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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문고, 일반고 전환 신청…자사고 '위기일까 기회일까'


입력 2019.07.16 11:33 수정 2019.07.16 15:02        이슬기 기자

경문고, 내년 재지정 평가 앞두고 자진 포기

자사고, 올해에만 무려 11곳 지정취소

살아남은 자사고는 반사이익 얻을 듯

경문고, 내년 재지정 평가 앞두고 자진 포기
자사고, 올해에만 무려 11곳 지정취소
살아남은 자사고는 반사이익 얻을 듯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서울지역 13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중 8개고(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중앙고, 이대부고, 한대부고 )의 지정 취소가 발표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서울지역 13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중 8개고(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중앙고, 이대부고, 한대부고 )의 지정 취소가 발표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서울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대해 무더기 지정취소 결정을 내려 논란이 가중하는 상황에서 서울 경문고등학교가 자발적으로 일반고 전환을 신청했다. 교육청이 자사고 폐지 가닥을 잡고 압박을 강화하면서 살아남은 자사고는 '위기 대 기회'의 갈림길에 서게 된 모양새다.

경문고는 서울시교육청에 자진해서 자사고 지정취소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경문고는 지난 9일 지정취소 결정을 받은 서울 지역 자사고 8개교와 마찬가지로 청문 및 교육부 동의 절차를 밟은 뒤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된다. 경문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올 들어 전국에서 네 번째로 일반고로 전환하는 학교가 된다.

경문고는 최근 몇 년 동안 학생 충원율이 떨어지고 중도 이탈률은 증가하면서 자사고 지정 목적 달성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에 있을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적지 않은 자사고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공약한 문재인정부의 출범 이후 경문고와 같은 어려움을 겪어 왔다. 정부가 자사고 등을 고교 서열화의 주범으로 지목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시들해졌기 때문이다.

2019학년도 서울 지역 자사고 22곳의 평균 입학경쟁률은 1.29대 1까지 하락했다. 가장 경쟁률이 높은 하나고의 경우 2015학년도 5.66대 1을 기록하던 경쟁률이 2019학년도엔 2.35대 1으로 반토막 났다.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학교도 속출했다. 올해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경희고·숭문고·한대부고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같은 혼란 끝에 살아남은 자사고의 입장에서는 경쟁하던 자사고가 사라지면서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도 있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재지정 평가를 받은 24곳의 자사고 중 살아남은 자사고는 서울 5곳, 서울 외 지역 8곳 등 총 13곳이다. 이 학교들은 재지정 평가 주기가 돌아오는 최소 5년 동안은 안정적으로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입시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자사고 폐지가 잇따르며 살아남은 자사고는 '검증됐다'는 인식이 생겨났다"며 "가능하다면 자녀를 자사고에 보내려는 학부모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입시에서 자사고가 유리하다는 인식이 강하고, 실제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 역시 대학입시체제가 바뀌지 않는 한 살아남은 자사고의 인기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정원은 줄어든 반면 수요는 늘어나면서 경쟁률이 다시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을 받은 학교들이 행정소송 등을 불사하며 강력 항의를 하고 있어 당분간 대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세목 자사고 공동체연합 대표(전 중동고 교장)는 "신뢰성과 공정성을 상실한 부당한 평가 결과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아울러 자발적 일반고 전환을 신청한 경문고 역시 순조롭게 절차를 밟을지 여부도 미지수다. 학교가 자발적으로 일반고 전환을 신청하더라도 학생과 학부모가 강하게 반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자발적으로 일반고 전환을 신청한 서울 대성고의 경우 학생과 학부모들이 서울행정법원에 자사고 지정취소 집행정지 소송을 내기도 했다. 이들은 학교가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 수렴 없이 학교 측 요구만으로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한 교육청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지난달 28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지정취소 신청이 있을 때 학부모와 학생 등의 동의를 요건으로 정하거나 의견수렴 절차를 요구하지 않은 이상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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