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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킹 앱 전면에 노출해달라…관치페이로 전략한 제로페이


입력 2019.08.12 06:00 수정 2019.08.12 05:52        박유진 기자

제로페이 홍보 강요당한 시중은행 볼멘소리

이용률 저조하자 모바일뱅킹 UI 수정 까지

제로페이 홍보 강요당한 시중은행 볼멘소리
이용률 저조하자 모바일뱅킹 UI 수정 까지


(사진 윗줄 왼쪽부터)우리은행, JB전북은행, KB국민은행 모바일 플랫폼 캡쳐 화면ⓒ데일리안 (사진 윗줄 왼쪽부터)우리은행, JB전북은행, KB국민은행 모바일 플랫폼 캡쳐 화면ⓒ데일리안

은행권이 공들여 만든 모바일뱅킹 앱(App) 전면에 제로페이 아이콘이 등장하면서 '관치페이' 논란이 인다. 이용률이 예상보다 저조하다는 지적이 일자 일부 은행은 제로페이만을 위해 모바일뱅킹 앱(App) 디자인에 변화까지 준 상황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부 은행들은 자사 모바일뱅킹 메인 화면에 배치한 제로페이 아이콘 디자인을 수정해 재배치했다. 제로페이 이용률이 예상보다 저조해 마케팅 서비스 차원에서 UI(사용자인터페이스)를 대대적으로 개선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리뉴얼 시 제로페이 아이콘의 색상을 바꾸고 앱 메인 화면 상단으로 위치를 옮겼는데 앱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기존 서비스만으로도 복잡한 화면 구성에 제로페이 시각물까지 넣다 보니 UI 구성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난 데다 자체 서비스는 뒷전으로 밀려나게 돼 속내가 복잡하다. 이는 모바일뱅킹 UI, UX(사용자경험)를 직관적이고 간소화하는 작업을 추진하는 최근의 추세와 역행하는 행보이기도 하다.

A은행 관계자는 "앱 화면의 배경 색상과 제로페이 아이콘의 색상이 비슷하다보니 뱅킹 이용자 입장에선 서비스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 내부 논의 끝에 디자인을 바꾸게 됐다"며 "참여 사업자마다 앱 앞 쪽에 서비스를 노출하기로 한 부분이 있어 가장 눈에 띄는 곳에 배치 중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앱 메인에 제로페이가 등장한 것은 지난해 12월 사업 첫 출범 때부터다. 당시 서울시는 제로페이 결제 편의성을 높이고자 각 사업자들에 해당 서비스를 모바일 플랫폼 내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곳에 배치해 달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기존의 디자인으로는 이를 발견하기가 어렵고, 이용 실적이 여전히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참여 사업자들이 직접 마케팅 서비스에 나섰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올해 1분기 제로페이 결제 건수는 6만1790건, 결제 금액은 13억6058억원이다. 서울시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올해 제로페이 홍보 예산으로 책정한 98억원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우리은행 위비모바일뱅킹의 화면 캡쳐ⓒ데일리안 우리은행 위비모바일뱅킹의 화면 캡쳐ⓒ데일리안

은행권의 경우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이를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는데, 시스템 도입에 따른 개발비부터 마케팅 비용까지 모두 자비로 부담해 문제가 지적된다. 최근 일부 은행의 경우 고객이 제로페이 이용 시 경품이나 페이백 등을 제공하는 각종 이벤트를 벌이고 있는데, 이는 모두 자체 마케팅비 혹은 제휴를 통해 진행 중인 건으로 파악됐다. 민간 금융사인 은행이 고객에게 받은 돈을 정부 정책에 활용 중인 셈이다.

C은행 관계자는 "제로페이는 수익성이 없는 사업이라 사회적책임 차원에서 서비스를 진행 중"이라며 "결제 때마다 부과되는 이체수수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이용률이 높을수록 은행으로선 역마진이 나는 구조"라고 말했다.

올해 은행권은 중기부 산하 제로페이운영법인설립 준비위원회가 발족됨에 따라 직접 출연금을 납부해 운영법인(SPC)를 설립하는 문제를 놓고 한 차례 잡음에 시달린 바 있다. 당시 출연금으로 알려진 금액만 은행별로 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됐는데, 계획은 중단됐지만 여전히 금융권의 시름은 사라지지 않은 실정이다.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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