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아베가 던져준 의외의 선물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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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아베가 던져준 의외의 선물 세 가지
    기업 바라보는 국민 인식 변화
    국내 기업 부품소재기업 기회 확대
    우리 정부도 못 막은 노동계 하투 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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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8-19 07:00
    박영국 기자(24pyk@dailian.co.kr)
    기업 바라보는 국민 인식 변화
    국내 기업 부품소재기업 기회 확대
    우리 정부도 못 막은 노동계 하투 저지


    ▲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 아베 정부 규탄 청소년 1000인 선언 기자회견에서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소속 청소년들이 아베를 무릎 꿇리는 퍼포먼스를 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가미카제의 재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우리나라를 향한 경제 공세를 두고 나온 말이다. 자국 소재기업들을 ‘글로벌 공급망 이탈’ 위기로 몰아넣어가면서까지 어떻게든 우리에게 피해를 주겠다는 의도가 다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초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소재 수출 규제 강화를 시작으로 한 달여간 이어진 일본의 공세는 역으로 우리에게 여러 선물을 안겨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물론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자해(自害)를 해가면서까지 우리를 이롭게 해주니 안쓰러우면서도 고맙다.

    아베 총리가 던져준 첫 번째 선물은 기업인들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 변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적폐로 몰고 못살게 구는 대상이 됐던 기업인들이 경제적 외침(外侵)이 있을 때 우리나라를 지켜줄 강력한 군대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일본의 경제 공세를 통해 절감하게 된 것이다.

    일본의 공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건 우왕좌왕하는 정부도, 일본까지 갔다 면박만 당하고 돌아온 정치인들도 아닌, 바로 기업인들이다.

    일본 소재기업들에게 있어 전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지배자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의 거래선이 끊기는 것은 재앙과 다를 바 없다. 사태가 장기화돼 삼성·SK가 다른 공급선을 발굴한다면 일본의 정치·경제인들이 한국으로 날아와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앞에서 무릎을 꿇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철옹성 같았던 일본의 부품·소재·장비 산업을 우리 기업들이 공략할 여지를 만들어줬다는 점이다. 일본은 가전, 반도체, 휴대폰 등 전방산업이 거의 무너졌음에도 부품·소재·장비 분야에서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여전히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품질 면에서나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나 높은 신뢰성을 보여 왔던 것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아베 정부는 고맙게도 스스로 자국 기업들의 신뢰성에 먹칠을 했다. 글로벌 분업 체계에서 정치적인 문제로 공급 안정성에 균열이 생긴다면 해당 국가 기업들의 신뢰성은 급격히 하락한다. 이미 일본을 향한 다른 국가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이러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도태될 수도 있다. 우리 기업들이 치고 들어갈 절호의 기회다.

    마지막 선물은 지난 7년간 대한민국의 어느 지도자도 막지 못했던 노동계의 하투(夏鬪·여름 투쟁)를 일본 지도자가 막아줬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강성 노조로 꼽히는 현대차와 기아차 노동조합은 파업을 위한 사전 절차를 마쳐놓고도 일본의 경제공세에 파업을 보류하고 사측과 교섭에 나섰다.

    양사 노조는 일제히 일본의 경제도발을 비난하며, 일본 수출규제가 자사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사측과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아베 총리 의도는 불순했지만 결과는 그가 의도한 대로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악영향을 최소화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면 아베 총리를 ‘자국의 국익을 희생해 대한민국을 이롭게 한’ 최초의 일본 지도자로 만들 수 있다.[데일리안 = 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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