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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안 나면 팔아라" 은행들 자산 관리 '촉각'


입력 2019.07.26 06:00 수정 2019.07.26 05:56        부광우 기자

'투자 불가' 업무용 고정자산비율 축소…6대銀 1년 새 0.28%↓

실적 불었지만 자산운용 효율은 악화…한은 금리 인하 '먹구름'

'투자 불가' 업무용 고정자산비율 축소…6대銀 1년 새 0.28%↓
실적 불었지만 자산운용 효율은 악화…한은 금리 인하 '먹구름'


국내 6대 은행 업무용 고전자산비율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6대 은행 업무용 고전자산비율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대형 은행들이 투자에 쓸 수 없는 업무용 자산 비중 감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벌어들이는 돈 자체는 불어나고 있지만, 늘어난 자산에 비해 효율은 도리어 악화되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더욱이 한국은행의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하로 투자 시장에 드리운 먹구름이 한층 짙어지면서 은행들의 자산 관리에는 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등 국내 6대 은행들의 평균 업무용 고정자산비율은 13.19%로 전년 동기(13.46%) 대비 0.28%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은행들이 보유한 자산에서 투자에 활용할 수 없는 유형 재산의 영역을 축소하고 있다는 의미다. 업무용 고정자산은 토지나 건물 등 단기간 내에 현금화할 수 없는 비수익 자산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업무용 고정자산비율이 높을수록 은행의 수익성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은행별로 봐도 거의 모든 곳들에서 비슷한 흐름이 감지됐다. 조사 대상 은행들 중 업무용 고정자산비율이 제일 높았던 곳은 농협은행으로 16.69%를 나타냈다. 다만 1년 전(17.98%) 보다는 1.29%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국민은행 역시 13.58%에서 13.29%로, 하나은행도 12.87%에서 12.11%로 각각 0.29%포인트와 0.76%포인트씩 업무용 고정자산비율이 떨어졌다. 우리은행의 업무용 고정자산비율은 13.37%에서 1.29%포인트 하락한 12.08%를 기록했다. 기업은행의 경우 9.83%에서 0.38%포인트 하락한 9.45%로 한 자릿수 대에 머물렀다. 반면 신한은행의 업무용 고정자산비율은 14.49%에서 17.98%로 2.35%포인트 오르며 유일하게 상승곡선을 그렸다.

은행들이 일제히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전반적인 자산 운용 효율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6대 은행들의 올해 1분기 기준 총자산순이익률(ROA)은 평균 0.63%로 전년 동기(0.71%) 대비 0.08%포인트 내려갔다. 금융사에게 ROA는 보유 자산을 대출이나 유가증권 등에 운용해 실질적으로 얼마만큼의 순익을 창출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수익성 지표다.

줄곧 실적이 개선되고 있음에도 이처럼 자산운용 수익성 지표가 나빠지고 있다는 점은 은행들에게 더욱 뼈아픈 지점이다. 아직 올해 상반기 성적 발표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주요 은행들의 경우 순익 확대를 이어가고 있다. 앞선 지난해 6대 은행의 총 당기순이익은 11조5757억원으로 전년(9조6001억원) 대비 20.6%(1조9756억)나 늘어난 바 있다.

이런 와중 한은이 기준금리를 깜짝 인하하면서 자산운용 시장을 둘러싼 악재가 예상보다 빨리 터져 나왔다는 점은 은행들의 걱정을 더욱 키우고 있는 대목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번 달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이로써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은 2017년 11월 금리인상 이후 20개월 만에 다시 금리인하 쪽으로 바뀌게 됐다.

금융사에게 저금리는 통상적으로 투자에 있어 부정적 요인이다. 기준금리가 낮으면 국내 채권이나 주식만으로 자산운용 수익률을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저금리 기조 아래서 투자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동산이나 대체투자에서 기회를 엿봐야 하는데, 그러기엔 위험이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은행들로서는 이미 가지고 있는 자산을 대상으로 한 허리띠 졸라매기에 우선적으로 전념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업무용 고정자산에 대한 조정 역시 이런 맥락에 따른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은 물론 사무용 집기에 이르기까지 업무에 필요한 자산을 임대로 돌리려는 은행들의 노력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며 "투자 시장 여건이 풀리길 기대하기 힘든 만큼, 보유 자산을 최대한 투자에 투입하기 위한 금융사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져 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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