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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무역분쟁, 불매운동보다 갈등 해결 모색해야"


입력 2019.07.10 14:00 수정 2019.07.10 14:14        이홍석 기자

한경연, 일본 경제 제재의 영향 및 해법' 긴급세미나 개최

“日 반디 소재 규제 3개월 지속시 생산 차질, 국산 대체 불가”

한경연, 일본 경제 제재의 영향 및 해법' 긴급세미나 개최
양국 무역분쟁 확대시 전기전자 산업 독점지위 중국으로 전환


한일 무역분쟁에 따른 양국의 GDP 변화.ⓒ한국경제연구원 한일 무역분쟁에 따른 양국의 GDP 변화.ⓒ한국경제연구원
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의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며 양국간 무역분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원인을 파악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진행 중인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 감정적 대응은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일본 경제 제재의 영향 및 해법' 긴급세미나에서 "이번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제한 조치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 외에도 중소기업을 포함한 기업생태계 전반에 파급 효과가 미칠 것”으로 지적했다.

이어 “특히 미중 무역전쟁과 생산성 저하로 이미 성장이 둔화된 한국경제에 새로운 하방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권 원장은 "맞불 대응이나 불매운동 등 감정적 대응을 우선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우려하며 “기업 신용강등이나 성장률 저하에 이르기 전에 양국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여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날 반도체 산업 부문의 발제를 맡은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향후 일본 정부가 소재 수출에 대한 승인 자체를 불허하게 되면 산업 전반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위원은 일본 소재 수입 승인절차가 90일이 소요되더라도 허가만 된다면 최근 불황으로 인한 반도체 칩 및 소재 재고 소진과 생산량 감축 등을 통해 생산 체계를 유지할 수 있지만 향후 수출 불허까지 이어질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 특성상 같은 스펙의 제품이라도 거래기업을 변경할 경우 미세한 차이만으로도 공정이 불가능하거나 불량이 발생할 수 있어 대체 물질이나 대체 공급자로 100% 전환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중소기업을 통한 대체 주장에 대해서도 무역규제가 완화될 경우 품질이 우수한 일본 제품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선뜻 증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견해가 나왔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본에 100% 의존하는 프리미엄 핵심소재는 특허 이슈로 인해 국산화가 어렵다는 데 동의한다"며 "국내기업이 이달 초부터 일본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추가 물량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생산차질을 넘어 글로벌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진 발제에서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모의실험을 통해한일 무역분쟁의 경제적 영향을 분석했다. 한·일 무역분쟁은 관세부과로 대립하는 일반적 무역전쟁과 달리 상대국 핵심 산업의 필수 중간재 수출을 통제하여 공급망을 붕괴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관세전쟁은 국내 기업이 대응할 여지가 존재하여 0.15%~0.22%의 국내총생산(GDP) 손실에 그칠 것으로 평가되지만 생산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게임은 국내 전후방 산업효과 외에도 수출 경쟁국의 무역구조까지 변화시키므로 경제적 파급효과가 훨씬 큰 분쟁 형태라고 강조하였다. 이를 반영해 일본 수출규제만 존재할 경우와 한국이 반도체 및 관련부품 수출규제로 맞대응할 경우의 두 가지 시나리오로 결과를 도출했다.

일본 수출규제로 반도체 소재가 30% 부족한 상황이 된다면 한국의 GDP는 2.2% 감소하는 반면 일본의 GDP는 0.04%로 피해규모의 차이가 크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 한국이 수출규제로 대응한다면 한국과 일본은 각각 GDP 3.1%, 1.8% 감소로 손실이 확대된다고 전망했다. 기업이 물량 확보에 실패해 부족분이 45%로 확대될 경우 한국의 GDP는 4.2%~5.4%로 손실이 더 크게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이 보복할 경우, 한국과 일본 모두 GDP 감소하는 죄수의 딜레마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면서 "한국의 보복이 강화될수록 일본의 GDP 감소폭은 줄어들게 되는데 그 이유는 일본 내 독점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약한 한국 수출기업을 일본 내수기업 또는 중국 기업 등이 대체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한·일 무역 분쟁으로 확대될 경우 최대 수혜국은 중국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국의 무역분쟁시 미국의 GDP 증가는 미미한 수준(0.03%)이지만 중국의 GDP는 0.5~0.7%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한국과 일본이 주도하던 전기·전자산업의 경우 한국의 생산이 20.6%, 일본의 생산이 15.5% 감소하는 반면 중국은 2.1% 증가하게 돼 독점적 지위가 중국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한·일 통상갈등의 근본적 원인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정치적 관리체계가 깨진 데 있다고 지적하면서 정치·외교적 실패로 발생한 문제를 통상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해결 의지가 약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현 상황을 "산업무역 구조상 한국이 일본을 제압할 수 있는 한 수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맞대응 확전전략은 국민들에게 ‘보여주기’식 대응에 지나지 않으므로 대화 의제를 발굴해 한일정상회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일본산 불매운동과 일본 관광 자제 논의는 국민 정서상 이해되지만 효과가 불확실한데다 또 다른 보호주의 조치로 인식돼 일본 정부에 재보복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명분과 실리 모두 얻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날 세미나 사회를 맡은 배상근 한경연 전무는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뿐만 아니라 양국의 산업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한국과 일본 양국 정부의 대화가 시급히 재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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