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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보낸다던 쌀 5만톤…文정부 '짐' 됐나


입력 2019.08.13 14:30 수정 2019.08.13 14:34        이배운 기자

北, WFP에 쌀 수령 거부의사 전한 뒤 한달째 '침묵'

쌀 지원사업, 정체·취소·재개 어느쪽이든 정치적 후폭풍 예상

北, WFP에 쌀 수령 거부의사 전한 뒤 한달째 '침묵'
쌀 지원사업, 정체·취소·재개 어느쪽이든 정치적 후폭풍 예상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지난달 정부는 여론의 거센 저항을 무릅쓰고 대북 쌀 지원을 밀어붙였지만, 북한은 한 달 이상 침묵으로 일관하며 사실상 쌀 수령을 거부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정부는 쌀 지원 사업을 밀어붙이기도, 무르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에 처한 모양새다.

통일부는 지난 6월 말 대북 쌀 지원 사업을 공식화하고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5만톤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단거리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지 불과 한 달 만에 내려진 결정으로,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WFP와의 실무협의 과정에서 8월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문제 삼으며 쌀 수령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의 공식적인 입장을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한 달이 지나도록 새로운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여권은 오는 20일 한미연합훈련이 종료되면 남북대화의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은근히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북한 외무성은 지난 11일 담화에서 '북미대화와 남북대화는 별개'라고 선 긋고 남측에 강한 적개심을 표출하면서 가까운 시일 내 남북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은 더욱 요원해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일 신형전술유도탄 발사를 참관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일 신형전술유도탄 발사를 참관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이에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무릅써가며 추진했던 대북 쌀 지원은 어느 방향으로 처리되든 여론의 비판을 야기할 수 있는 '골칫거리'가 된 모양새다.

극적으로 남북대화가 재개되기 전까지 북한은 우리의 쌀 지원 제의에 침묵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 급랭상태가 초장기화 되거나 더 악화될수록 '아직도 북한에 퍼줄 궁리만 한다'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북한이 쌀 지원을 공식적으로 거절할 경우에는 대북 정책 실패론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가 선제적으로 쌀 지원 취소를 결정하기도 쉽지 않은 모양새다. 가뜩이나 남북관계에 찬바람이 부는 상황에서 이 같은 결정은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을 한층 더 가중 시킬 수 있다. 정부의 대북 정책의 실패를 사실상 자임한 결정으로 해석되면서 정치적 후폭풍에 직면할 가능성도 높다.

북한이 돌연 쌀 지원 수용의사를 밝혀도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지난 보름동안 5차례나 남한을 겨냥한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고 우리 정부에 노골적인 비난을 퍼부은 바 있다.

남북관계 회의론이 불거진 상황에서 쌀 지원 본격화는 정부가 북한에 대해 지나친 '저자세'로 일관하고 오히려 '갑질'과 '오판'을 부추기고 있다는 거센 비판을 맞는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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