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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부작용 사측에 떠넘긴 기아차 노조..."잔업 복원하라"


입력 2019.06.18 11:15 수정 2019.06.18 13:10        박영국 기자

사측, 수당 50% 인상에 잔업 폐지…조합원 실질임금 하락

과거 소급분 목돈만 챙기고 부작용은 "회사가 책임져"

사측, 수당 50% 인상에 잔업 폐지…조합원 실질임금 하락
과거 소급분 목돈만 챙기고 부작용은 "회사가 책임져"


경기도 광명시 기아차 소하리공장 전경.ⓒ데일리안 경기도 광명시 기아차 소하리공장 전경.ⓒ데일리안

통상임금 소송 1·2심에서 승소한 뒤 사측과의 협상을 통해 거액의 소급분을 손에 쥐게 된 기아자동차 노조가 사측의 연장근로 미실시로 실질 임금이 감소하자 잔업 복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에 따른 수혜는 수혜대로 입고, 그로 인한 부작용은 감수하지 않겠다는 논리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기아차 노조)는 지난 13일 2019년 임금협상 1차 본교섭에서 사측에 별도요구안 중 하나로 ‘잔업복원’을 제시했다.

노조가 임금협상 테이블에서 잔업복원을 요구한 것은 사측의 잔업 폐지로 실질임금이 줄어든 조합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커졌기 때문이다.

노조 내부 소식지를 통해 “잔업·특근 축소 등으로 조합원 실질임금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잔업·특근이 없는 조합원은 과거대비 평균임금 하락으로 임금하락폭이 더 커져가고 있다”고 밝혔다.

기아차는 지난 2017년 8월 노조가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며 낸 소송 1심 판결에서 패소한 이후 평일 근무시간 이후 잔업은 사실상 폐지하고 주말 특근도 최소화해 시행하고 있다.

수당 산정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에 상여금 등이 포함되며 기준액수가 50%가량 늘어나게 되자 비용 부담이 커져 아예 잔업·특근을 축소한 것이다. 잔업·특근 수당은 통상임금의 150%다.

이는 올해 3월 기아차 노사가 통상임금 관련 합의로 소송을 종결지은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당시 합의로 노조는 과거 미지급분으로 평균 1900여만원의 목돈을 손에 쥐게 됐고, 이후 발생하는 연장수당, 심야수당, 휴일수당, 연차수당 등도 과거보다 50%가량 높아진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해 지급받게 됐지만 잔업 폐지와 특근 축소로 연장수당과 심야수당은 유명무실화 되며 실질 수령액은 오히려 줄었다.

회사측은 통상임금 판결 이전부터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돼 수당 산정기준이 오를 경우 잔업을 실시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박한우 기아차 사장은 지난 2017년 통상임금 1심 판결을 앞두고 “자동차 산업 특성상 잔업이 많은데, 앞으로 상여금이 통상임금이 되면 현재보다 50% 이상 더 줘야 한다”면서 “현대차와 기아차가 똑같이 잔업하는 데 기아차가 현대차의 1.5배를 지급하는 식이라면 잔업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기아차 노조도 통상임금 소송의 결과가 잔업 폐지와 그에 따른 실질임금 하락으로 이어질 것임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길을 택했고, 그 결과로 과거 소급분이라는 목돈을 얻은 대신 실질임금 하락을 감수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그래놓고 ‘잔업복원’을 통해 과거보다 50% 높은 잔업수당을 기어이 받아내야겠다고 회사측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회사측으로서는 수용이 불가능한 부분이다. 수당 상승에 따른 비용부담 뿐 아니라 같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차에서의 분란 발생 우려 때문에라도 잔업을 시행하기 힘들다.

기아차 근로자들만 잔업수당을 기존보다 50% 더 받는다면 현대차 노조가 들고 일어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박한우 사장도 과거 이런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더구나 기아차는 올 들어 내수판매가 급격히 줄고 주문이 밀린 인기모델도 없어 굳이 잔업을 실시할 이유도 없다. 올해 1~5월 기아차의 내수 판매는 20만465대로 전년 동기 대비 9.6%나 감소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통상임금 이슈가 발생한 지난 2017년 4분기 이후 잔업은 사실상 실시하지 않고 있고, 특근도 불가피한 경우에만 실시하고 있다”면서 “요즘은 생산 수요도 통상적인 작업량을 초과할 만큼 많지 않기 때문에 잔업이 필요한 상황도 아니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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