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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금감원 신중한 키코 결론…피해기업 속 타들어간다


입력 2019.07.17 07:00 수정 2019.07.17 06:06        배근미 기자

금감원 분조위 결론, 상반기서 7-8월로 수 차례 번복…시기 가늠 어려워

강제성 없어 은행권 난색…금감원 나홀로 분투 속 갈등관계 봉합할까 '관심'

금감원 분조위 결론, 상반기서 7-8월로 수 차례 번복…시기 가늠 어려워
강제성 없어 은행권 난색…금감원 나홀로 분투 속 갈등관계 봉합할까 '관심'


이달 중순으로 예정돼 있던 금융감독원의 키코(KIKO) 분쟁조정위원회 일정이 또다시 연기됐다. 사건이 발생한지 10여년 만의 재조사 결론인 만큼 조정안을 보다 신중하게 살피겠다는 당국 의지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실효성 있는 중재안을 찾기 쉽지 않다는 방증이어서 이를 지켜보는 피해기업들의 희망고문 역시 하루하루 계속되고 있다. ⓒ데일리안 이달 중순으로 예정돼 있던 금융감독원의 키코(KIKO) 분쟁조정위원회 일정이 또다시 연기됐다. 사건이 발생한지 10여년 만의 재조사 결론인 만큼 조정안을 보다 신중하게 살피겠다는 당국 의지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실효성 있는 중재안을 찾기 쉽지 않다는 방증이어서 이를 지켜보는 피해기업들의 희망고문 역시 하루하루 계속되고 있다. ⓒ데일리안

이달 중순으로 예정돼 있던 금융감독원의 키코(KIKO) 분쟁조정위원회 일정이 또다시 연기됐다. 사건이 발생한지 10여년 만의 재조사 결론인 만큼 조정안을 보다 신중하게 살피겠다는 당국 의지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실효성 있는 중재안을 찾기 쉽지 않다는 방증이어서 이를 지켜보는 피해기업들의 희망고문 역시 하루하루 계속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이달 중순쯤 결론내리기로 한 키코 피해기업 4곳(일성하이스코, 남화통상, 원글로벌미디어, 재영솔루텍)에 대한 피해보상 등 분쟁조정안 발표 시기를 한 달 뒤인 8월 중순으로 늦췄다. 작년 7월 금융감독혁신 과제로 키코 재조사를 들고 나선 윤석헌 금감원장은 올 상반기 키코 재조사에 대한 결론을 내리겠다고 공언했으나 실질적인 해법찾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구체적인 확정 시기를 가늠하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무려 10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로 꼽히는 ‘키코’는 2000년대 후반 수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은행권이 판매한 외환파생상품 명칭이다. 환율이 미리 정해 놓은 범위에서 움직일 때 유리한 가격에 외화를 판매할 수 있지만 이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폭등하면서 해당 기업들은 3조원이 넘는 손실로 인해 줄도산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수 년 간의 법정공방 등을 거치며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던 키코 사태는 현 정부 여당의 ‘3대 금융적폐’ 천명으로 재점화됐다. 특히 상품판매 과정에서 해당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불완전판매 정황이 고스란히 담긴 은행 직원들 간 노골적인 대화가 공개돼 파장이 확산됐다. 정치권에서도 “대법원이 키코사태와 관련해 거대은행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이낙연 총리 역시 키코 재수사 가능성에 힘을 싣기도 했다.

그러나 이처럼 정부와 관계당국을 대표해 총대를 멘 금감원의 분쟁조정 진행과정은 그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당장 은행권은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여 피해기업들에게 보상에 나서는 것이 주주들로부터 일종의 배임으로 몰릴 수 있다며 사실상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번 분조위 결과가 가져올 후폭풍 또한 은행권으로써는 일을 키우고 싶지 않은 이유로 꼽힌다. 분조위 조정안이 강제성이 없는 단순 권고에 불과해 은행권 역시 자체 판단에 따라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뿐 아니라 금융유관기관들 역시 키코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과 선을 긋고 있다. 당장 중소·혁신기업 지원기관임을 자평하는 국책은행 ‘산업은행’의 경우 이번 분조위에 산정된 4개 피해기업 중 한 곳(일성하이스코)에 해당 상품을 판매한 전력이 있으나 조정안 수용에 대해서는 여타 은행과 같이 “조정안을 지켜보겠다”며 원론적인 입장만 나타내고 있는 상태다.

금융정책을 주관하는 금융위원회 역시 분쟁 조정 과정에서 찬물만 끼얹고 있는 형국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감원의 키코 조사가 마무리단계에 이른 지난달 “키코가 분쟁조정 대상인지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이후 피해기업들의 반발이 확산되자 “분쟁조정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양 당사자(은행-피해기업)가 받아들일 수 있는 안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최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으로 은행권의 권고안 수용 요구는 한 발짝 더 멀어지게 됐다는 해석이 적지 않다.

유독 분쟁조정에 있어서만큼은 ‘무딘 칼’인 금감원의 분투가 과연 실효성 있는 결과를 도출해 피해기업들의 악몽을 벗어나게 해 줄 수 있을까. 다시는 번복할 수 없고 조정안을 강제할 수도 없으며 자칫 불길만 더 번질 수 있는 이 복잡한 갈등구조를 양측 합의 하에 하루빨리 털어내고 기업과 금융권의 진정한 상생구조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원하는 이유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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