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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선 이제야 밝힌 이유, 봉화가 올랐다


입력 2019.08.21 08:20 수정 2019.08.21 08:15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남의 부부관계 일 한쪽 말만 듣고 재단은 성급

<하재근의 이슈분석> 남의 부부관계 일 한쪽 말만 듣고 재단은 성급

지난해 7월 12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청 잔디광장에서 열린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에서 배우 구혜선이 레드카펫을 걸어오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지난해 7월 12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청 잔디광장에서 열린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에서 배우 구혜선이 레드카펫을 걸어오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구혜선의 세 번째 입장이자, 첫 번째 공식입장이 나왔다. SNS 글 2회 이후 이번엔 법무법인을 통해 정식 입장을 낸 것이다. 여기에서 안재현을 이렇게까지 공격하는 이유를 비로소 밝혔다.

구혜선의 행보는 매우 이례적이었다. 부부관계 문제를 일방적으로 밝힌 것으로도 모자라 안재현이 권태기로 변심했다며 배신자로 낙인을 찍기까지 했다. 두 번째 SNS 글에선 이혼 사유가 안재현의 변심과 신뢰훼손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이건 안재현을 연예계에서 거의 매장시키려는 시도로까지 읽혔다. 연예인에게 이미지는 매우 중요하고 안재현처럼 로맨스 드라마 출연 후보군에겐 특히 더 중요하다. 이런 사람에게 배신자 변심남 이미지를 씌우는 건 연예인 앞길을 막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이렇게까지 엄청난 공격을 하는 것에 정당성이 있으려면 안재현에게 아주 심각한 잘못이 있어야 했다. 그런데 구혜선의 SNS 입장에선 그 부분이 모호했다. 구혜선이 적시한 안재현의 잘못은 첫째 ‘나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다(변심)’, 둘째 ‘우리 엄마랑 직접 만나 이혼을 얘기하지 않는다’였다. 두 번째 SNS에서 추가된 셋째 이유는 ‘소속사 대표와 내 험담을 했다(신뢰훼손)’였다.

이것들은 이 엄청난 공격의 이유로 미진했다. 사랑이 식은 걸 잘못이라고 하기 힘들고, 이혼하는 판에 장모를 꼭 만날 이유가 없으며, 남과 함께 부인 험담을 했다는 것도 그 수위에 따라 다르겠지만 액면으로만 봤을 때 엄청난 잘못이라고 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구혜선이 안재현에게 부당한 공격을 하는 것으로 판단될 여지가 컸다. 그런데 이번 공식입장에서 비로소 중대한 사유가 등장했다. 바로 ‘주취상태에서 다수의 여성과 긴밀하고 잦은 연락 등의 이유로 심한 스트레스’를 구혜선에게 줬다는 것이다. 이것도 수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어쨌든 ‘다른 여성’, 그것도 ‘다수의 여성’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했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다. 다른 여성들과의 관계 문제가 있다면 부인이 배신감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이러면 구혜선이 안재현을 공격하는 이유가 설명이 된다. 기존엔 구혜선의 주장만으로 보더라도 구혜선에게 정당성이 없어보였는데, 이젠 구혜선의 주장 속에선 어쨌든 사유가 생겼다. 구혜선의 의도도 보다 분명해졌다. 처음엔 공격하면서 가정을 지키겠다고 해서 혼란스러웠는데, 이번에 여자관계 문제까지 꺼낸 것을 보면 안재현에 대한 보복심이 분명해보인다.

구혜선이 날린 ‘여자관계’ 결정타로 안재현을 향한 여론은 더 극단적인 상황이 됐다. SNS 글 이후 안재현을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었는데, 이번 공식입장 이후엔 안재현을 매장해야 한다는 극언이 나오는 등 비난의 수위가 한 차원 더 올라갔다. ‘안재현 바람기 원인론’이 확신으로 바뀌어간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아직 모든 게 구혜선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는 점이다. 구혜선의 공격에 이유가 부족한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나름 제시하는 이유가 있는 상황으로 바뀌긴 했지만 물음표는 여전하다. 진실에 대한 물음표 말이다.

남의 부부관계 일을 한쪽 말만 듣고 재단하는 건 성급하다. 게다가 연예인 이미지 매장까지 하려면 더 사려 깊은 접근이 필요하다.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일단 공분부터 하고 보는 공론장 문화가 문제다.

연예인 부부 이혼 시에 반드시 어느 한 쪽을 가해자로 잡아내서 물고를 내고야 말겠다는 식의 대중욕망도 문제다. 이러니 이혼사유가 단순히 성격차이라고만 해도 온갖 루머가 퍼지면서 한쪽에 낙인이 찍힌다. 이번엔 구혜선이 직접 지목까지 했으니 울고 싶은데 뺨 연타로 때려주고 타고 싶은 장작에 기름 발라준 격이다. 한눈 판 배신남을 처벌, 아니 매장하라는 봉화가 올랐다. 너무 성급하다. 조금 더 차분하게 접근할 순 없을까? 남의 부부관계 일을 내가 단정해서 단죄할 수 있다는 턱없는 자신감부터 내려놓는 게 좋겠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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