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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촛불부채, 국민까지 연대보증 서야 되나


입력 2019.07.15 07:00 수정 2019.07.15 08:27        박영국 기자

최저임금, ILO 핵심협약 비준 등 '전리품' 만족 못하고 대정부 투쟁 협박

불법행위 저지른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했다 풀어줬다고 총파업이라니

최저임금, ILO 핵심협약 비준 등 '전리품' 만족 못하고 대정부 투쟁 협박
불법행위 저지른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했다 풀어줬다고 총파업이라니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민주노총이 김명환 위원장 구속에 반발해 '문재인 정부 노동탄압 규탄과 민주노총 대응 투쟁 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민주노총이 김명환 위원장 구속에 반발해 '문재인 정부 노동탄압 규탄과 민주노총 대응 투쟁 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협박의 굴레는 한 번 빠지면 벗어나기 힘들다. 범죄자와 결탁한 경찰도, 승부조작 브로커의 유혹에 넘어간 운동선수도, 협박하는 쪽에서는 일단 한 번 약점을 잡으면 최대한 이용해먹으려 하지 소기의 목적이 달성됐다고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의 행태를 보면 정부는 이들에게 약점이 단단히 잡힌 듯하다.

2년 연속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2020년도 인상률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2017년 이래 3년간 누적 인상률은 여전히 32.8%에 달한다)과 근로시간 단축, 그리고 정부가 추진 중인 ILO 핵심협약 비준 등 수많은 ‘전리품’을 얻어냈음에도 민주노총의 탐욕은 멈추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한사코 최저임금제와 탄력근로제를 개악하려 하고 나아가 ILO 핵심협약을 핑계로 노조법마저 개악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체제를 유지하고 헌법상의 노동기본권마저 제한하겠다는 선전포고다.”

민노총이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18일 총파업을 비롯해 7월 대정부 총력 투쟁을 선포하며 언급한 파업 배경이다.

최저임금제도 개혁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정부가 노동계에 ‘최저임금 급등’,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선물을 무리하게 던져주느라 생긴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추진 중인 보완입법의 성격이 강하다.

노동개혁은 노사간 힘의 균형이 노동계로 급격히 기운 상태에서 ‘결사의 자유’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ILO 핵심협약까지 비준될 경우 노조의 횡포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현실을 반영해 논의되는 부분이다.

이런 것들에 반발해 총파업을 비롯한 대정부 투쟁에 나선다는 것은 마치 “전리품을 줄 것이면 온전히 줄 것이지 왜 제한을 다느냐”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18일 총파업의 발단이 된 사안을 살펴보면 더 기가 막히다.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이 경찰관을 폭행하고 국회 담벼락을 훼손하고 담을 넘는 등 불법집회를 계획하고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는데, 민노총 간부들은 “‘다시 민노총을 건드리면 큰일 나겠구나’라고 느낄 수준으로 투쟁해야 된다”면서 총파업을 선언했다.

백주대낮에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대놓고 불법행위를 저질러도 민노총 위원장은 감히(?) 구속할 수 없다는 게 민노총의 현실 인식이다. 민노총의 협박은 엿새 만에 김 위원장 석방이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정부가 민노총에 부채의식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민노총은 정부에 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개인이나 기업간 거래에서 누가 누구한테 돈을 꾸고 어떤 식으로 갚건 그건 당사자들의 자유다. 하지만 정부가 누군가에게 채무를 지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전 국민이 연대보증을 서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18일 총파업에는 사업장별로 노조 전임자 위주로 참여해 산업계 전체에 큰 파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개별 교섭을 진행 중인 자동차, 조선 등 대형 사업장들이 속속 쟁의권을 확보하고 있어 민노총이 계속해서 대정부 투쟁을 강화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노조의 대규모 파업은 해당 근로자들이 속한 사업장 뿐 아니라 협력회사, 지역경제 나아가 국가경제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

가뜩이나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경제보복 등으로 대외 경제여건이 악화돼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 줄파업까지 더해질 경우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기업들의 실적 악화는 거기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수많은 국민들의 고통을 수반한다.

박영국 데일리안 산업부 차장. 박영국 데일리안 산업부 차장.
‘촛불부채’의 실체가 있건 없건 정부는 그 부담에서 벗어나야 한다. 협박에 굴복하기 시작하면 거지꼴이 되기 전까지는 벗어날 길이 없다. 노동계로 기울어진 힘의 균형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고 무리한 요구는 단호하게 거절하며 불법 행위에는 엄정한 법 집행으로 맞서야 한다. 국민들이 ‘연대보증’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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