 올렸지만 리그 시작 5경기 만에 돌연 경질된 비알리다. 이유는 선수들과의 불화였다. 하지만 1년 반 동안 무려 5개의 우승을 차지한 그는 첼시 팬이 모두가 인정하는 레전드로 추앙받고 있다.

우승 경력을 지닌 역대 첼시 감독. ⓒ 데일리안 스포츠 우승 경력을 지닌 역대 첼시 감독. ⓒ 데일리안 스포츠

비알리에 이어 부임한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은 이탈리아 출신 첼시 감독들 중 유일하게 무관에 그쳤지만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재임 기간 팀을 인수한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가차 없이 그를 경질하고 만다.

세 번째 이탈리아 감독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해 선임된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었다. AC 밀란의 챔피언스리그 2회 우승을 견인했던 안첼로티는 2년간 프리미어리그와 FA컵을 품었지만 정작 빅이어를 가져오지 못하면서 팀을 떠나야만 했다.

로베르토 디 마테오는 첼시 역사상 가장 극적인 순간을 맞이한 감독이다. 안드레 빌라스 보야스 감독 후임으로 임시 감독직에 오른 그는 그토록 염원하던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에게 안겼다. 여기에 FA컵 우승은 덤이었다. 하지만 애초부터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구단 수뇌부는 이듬해 정식 감독으로 앉힌 뒤 성적이 부진하자마자 가차없이 경질 수순을 밟았다.

안토니오 콘테는 ‘쓰리백’ 전술이라는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부임 두 시즌 간 리그와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그 역시 선수들과의 불화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사리 감독에게 바통을 넘긴 뒤 런던을 떠났다.

지금까지 첼시가 수집한 우승 트로피는 총 24개(슈퍼컵 등 이벤트성 대회 제외)다. 이 중 16개가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부임한 이래 이뤄졌고, 절반에 살짝 못 미치는 10개가 이탈리아 감독 손에 이뤄졌다. 하지만 길고 길었던 이탈리아 출신 감독과의 인연도 이대로 종식을 고하려 하고 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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