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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동네축구서도 안 통할 축구협회 '승부차기 기준' 파장


입력 2019.07.25 15:03 수정 2019.07.25 23:16        데일리안 스포츠 = 김평호 기자

축구협회 주최 전국고교축구대회 운영 방식 논란

불만 제기에 주최·주관 단체 책임 떠넘기기 촌극

대한축구협회가 주최하는 전국고교축구대회서 1승1무의 성적을 거둔 팀이 탈락하고, 1무1패가 상위 라운드에 합류하는 촌극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대회가 열리는 서귀포시 제주월드컵경기장.(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가 주최하는 전국고교축구대회서 1승1무의 성적을 거둔 팀이 탈락하고, 1무1패가 상위 라운드에 합류하는 촌극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대회가 열리는 서귀포시 제주월드컵경기장.(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가 주최하는 전국고교축구대회서 1승1무의 성적을 거둔 팀이 탈락하고, 1무1패팀이 상위 라운드에 합류하는 촌극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제민일보사와 대한축구협회가 공동주최하고 제주도축구협회가 주관하는 ‘제27회 백록기 전국고교축구대회’가 지난 19일부터 서귀포시 제주월드컵경기장을 비롯한 강창학경기장A·B, 시민축구장, 공천포구장(천연), 효돈축구장A·B, 공천포구장A·B 등 9곳에서 각각 펼쳐지고 있다.

총 38개 팀이 출전한 이번 대회는 3개 팀이 속한 10개조와 4개 팀이 속한 2개 조로 이뤄졌다. 24강 토너먼트 진출의 주인을 가리는 방식은 다소 복잡한데 주최사인 제민일보사와 대한축구협회가 협의된 매뉴얼을 제대로 학교 측에 전달하지 못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말았다.

이번 대회 나선 대동세무고등학교는 첫 경기에서 1-0 승리한 뒤 1패를 안은 이천제일고와 2차전에서 맞붙어 무승부를 기록했다.

백록기 대회 주최 측인 제민일보가 대한축구협회에 전달한 대회 운영 매뉴얼에 따르면, 승자-패자 속한 조의 경우 승리 팀 승점 3(승부차기 승 포함), 승부차기 패 승점 1.5, 필드골 패배 승점 0으로 명시 되어 있다.

해당 매뉴얼대로라면 대동세무고등학교는 승부차기서 패해도 승점 4.5를 확보하기 때문에 이겨도 승점 3에 그치는 이천제일고등학교를 제치고 24강 토너먼트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승부차기서 패한 대동세무고등학교는 승점 1.5가 아닌 0을 받게 됐고, 결국 1승 1무(승부차기는 무승부로 간주)를 기록하고도 이천제일고등학교에 승자승 원칙에 의해 밀려나며 그대로 탈락하고 말았다.

백록기 대회 주최 측인 제민일보에서는 대한축구협회에 승부차기 패배 팀이 승점 1.5를 가져가는 대회 운영 매뉴얼(사진 왼쪽)을 전달했지만 대한축구협회에서는 승인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한축구협회가 승인한 대회 팜플렛에는 승부차기 패배 팀은 승점을 얻지 못하게 명시 되어 있다. ⓒ 제보자 제공 백록기 대회 주최 측인 제민일보에서는 대한축구협회에 승부차기 패배 팀이 승점 1.5를 가져가는 대회 운영 매뉴얼(사진 왼쪽)을 전달했지만 대한축구협회에서는 승인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한축구협회가 승인한 대회 팜플렛에는 승부차기 패배 팀은 승점을 얻지 못하게 명시 되어 있다. ⓒ 제보자 제공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데일리안’ 취재 결과 백록기 대회 주최 측인 제민일보에서는 대한축구협회에 승부차기 패배 팀이 승점 1.5를 가져가는 대회 운영 매뉴얼을 전달했지만 대한축구협회에서는 승인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한축구협회가 승인한 대회 팜플렛에는 승부차기 패배 팀은 승점을 얻지 못하게 명시돼 있다.

피해를 보게 된 대동세무고등학교 A 코치는 “제민일보 측에서 제대로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면서 “(축구협회 승인 팜플렛) 숙지 못한 것은 잘못이 있지만 대회 운영 측에서는 당연히 우리가 올라간다고 말했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어 “경기를 마치고 지도자들끼리 인사를 하는데 주최 측에서 형식상 승패를 갈라야 한다고 승부차기를 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선수들에게 마음 편히 차라고 했다. 승점 0인줄 알았으면 집중해서 찼을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승부차기서 졌지만 운영위원회 측에서는 우리가 상위 라운드에 올라간다고 했는데 갑자기 상황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A 코치는 “반대편 조도 이런 억울한 상황이 발생했다. 학부모들이랑 난리를 쳤다”며 3학년들은 진로가 걸린 마지막 대회인데 올라갔다 확정을 해놓고 번복을 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제민일보는 협회, 협회는 제민일보가 잘못했다고 서로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의 결과 제민일보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 "경기 운영은 대한축구협회서 감독관이 나와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쪽에다 문의를 하라"며 "우리 입장에서는 해당 사안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주관사인 제주도축구협회도 "매뉴얼 공표는 다 이뤄졌다. 규정대로 적용돼서 결정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승부차기 패배 팀에 승점을 주지 않는 것으로 매뉴얼을 작성한 대한축구협회는 책임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워졌다.

축구협회서 정한 매뉴얼대로라면 첫 경기서 패한 팀은 두 번째 경기서 비기더라도 승부차기에서 승리해 승자승 원칙에 따라 상위 라운드에 진출하게 된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승부차기를 무승부로 적용하는 관행을 무너뜨렸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A 코치는 “규정을 이렇게 만들면 첫 게임은 아무도 하면 안 된다. 그러면 첫 번째 게임은 기권하고 두 번째 게임에 무조건 목숨 걸면 된다”며 “여태 승부차기 패자에 승점 0을 준 적은 없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며, 피파 규정에도 어긋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축구협회 홍보팀은 "문제가 되는 사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회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회에 몇 팀이 나올지 몰라 조마다 다르게 풀리그를 진행하거나 승자·패자 방식을 취했다”며 “승자 패자가 나와야 되니까 (규정대로) 승부차기를 했다. 애초에 무승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별로 팀 수가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상위라운드에 진출하는 학교를 번복한 점에 대해서는 “규정을 적용하는데 감독관이 착각을 했던 것 같다”며 “경기국에서도 내년부터 (규정 관련)혼선이 생기지 않게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동네 축구에서도 좀처럼 보기 드문 매뉴얼 선정과 주최·주관 단체의 책임 떠넘기기는 전국고교축구대회에서 드러난 한국 축구의 슬픈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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