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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탈원전 반대 외면하는 정부


입력 2019.07.18 07:00 수정 2019.07.18 07:47        조재학 기자

신고리 공론화위원회 원전 축소 권고 월권…첫 단추 잘못 꿰매

정부 일방적인 정책에 반발 커져…탈원전 반대 서명 53만명 돌파

신고리 공론화위원회 원전 축소 권고 월권…첫 단추 잘못 꿰매
정부 일방적인 정책에 반발 커져…탈원전 반대 서명 53만명 돌파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 홈페이지 캡처.ⓒ녹색원자력학생연대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 홈페이지 캡처.ⓒ녹색원자력학생연대

현 정부가 ‘소통 정부’를 그토록 강조하는 것은 ‘불통 정부’라는 반증(反證)일까.

정부는 수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눈을 감고 귀를 막은 채 에너지전환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무엇보다 탈원전 정책의 이해관계자는 철저히 배제하고 의견도 묵살하는 모양새다. 잡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그동안 원자력산업계, 신규 원전 건설 예정지인 경북 울진군‧영덕군, 원전업체가 밀집한 창원시 등은 탈원전 정책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하지만 고장 난 라디오를 틀어놓은 것처럼 ‘탈원전 정책은 60년에 걸쳐 장기간 추진된다’는 정부 답변만 메아리친다. 당장 발주가 끊겨 고사 직전에 내몰린 원전업체의 비명은 ‘엄살’이라는 상황인식이다.

정부의 막무가내적인 행태에 반대의 목소리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범국민서명운동본부’가 전국적인 서명운동을 개시한 지 약 7개월 만에 서명자수는 50만명을 돌파했다. 범국민운동본부는 18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국민 보고대회를 개최한다. 정부가 지금처럼 모르쇠로 일관할수록 반발만 더 커질 뿐이다.

사실 탈원전 정책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졌다. 탈원전 정책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 끝에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있다.

공론화위원회는 당초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 여부만 결정하기로 했지만,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와 함께 원전 비중 축소를 권고했다. 국무총리훈령 제690호 제1조(목적)에는 공론화위원회는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 중단 여부에 관하여 공론화를 통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것으로 명시하고 있다. 공론화위원회의 ‘월권’인 원전 축소 권고에 원자력계가 승복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대목이다.

조재학 산업부 기자. 조재학 산업부 기자.
이후 마치 짜인 각본처럼 일사천리였다. 공론화위원회 권고에 따라 국무회의에서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이 의결됐고, 탈원전 정책을 골자로 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까지 수립됐다.

탈원전 정책에 대한 제대로 된 공론화가 이뤄졌는지 정부에 묻고 싶다. 정부의 정책 추진 과정을 보면 ‘탈원전 이념’에 매몰돼 갈등만 부추기는 꼴이다. 국내 여건은 감안하지 않은 채 세계적 추세라는 명분으로 에너지전환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다보니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온다. 마음만 바쁜 정부는 에너지전환 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반대세력을 탓할 게 아니라 출발점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조재학 기자 (2j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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