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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수익 제동 걸린 은행들, 금리 추락에 '이중고'


입력 2019.08.06 06:00 수정 2019.08.05 21:20        부광우 기자

4대銀 순이자마진 일제 하락…2분기 평균 1.58% 그쳐

저금리에 정부 압박까지 부담…한은 유턴에 '부담백배'

4대銀 순이자마진 일제 하락…2분기 평균 1.58% 그쳐
저금리에 정부 압박까지 부담…한은 유턴에 '부담백배'


국내 4대 은행 순이자마진(NIM)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은행 순이자마진(NIM)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은행들의 이자 수익률이 일제히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팎으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투자 시장이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대출 이자율 상승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관련 수익보다 빠져나가는 비용이 눈에 띄게 커진 탓이다. 이런 와중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다시 내리기 시작하면서 은행들의 고민은 한층 깊어지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국내 4개 시중은행들의 평균 순이자마진(NIM)은 1.58%로 전년 동기(1.58%) 대비 0.03%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NIM은 예금과 대출의 이자율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중심으로 한 은행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즉, 이 수치가 낮아질수록 그 만큼 예대마진율이 나빠졌다는 의미다.

은행들의 전반적인 NIM은 소폭 떨어진 수준이었지만, 모든 곳들이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는 점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대형 은행들 모두 이자를 통한 수지타산이 이전보다 못해졌다는 얘기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의 NIM은 같은 기간 1.52%에서 1.49%로 0.03%포인트 떨어지며 4대 시중은행들 중 최저에 머물다. 하나은행 역시 1.57%에서 1.54%로, 신한은행도 1.63%에서 1.58%로 각각 0.03%포인트와 0.05%포인트씩 NIM이 하락했다. 국민은행의 NIM은 1.71%에서 0.01%포인트 떨어진 1.70%를 나타냈다.

이처럼 은행들의 이자 수익률이 악화된 이유는 단순하다. 이자 장사를 통해 벌어들이는 돈보다 쓰는 돈이 더욱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실제로 조사 대상 은행들의 올해 2분기 이자수익이 10조2803억원으로 전년 동기(9조1605억원) 대비 12.2%(1조1198억원) 가량 커지는 사이, 같은 기간 이들의 이자비용은 3조8506억원에서 4조6720억원으로 21.3%(8214억원) 늘며 두 배에 가까운 증가율을 기록했다.

은행들이 이자수익 개선에 난항을 겪는 배경으로는 우선 낮은 금리가 꼽힌다. 장기화하고 있는 저금리는 통상적으로 투자에 있어 부정적 요인이다. 기준금리가 낮으면 국내 채권이나 주식만으로 자산운용 수익률을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저금리 환경 아래서 투자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동산이나 대체투자에서 기회를 엿봐야 하는데, 그러기엔 위험이 만만치 않다.

아울러 이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줄곧 대출 금리 인상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측면은 은행들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되고 있다. 이자마진 확대를 위해 대출 이자율을 올리고 싶은 은행들로서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가 첫 발을 뗀 2017년 금융위원회는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들을 불러 모아 놓고 "가산금리 등을 합리적으로 산정해 과도한 대출 이자율 인상을 자제해 달라"며 "불합리하고 투명하지 않은 가격결정 방식과 불공정한 영업 행태를 집중 점검하고 예외 없이 엄단 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같은 자리에서 금융감독원 역시 "합리적 이유 없이 가산 금리를 올리면 큰 사회적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여기에 한은이 기준금리 깜짝 인하를 단행하면서 은행들의 주름살은 더 깊어지고 있다. 안 그래도 저금리에 시름하던 은행들로서는 악재가 더해진 셈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달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이로써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은 2017년 11월 금리 인상 이후 20개월 만에 다시 금리 인하 쪽으로 바뀌게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뿐 아니라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주요국들의 금리 추가 인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금융사들은 자산운용의 활로 찾기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라며 "정부 기조 상 원하는 만큼 대출 금리를 올리기 힘든 은행들로서는 당분간 NIM을 끌어올리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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