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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이례적 내부경고…왜?


입력 2019.08.02 02:00 수정 2019.08.02 05:54        정도원 기자

대권주자 지지율 하락 따른 구심력 약화 우려

공천권 행사 상기시켜 당 장악력 유지 메시지

대권주자 지지율 하락 따른 구심력 약화 우려
공천권 행사 상기시켜 당 장악력 유지 메시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안보의원총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안보의원총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당무 복귀 첫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내부를 향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대정부·대여 발언이 묻힐 위험성을 감수하고서도 메시지를 낸 셈이라 그 배경과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황 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 모두발언에서 "민주정당에서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당과 국가를 위한 의견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인 이익을 위해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올바른 정치행위라 할 수 없다"며 "대책없이 지도부를 흔들고 당을 분열시키는 것은 총선을 망치고 나라를 갖다바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 이 순간에도 당과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당원 동지들을 생각한다면 그런 해당행위를 용납하기 어렵다"며 "당을 망치는 계파적 발상과 이기적 정치행위에 대해서는 때가 되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 반드시 신상하고 필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작심 발언'이 나왔지만, 황 대표는 최고위가 비공개로 전환된 뒤에도 발언 배경에 대해서는 별도로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위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자세히 말씀드렸다. 아까 말씀드린 그게 전부"라고 더 이상의 언급을 삼갔다.

이와 관련, 한국당 일각에서는 황 대표의 대권주자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구심력이 약해질 조짐을 보이자, 당 장악력을 유지하기 위해 경고 메시지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일리안의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가 지난달 29~30일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황 대표의 차기 대권 지지율은 19.0%로 나타났다. 최근 두 달간 6.5%p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며, 지난 2·27 전당대회 이후 처음으로 20%선이 붕괴됐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황 대표가 당에 들어오자마자 대표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높은 대권주자 지지율"이라며 "3연속 선거 참패로 상실감과 패배주의에 빠져 있던 보수층에게 총선 승리와 정권 탈환의 희망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는 당에서 정치를 오래해온 게 아니라, 가신이 많거나 조직이 튼실한 게 아니다"라며 "대권주자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저분으로는 정권 탈환이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이 확산되면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당 장악의 기반이었던 대권주자 지지율이 흔들리자 "때가 되면 반드시 신상하고 필벌할 것"이라며 구심력 유지의 수단을 공천권으로 옮겨갈 시점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역대의 당대표나 대표급 인사들도 예외가 없다.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해 1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저조한 지지율로 '흔들기'가 극심해지자 "일부에서 지방선거 패배하면 홍준표가 물러난다는 사람도 있던데, 지방선거 끝난 뒤에도 홍준표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일갈하며 당 장악력 유지를 시도했다.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해 11월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을 해촉하며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일제히 분출되는 등 비대위가 위기를 맞자 "조기 전대를 말하는 분들은 조만간 (내가) 그립을 어떻게 쥐는지 보게 될 것"이라고 역공에 나섰다.

정국구상 결과 '신당창당설' 향한 경고일 수도
'비대위 노림수'에 "지도부 흔들지 말라" 맞서


중도보수신당 창당설의 구심점 후보로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는 지난 대선 대권주자 유승민·안철수 바른미래당 대표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자료사진). ⓒ연합뉴스 중도보수신당 창당설의 구심점 후보로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는 지난 대선 대권주자 유승민·안철수 바른미래당 대표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자료사진). ⓒ연합뉴스

또다른 일각에서는 신당 창당설을 향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한국당 안팎에서는 황 대표의 각종 당무집행을 계파 논리로 풀이하면서, 특정 계파 의원들의 공천 불안 심리를 파고드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신당 창당설'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신당 창당설은 지난달 31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김무성 한국당 의원과 안철수·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가 가담하는 '5인 신당설'을 소개했지만, 그외에도 다양한 시나리오가 난무하고 있다.

한국당의 잠재적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한 인사의 측근은 "지난 대선에서 도합 52.2%의 과반 득표를 획득했던 홍준표·안철수·유승민 대표가 신당을 함께 창당한다는 '홍안유 52.2 프로젝트'라는 것도 들었다"며 "거기에 우리 이름과 홍정욱 전 의원도 거론되더라"고 전했다.

짧은 휴가 중 정국 구상을 하던 황 대표가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없이 지도부를 흔들고 당을 분열시키는 것은 총선을 망치고 나라를 갖다바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내 머릿속에는 친박·비박이 존재하지 않으며, 인사를 비롯한 어떤 의사결정에도 결코 계파를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다"며 "나라를 구해야한다는 일치된 목표를 가진 모든 분들과 구존동이(求存同異)의 자세로 대통합을 이뤄나갈 것"이라고 강조해, 신당 창당설의 잠재적 에너지 빼기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옛 바른정당의 실패 학습효과로 볼 때, 황 대표의 구심력이 약해지더라도 실제 중도보수신당 창당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며 "신당 창당설은 지도부를 흔들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노림수가 깔려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비대위 체제' 목소리가 공론화되면 그 자체만으로 마치 바른미래당이나 민주평화당처럼 당이 내홍에 돌입한 것으로 보이게 될 수 있다"며 "이러한 의도를 갖고 '신당 창당설'을 흘리는 세력을 향해 '지도부를 흔들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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