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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출범 후 악화일로…대일관계 2년史


입력 2019.07.03 01:00 수정 2019.07.03 05:50        이슬기 기자

대법원 '강제징용배상' 판결 후 '위안부합의' 파기

"외교문제가 안보‧경제에 불똥 튀게 해선 안 된다"

대법원 '강제징용배상' 판결 후 '위안부합의' 파기
"외교문제가 안보‧경제에 불똥 튀게 해선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1월 필리핀 마닐라 필리핀국제컨벤션센터(PICC)에서 열린 제12차 동아시아정상회담(EAS)에 참석해 회담에 앞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1월 필리핀 마닐라 필리핀국제컨벤션센터(PICC)에서 열린 제12차 동아시아정상회담(EAS)에 참석해 회담에 앞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전면전 양상을 띠고 있다. 외교 갈등이 무역전쟁으로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정치권은 물론 경제계까지 초긴장 상태다.

문재인 정부의 ‘청산 바람’이 대외 문제로 확대되면서 한일 관계에 대형 악재가 터진 셈이다.

지난해 초 문재인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파기하기로 한 것이 본격적인 갈등의 단초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일 양국간 합의 사실을 부인할 수 없고 일본과의 관계를 잘 풀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매듭은 풀어야 한다”며 “위안부 합의는 잘못된 매듭”이라고 말했다.

물론 일본 측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정권이 바뀌더라도 책임을 갖고 실시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원칙”이라며 “한국 측이 추가적인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우리나라로선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대법원에서 일본 기업들에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면서 관계가 더 악화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이 강제징용 피해자 4명에게 강제노동에 대한 배상금으로 각각 1억원씩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이후 신일철주금이 판결에 따른 배상을 이행하지 않자 한국 내 자산 압류를 허용하는 등 강경 대응을 이어갔다.

같은해 11월 우리 정부는 위안부 합의 파기를 공식화하고 일본 정부의 출연금 10억 엔으로 설치한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기로 결정했다. 재단 설립 2년4개월 만으로, 전 정부가 2015년 말 마무리 지은 한일 위안부 합의가 피해 할머니들의 동의 없이 이뤄졌다는 시민단체의 반발을 받아들인 셈이다. 이에 일본 측은 “한일 합의에 비춰 재단 해산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12월에는 해상 경계 업무와 관련한 ‘초계기-레이더’ 논란까지 불거졌다. 일본 측이 먼저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 레이더를 비췄다고 항의했고, 한국 역시 일본 초계기가 우리 해군함정을 향해 저공위협비행을 했다고 대응하며 갈등이 이어졌다.

양국 관계는 일본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8개월 만인 지난 1일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 조치를 내놓으며 또 다시 새로운 국면에 들어갔다. 일본은 세계 시장의 70~90%를 점유하고 있는 필수 반도체 제조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은 이번 조치가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 조치라는 점을 확인했다. 과거사 논란으로 얼어붙은 양국 관계가 무역전쟁의 초입까지 들어선 셈이다.

그러나 상황이 이렇게 될 때까지도 외교 채널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 소식이 첫 보도된 지난달 30일 전혀 “통보받은 게 없다”고 밝혔다.

기존 정부 외교 라인이 제구실을 못하는 상황에서 정치권까지 갈등을 부추겼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문 의장은 지난 2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왕이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자위대 초계기 레이더 논란으로 악화일로를 걷던 한일 관계에 일왕까지 논쟁 대상에 오르자 일본 국민들의 반한 감정도 극대화됐다.

일본 정치권도 차가운 양국 관계를 풀어보려는 노력을 별로 보이지 않았다. 지난 5월 윤상현 외교·통일위원장이 소속 의원들과 도쿄를 찾았을 땐 ‘코리아 패싱’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소홀한 대접을 받았다. 윤 위원장은 일본 중의원 외교위원장이 준비 단계에서부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결국 방일한 의원들은 결국 참의원 비례대표 초선인 와타나베 위원장 단 한 명만 만나고 돌아왔다.

결과적으로 한일 양국은 지난해 1월 터진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부터 강제징용 배상 판결(10월), 화해·치유재단 해산(11월), 초계기 레이더 논란(12월)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갈등도 봉합하지 못한 채 극단으로 달려가고 있다.

외교 전문가들은 과거사를 둘러싼 외교 문제가 안보와 경제 문제로 번지게 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청와대가 표방해온 대로 ‘투트랙’ 전략을 제대로 실행에 옮기라는 지적이다.

신범절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지금이라도 일본과의 경제협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강제징용 문제는 최대한 우회적 방법으로 푸는 한편 한일 간의 다양한 협력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외교 역량을 북한에만 쏟은 것이 문재인 정부의 근본적 문제”라고 덧붙였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국민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외교는 잘못됐다고 봐야 한다”며 “정부가 더 이상 강경대응으로 일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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