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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HC사태, 이런 호구 또 없습니다


입력 2019.08.12 08:30 수정 2019.08.12 08:25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조금이라도 한국 의식했으면 인터넷 공개 못했을 것

<하재근의 이슈분석> 조금이라도 한국 의식했으면 인터넷 공개 못했을 것

화면출처:일본 DHC텔레비전ⓒjtbc 캡처 화면출처:일본 DHC텔레비전ⓒjtbc 캡처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화장품 브랜드인 일본 DHC의 자회사에서 혐한방송을 일삼았다고 해서 논란이다. 'DHC테레비'라는 인터넷방송사의 시사프로그램 '진상 도라노몬 뉴스'에서 ‘조센징’ 운운하며 한국을 조롱하거나 한국역사를 왜곡하는 방송을 했다는 것이다.

한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면서 한국인을 비하했다는 점에서 많은 누리꾼들이 분노에 휩싸였다. 그런데 그들의 이런 이중적인 행태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우리 자신의 무개념이다.

DHC의 요시다 요시아키 회장은 원래 극우 계열 인사로 알려졌었다고 한다. 극우 정당을 지원하기도 했고, 재일동포를 비하하는 발언도 했었다는 것이다.

특히 놀라운 것은, 3년 전에 인터넷상에 "놀라운 숫자의 재일 한국인이 일본에 살고 있다"며 "하찮은 재일 한국인은 필요 없으니 한국으로 돌아가라"는 글을 공개적으로 올렸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용납 받지 못하는 표현 중의 하나가 흑인들에게 ‘아프리카로 돌아가라’고 하는 것이다. 흑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오게 된 원인 제공을 백인들이 해놓고 이제 와서 ‘돌아가라’며 조롱하는 것은 비열하기 짝이 없다.

재일 한인이 많이 생긴 원인도 일본에 있다.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로 병합했기 때문에 많은 조선인이 일본으로 건너갔던 것이다. 그중엔 강제로 또는 속아서 간 사람들도 있다. 이제 와서 ‘돌아가라’고 하는 것은 정말 비열하다.

이 말을 공개적으로 인터넷에 올린 것이 3년 전이다. 얼마나 한국을 우습게 봤으면 한국에서 장사하는 회사의 회장이 이런 말을 올렸을까? 한국을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행태다. 조금이라도 한국을 의식했으면 저런 생각을 속으로는 해도 감히 인터넷에 공개하진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DHC 회장이 한국을 무시할 만도 한 것이, 이 회사는 2002년에 한국에 진출한 이래 고급 화장품으로 인기를 끌어왔다. 그사이 회장이 우익적 언행을 했는데도 한국에서 아무런 반발이 없고 영업이 순탄하게 진행되니까 한국을 점점 더 무시하게 됐을 것이다. 그저 돈만 내는 ‘호구’ 취급이다.

그리하여 급기야 3년 전에 인터넷에 혐한 발언을 올리는 대담한 행각까지 벌였는데도 한국인들은 여전히 아무 반발 없이 DHC 제품을 사줬던 것이다. 세상에 이렇게 속없는 나라가 또 있을까? 아무리 조롱하고 비하해도 묵묵히 참으며 좋다고 그 회사 제품을 사주는 나라. 이러니 한국을 대놓고 무시하게 된 것도 당연하다.

이런 사례들을 통해 일본의 다른 우익들도 한국을 우습게 보는 태도를 학습했을 것이다. 일본 우익들이 ‘한국은 원래 금방 뜨거워지고 금방 식는 나라’라는 식의 발언을 일삼는 것도 과거부터 한국이 일본에게 당하면서도 결국 일본의 수익을 올려주는 ‘호구’ 노릇해온 것을 학습한 결과다.

지금 DHC 자회사 혐한 방송 논란까지 터지고도 한국에서 또다시 이 회사가 잠깐의 곤란만 겪은 후 회복해서 멀쩡히 수익을 올린다면, 그들은 더욱 한국을 우습게 여길 것이다. 한국인은 이번에도 속없는 ‘호구’ 노릇을 할 것인가?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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