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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무역전 촉발위기…'체급' 비교해보니


입력 2019.07.06 02:00 수정 2019.07.07 20:25        이배운 기자

승자없는 공멸·출혈전 유력하지만…버틸 체력은 일본이 월등

조경엽 한국경제硏 연구위원 "한국, 미중 무역전쟁의 중국과 똑같은 처지될것"

"한국 성장 견인하는 핵심산업들 치명타…제2 외환위기 닥칠 수도"

승자없는 공멸·출혈전 유력하지만…버틸 체력은 일본이 월등
조경엽 한국경제硏 연구위원 "한국, 미중 무역전쟁의 중국과 똑같은 처지될것"
"한국 성장 견인하는 핵심산업들 치명타…제2 외환위기 닥칠 수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경제보복 실행단계에 들어간 가운데, 우리 정부도 강경대응을 시사했다.

한일 경제구조 특성상 양국의 경제 보복전은 뚜렷한 승패가 정해지는 것이 아닌 '누가 덜 손해를 보냐'는 무의미한 출혈전 및 공멸로 이어진다는 게 산학계의 중론이다.

그러나 일본은 미국과 중국의 뒤를 잇는 경제대국으로 무역전쟁 충격에 견딜 수 있는 '체력'이 우리 보다 월등하고, 휘두를 카드도 많아 한국의 '사실상 패배'가 유력하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일간 보복전 발발 시 한국은 미중 무역전쟁의 패자로 기록될 중국과 같은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며 "일본과 내수 규모의 차이, 기술격차 등을 고려하면 한국 기업의 회생 여력은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인구는 약 1억3000만명으로 한국보다 2.5배 많아 내수기반이 더욱 탄탄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 일본의 국내총생산(GDP)규모는 4조8000억 달러로 한국보다 3.2배 크고, 1인당 GDP는 3만8000 달러로 1.3배 많다.

지난해 한국의 총 수출액은 6000억 달러로 전세계 수출액의 3.1%(세계 6위)를 차지했고, 수입은 5400억 달러로 전세계 수입액의 2.8%(9위)를 기록했다. 일본의 수출액은 7300억 달러로 전세계 수출액의 3.8%(4위), 수입은 7500억 달러로 전세계 수입액의 3.8%(4위)를 차지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BBC 아베 신조 일본 총리 ⓒBBC

일본의 외환보유고는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은 1조2500억 달러로 4030억 달러인 한국 보다 3.1배 많다. 아울러 일본은 기축통화국으로서 공격적인 재정정책을 펼치는데 유리하다.

2017년 기준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에 속한 일본 기업은 51개로 한국 기업 15개 보다 3.4배 많다. 아울러 연구개발(R&D) 비용이 1조원이 넘는 일본 기업은 29개로 3개인 한국보다 훨씬 많다. 이는 앞으로도 한일 간 기술격차를 좀처럼 좁히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국은 대일본 교역에서 수입의 비중이 높은 반면, 일본은 대한국 교역에서 수출의 비중이 높다. 산술적으로 수출입 측면만 놓고 보면 일본의 피해가 더 클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부분이다. 문제는 일본에서 수입하는 제품 대부분이 소비재가 아닌 산업재이기 때문에 이들 공급이 막힐 경우 국가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일본산 수입품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은 반도체 소재와 반도체 제조용 장비·부품이다. 특히 반도체 공정의 핵심물질인 불화수소는 수입의 90%를 일본에 의존하고 있어 공급 차질을 빚을 경우 반도체 생산자체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 반도체 제조 장비·부품 수입은 일본에 32.9%를 의존하고 있으며 수입선을 돌리더라도 물류비용이 증가하는 탓에 가격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중국이 본격적으로 반도체 공급을 시작해 우리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 밖에도 대일 수입비중이 42%에 달하는 플라스틱, 철강(31%), 철강판(33.2%), 자동차부품(18.3%), 정밀화학(16.4%) 등 핵심 원자재 수급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으며, 이는 생산비용 상승과 그에 따른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청와대, BBC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청와대, BBC

기술격차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의 주창자 클라우스 슈밥이 제시한 '4차 산업혁명 12가지 분야' 중에서 한국은 ▲인공지능 ▲증강현실 ▲드론 등 분야에서 현재 일본과 경합이다.

그러나 ▲블록체인 ▲우주기술 ▲3D프린팅 ▲첨단소재 ▲컴퓨팅기술 ▲바이오 ▲사물인터넷 ▲신재생에너지 ▲로봇 등 9개 분야에서는 열세이며, 5년 후에는 인공지능과 증강현실 분야도 열세로 뒤쳐질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의 현행 대한 관세율이 더 낮다는 점도 한국에 불리한 요인으로 꼽힌다. 현행 관세율이 낮을수록 보복 차원에서 추가적으로 관세를 인상할 여지가 큰 탓이다. 국제무역분석프로젝트(GTAP ver9) 모델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대일본 평균 관세율은 4.6%인 반면, 일본의 대한국 관세율은 1.5%에 그친다.

조경엽 연구위원은 "핵심 부품·소재를 일본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에서 무역 보복전은 우리 기업의 경쟁력 하락뿐만 아니라 수출기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며 "특히 한국의 성장을 견인하는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철강 산업이 치명타를 입으면 외환위기 같은 경제적 위기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갈등이 경제적 갈등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일관계를 한미일 동맹 차원에서 우리의 미래를 위한 관계로 발전시켜야 할것"이라며 "대외의존도가 높은 소국개방경제인 한국에게 경제적 동맹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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