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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베스 3년차' 농협은행, 악성 대출 정리 '안간힘'


입력 2019.06.25 06:00 수정 2019.06.24 17:49        부광우 기자

6대銀 1년 이상 연체 대출 8929억…전년比 4652억 감소

농협은행만 2000억 가까이 감축…체질 개선 마무리 수순

6대銀 1년 이상 연체 대출 8929억…전년比 4652억 감소
농협은행만 2000억 가까이 감축…체질 개선 마무리 수순


국내 6대 은행 1연 이상 연체 대출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6대 은행 1연 이상 연체 대출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6대 은행들이 내준 대출에서 한 해가 넘도록 상환이 연체되고 있는 악성 채권의 규모가 1년 새 5000억원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 중에서도 NH농협은행이 이를 2000억원 가까이 감축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아직 다른 은행들에 비해 악성 대출이 많기는 하지만, 과감히 잠재적 부실까지 털어내는 빅배스를 결단한지 3년째를 맞아 농협은행의 체질 개선은 이제 거의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든 모양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농협·IBK기업은행 등 국내 6대 은행이 보유한 대출채권 가운데 1년 이상 연체된 액수는 총 8929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581억원) 대비 34.3%(4652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보면 농협은행의 장기 연체 대출이 가장 많이 줄었다. 농협은행의 1년 이상 연체 대출채권은 2951억원으로 같은 기간(4724억원) 대비 37.5%(1773억원) 축소됐다. 이어 국민은행이 1695억원에서 60.1%(1018억원) 감소한 677억원으로 1000억원 대의 감소폭을 나타냈다.

다른 은행들도 대부분 악성 채권을 줄이는데 성공했다. 하나은행은 2301억원에서 1477억원으로, 우리은행은 1863억원에서 1168억원으로 각각 35.8%(824억원)와 37.3%(695억원)씩 1년 이상 연체 대출채권이 감소했다. 기업은행 역시 같은 종류의 채권이 2525억원에서 2062억원으로 18.3%(463억원) 줄었다. 신한은행만 1년 넘게 연체된 대출이 473억원에서 25.6%(121억원) 늘어난 594억원을 기록했지만, 그 액수는 조사 대상 은행들 중 최소였다.

이처럼 농협은행의 여신 건전성이 이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주요 은행들보다 장기 연체 대출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기업은행을 제외한 4대 시중은행들에 비해 농협은행의 전체 대출 규모가 작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부실 대출은 한층 커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농협은행의 악성 대출 추이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그 정리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는데 있다. 2017년 말까지만 해도 농협은행이 가진 대출채권에서 1년이 넘도록 상환되지 않고 있는 금액은 5278억원에 달했다. 그런데 올해 초 이 같은 대출이 2000억원대 후반까지 축소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과 2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이를 절반 가까이 해소한 셈이다.

이는 몇 년 전 농협은행이 단행한 빅베스의 연장선로 풀이된다. 빅베스는 누적된 손실을 회계장부상에서 최대한으로 털어버리는 경영 방식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이 때문에 빅베스를 결정한 시점에 기업의 실적이 크게 악화되는 부작용이 있지만, 잠재적 악재를 미리 해소함으로써 장기적인 경영 환경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농협은행은 조선·해운업의 부실이 가시화 하던 2016년 당시 5조7000억여원에 달하던 관련 업종 익스포저를 3조원 넘게 줄였다. 익스포저는 금융사의 자산에서 특정 기업이나 국가와 연관된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 과정에서 농협은행은 부실에 대비해 미리 쌓아놓는 대손충담금을 추가로 1조3000억여원이나 감당해야 했다.

이후 농협은행의 실적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빅베스를 가져갔던 2016년 농협은행의 순이익은 580억원에 그쳤지만, 이듬해인 2017년에는 6531억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1조2181억원까지 성장하며 마침내 순이익 1조원을 넘어섰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농협은행의 올해 1분기 순익은 366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176억원)보다 15.3%(486억원)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도 농협은행의 부실대출이 경쟁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기는 하지만 지속적인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힘입어 실적도 한층 안정적 기반을 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은행의 빅베스는 금융권 내에서도 높이 평가되는 사례"라며 "관련 작업은 현재 거의 끝났다고 보고, 이를 기반으로 지금부터는 새로운 성장 발판을 찾는데 주력해 할 것"이라고 전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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