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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치와 경제 사이, 붙들어야 할 것과 놓아야 할 것


입력 2019.07.09 07:00 수정 2019.07.08 17:45        김희정 기자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아 달라”

박용만 회장은 정치권에 왜 분노했나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아 달라”
박용만 회장은 정치권에 왜 분노했나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기업인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기업인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치가 경제를 붙들 것은 붙들고 놓아줄 것은 놓아줘야 할 때"

일본이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노골화한 직후인 지난 3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권을 향해 일침을 가하는 글을 게재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았다.

정부와 정치권이 경제에 대해 붙들지 못하는 것은 강대국으로부터 '보호'요, 놓아줘야 하는데 놓지 못하는 것은 '규제'라는게 그의 주장이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자국민보호주의에는 제대로 대처하지도 못하면서, 신산업은 각종 규제에 가둬준 채 기업 잘못 들춰내기에만 몰두하고 있는 현실을 비꼰 것이다.

박 회장의 말마따나 일본은 치밀하게 정부 부처 간 공동작업까지 해가며 선택한 작전으로 보복을 해오는데 우리는 서로 비난하기 급급하다. 미국과 중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며 우리 제조업 수출이 어려워지고 있지만, 정부나 정치권은 이에 대한 대비는 커녕 매번 뒷북만 치고 있다.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가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 보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 2일 일본 주요 일간지인 마이니치‧니혼게이자이‧아사히‧도쿄 등이 수출규제 조치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비난함에도, 아베는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WTO(세계무역기구) 원칙에 맞다"며 경제보복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이를 무력하게 지켜보다가 외교부에서 지난 5일에서야 정부와 민간이 함께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경제보복 등에 대해 논의하는 ‘외교전략조정회의’를 출범시켰다. 청와대도 경제 컨트롤타워라 할 수 있는 김상조 정책실장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7일 대기업 총수들과 대비책을 강구했다. 그야 말로 언 발에 오줌 누기. 지난해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관련 리스크가 터졌을 때도 정부의 대처는 비슷했다.

반면 신산업에 대한 규제는 빠르고 과감하다. 중국은 정부가 먼저 규제를 풀어 시장 기반을 마련해주고 있지만, 한국은 글로벌 흐름과 거꾸로 가고 있다. 우리의 경쟁국들이나 선진국보다 오히려 더 엄격하고 강화된 내용을 적용하는 등 거칠 것이 없다. 블록체인, 빅데이터, 온오프라인연계(O2O) 등 미래 신사업 현장 분야에서 비명이 들린지 이미 오래다.

오죽하면 경제인들이 도와줄 수 없다면 방해만이라도 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겠는가. 지금 국내 제조업의 경우 신제품과 신시장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려고 해도 당장 규제에 가로막혀있다. 밖으로는 미국을 필두로 촉발된 보호무역주의 흐름에 수출 시장마저 위축되고 있어 내우외환이 아닐수 없다.

박 회장이 페이스북 말미에 쓴 “이 모든 쓰나미의 와중에 어쩌라는 것입니까. 이제 제발 정치가 경제를 좀 놓아주어야 할 때 아닙니까” 라는 대목에서‘망쳐 놓을 바에야 아무 것도 하지 말아 달라’는 그의 절절함이 느껴진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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