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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압박에 中企 대출 늘린 은행들, 건전성 '딜레마'


입력 2019.08.12 06:00 수정 2019.08.12 05:44        부광우 기자

4대銀 중소기업 대출 359.3조…올해 상반기만 15.5조↑

가계부채 규제 강화 풍선효과…연체율 악화 '진퇴양난'

4대銀 중소기업 대출 359.3조…올해 상반기만 15.5조↑
가계부채 규제 강화 풍선효과…연체율 악화 '진퇴양난'


국내 4대 은행 중소기업 대출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은행 중소기업 대출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은행들의 중소기업들에게 빌려준 돈이 올해 상반기에만 15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36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가계부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대신, 중소기업 대출 확대를 유도하고 있는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좀처럼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경기 불황 속 빚을 갚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중소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은행들은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국내 4개 시중은행들이 보유한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359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말(343조7610억원)보다 4.5%(15조539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봐도 모든 곳들의 중소기업 상대 대출이 확대 흐름을 보였다. 특히 상대적으로 그 규모가 작은 은행일수록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린 것으로 분석됐다.

하나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같은 기간 79조6900억원에서 84조8410억원으로 6.5%(5조1510억원) 늘었다. 우리은행도 81조3030억원에서 86조1460억원으로, 신한은행 역시 84조9720억원에서 89조8540억원으로 각각 6.0%(4조8430억원)와 5.7%(4조8820억원)씩 중소기업 대출이 증가했다.

국민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97조7960억원에서 0.7%(6630억원) 늘어난 98조4590억원으로 조사 대상 은행들 중 최대를 기록했지만, 증가율은 제일 낮았다.

이처럼 중소기업들을 상대로 한 은행들의 대출 확대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정책적 요구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계 대출이 1500조원을 넘어서며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되고 있는 만큼, 이제 전당포식 영업은 억제하고 혁신 기업 발굴과 그들에 대한 자금 지원을 통해 새로운 성장 기반을 찾으라는 주문이다.

특히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온 새 예대율 규제는 금융당국의 이런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예대율은 예금 대비 대출금 잔액의 비율로, 은행들이 조달한 예수금보다 많은 돈을 빌려줘 100%를 넘어가게 되면 추가 대출 영업에 제한을 받게 된다. 이미 주요 시중은행 예대율은 100%에 육박하고 있는 현실이다. 예대율 규제 강화가 은행들에게 짐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데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이 같은 예대율 산출 시 가계 대출 가중치는 기존보다 15% 높이기로 했다. 반면 기업 대출 가중치는 15% 낮아진다. 은행들 입장에서 보면 가계에 돈을 더 많이 빌려 줄수록 향후 추가 대출이 힘들어 질 수 있지만, 기업 대출은 반대로 작용하게 된다는 의미다. 즉, 가계보다는 기업을 대상으로 자금 공급에 힘쓰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문제는 중소기업 대출의 건전성이 악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 만큼 은행들의 위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4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평균 연체율은 올해 상반기 말 0.36%로 전년 말(0.34%) 대비 0.02%포인트 상승했다. 해당 연체율이 올랐다는 것은 그 만큼 대출 상환에 곤란을 겪는 중소기업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앞으로 중소기업들의 경영 여건은 더욱 나빠질 공산이 크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글로벌 무역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를 상대로 한 일본의 경제 보복까지 더해지면서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지난 달 국내 중소기업들의 업황 BSI는 전달(70)보다 4포인트 떨어진 66에 머물며, 전체 산업 평균(73)보다 7포인트나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업황 BSI는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 수준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치인 100보다 낮으면 경기를 비관하는 기업이 낙관하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안팎의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중소기업 여신을 둘러싼 리스크는 확대가 불가피해 보인다"며 "이외에 다른 대출 영업 통로를 찾기 힘든 은행들로서는 고민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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