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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환 긴급체포, 왜 여성들을 비난하나


입력 2019.07.11 08:30 수정 2019.07.11 08:18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섣부른 비난, 피해자에게 2차 가해·트라우마 형성

<하재근의 이슈분석> 섣부른 비난, 피해자에게 2차 가해·트라우마 형성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강지환이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이 사건이 이례적인 것은 유명 연예인이기 때문이다. 유명 연예인이 논란과 수사 과정을 거쳐 구속되는 경우는 있어도 현장에서 성폭행 혐의로 긴급체포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아주 충격적인 사건인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 반응을 보면 여성들을 비난하거나 여성들에게 의혹을 제기하는 여론이 크게 나타난다. 보통 성폭력 스캔들이 터지면 가해자로 지목된 쪽을 먼저 비난했던 전례에 비추어 특이한 상황이다.

대중이 여성들을 비난하는 첫 번째 이유는 ‘왜 강지환의 집으로 가서 잠을 잤는가’라는 부분이다. 7월 9일 저녁때 회식을 한 후 여성 두 명이 강지환의 집으로 가 2차로 술을 마신 후 잠을 자던 중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당초엔 그 두 명이 소속사 여직원이라고 보도됐다가 머리모양과 분장 등을 담당하는 외주 개인 스태프라고 정정됐다. 어디 소속이건 ‘왜 여성이 자기 집 놔두고 남성의 집에 가서 잠을 잤는가’라고 사람들은 문제제기한다.

이런 시각은 여성의 처신을 범행 원인으로 본다는 게 일차적인 문제다. 성폭력 사건에서 중요한 건 피해자의 처신이 아니라 가해자의 범행이다. 무슨 옷을 입었건, 잠을 어디에서 자건, 사람에게 폭력이나 성폭력을 가하면 안 된다는 게 원칙이다. 과거엔 술 마시고 밤길을 걸으며 과거 유흥업소에서 일했던 전력이 있는 여성은 성폭력을 당해도 법이 보호하지 않는다는 황당한 판결이 있었다. 하지만 이젠 피해자의 행실은 중요하지 않고, 오직 가해자의 잘못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시민사회의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강지환의 집에서 잤다는 이유로 이번 사건의 여성들을 탓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다.

게다가 개인 스태프라는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 강지환은 지금 드라마 촬영 중이다. 이럴 땐 스케줄이 아주 가변적이기 때문에 개인 스태프가 배우 옆에 계속 붙어있어야 한다. 새벽부터 세팅을 해야 할 상황이라면 귀가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보다 배우 집에서 자고 일어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계속 붙어 다녔기 때문에 상당한 정도의 신뢰관계가 형성됐을 가능성도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강지환이 약물에 당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만취한 사람이 어떻게 성폭행을 할 수 있느냐고도 한다. 그러니 여성 둘이 짜고 ‘설계’를 했다는 것이다. 성폭행 또는 성관계 유무에 대해선 해당 여성들이 관련 검사를 받았다고 하니 그 검사 결과가 나오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기억이 없다는 강지환의 진술이 사실인지도 확인해야겠지만, 정말 필름이 끊겼다고 해도 그 정도로 취한 사람이 상당한 정도의 신체활동을 할 수 있는 사례도 있기 때문에 속단하긴 이르다.

왜 남이 신고하게 했느냐는 의혹도 있다. 본인이 신고하면 될 텐데 왜 지인에게 메시지를 보냈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성폭력 피해 여성의 경우는 지인에게 먼저 상의하거나 신고를 부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이것도 여성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단정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최초 메시지가 '강지환의 집에 감금됐다. 도와달라'는 내용이라는 점을 들어, 만취한 사람에게 두 사람이 감금됐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의심하기도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 경찰은 ‘실제 감금됐다는 뜻은 아니고 신고를 부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타 배우와 개인 스태프는 갑을관계이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가 그런 표현을 낳았을 수도 있다.

지금 상당수 누리꾼들이 거의 단정적으로 여성들을 의심하면서 ‘꽃뱀’이라는 말까지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설명한 것처럼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물론 정말로 나중에 강지환이 억울한 걸로 밝혀질 수도 있는데, 아직은 그 어느 쪽도 확신할 수 없다. 이럴 땐 섣불리 예단하면서 어느 한 쪽에 낙인을 찍고 비난하는 것보다 조사 과정을 지켜보고 결과를 기다리는 게 최선이다.

섣부른 비난이 자칫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되고 치유되기 어려운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이 피해를 당했는데 세상 사람들이 위로해주기는커녕 도리어 돌을 던질 때 깊은 절망감을 느끼며 좌절한다. 그러므로 지금처럼 수사가 이제 막 시작됐고, 구체적인 정보가 없는 상황에선 보다 신중한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미투운동 이후에 여성의 말만으로 누군가를 성범죄자로 모는 것에 대한 반발이 커진 것도 지금의 악플에 영향을 미쳤는데, 과거 사건에 대한 반발로 현 사건을 판단하는 것도 주의할 일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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