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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논란' 들끓는데...文대통령 연설문에 "공정과 정의"


입력 2019.08.23 10:46 수정 2019.08.23 11:08        이충재 기자

중앙경찰학교 졸업식 "법 앞에 공정한-정의로운 사회"

행사 부제는 '조국은 그대를 믿노라' 기막힌 아니러니

중앙경찰학교 졸업식 "법 앞에 공정한-정의로운 사회"
행사 부제는 '조국은 그대를 믿노라' 기막힌 아니러니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중앙경찰학교 졸업식에 참석해 '공정'과 '정의'를 강조했다.(자료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중앙경찰학교 졸업식에 참석해 '공정'과 '정의'를 강조했다.(자료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중앙경찰학교 졸업식에 참석해 '공정'과 '정의'를 강조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불공정‧특혜 의혹으로 '공정과 정의'를 외쳐온 문재인 정부의 가치가 무너진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이날 충북 충주시 중앙경찰학교 대운동장에서 열린 행사의 부제(副題)는 아이러니하게도 '젊은 경찰관이여, 조국은 그대를 믿노라'였다.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앞으로의 경찰 역사는 바로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다"면서 "법 앞에 누구나 공정한, 정의로운 사회를 이끄는 경찰로 새로운 100년의 역사를 써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경찰의 표상'으로 제주4.3 당시 상부의 민간인 총살 명령을 거부한 문형순 성산포서장과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을 향한 발포 명령을 거부한 안병하 치안감을 꼽았다.

문 대통령은 또 "이제 수사권 조정 법안과 한국형 자치경찰제 도입이 입법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수사권이 조정되고 자치경찰이 도입되면 시민과의 거리는 한층 가까워지고, 치안서비스의 질이 보다 높아질 것"이라고도 했다.

[이하 文대통령 '중앙경찰학교 제296기 졸업식 축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중앙경찰학교 제296기, 2,762명의 청년들이 졸업과 함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경찰관으로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청년들은 국민과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삶을 택했습니다. 국민들께서 함께 축하해주시기 바랍니다.

귀한 아들딸, 남편과 아내의 선택을 응원하고 뒷바라지 해주신 가족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한명 한명 열성을 다해 사명감과 열정 넘치는 경찰관으로 키워주신 이은정 중앙경찰학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여러분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청년경찰 여러분,

경찰은 국민과 가장 가까이 있는 정부이며 국가입니다. 지구대와 치안센터, 순찰차, 해외 주재원으로 최일선에서 국민을 만나는 법집행자입니다. 경찰특공대, 독도수비대와 같이 이웃의 안전과 우리 영토를 지키는, 가장 가까운 곳의 ‘안보’입니다.

국민들은 어려운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여러분에게 도움을 구합니다. 지난 한 해에만 국민 열 명 중 네 명, 2천만 명에 가까운 국민이 112를 통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그에 응답했습니다.

납치된 딸을 애타게 찾는 어머니의 신고에 순찰차와 헬기까지 동원해 딸을 무사히 어머니 품에 안겨드렸습니다. 자다가 호흡이 멈춘 16개월 아기는 행여나 다칠까 두 손가락으로 세심히 심폐소생술을 실행한 젊은 경찰들의 품에서 의식을 되찾았습니다.

절망의 끝에 선 시민을 구하기 위해 여러분은 차가운 강물에 뛰어들기도 하고, 고층 건물 난간에 조심스럽게 다가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우리의 영웅입니다.

우리 국민은 여러분의 용기를 믿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국민이 2015년 69%에서 올해 75%로 늘었습니다.

우리 경찰의 치안 능력은 갈수록 더욱 강해지고 전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습니다.

범죄와 교통사고 사망자가 해마다 감소하고 살인·강도·성폭력 범죄의 검거율은 95%가 넘습니다. 우리의 우수한 치안시스템을 세계 110개국에 전수하고 있으며, 최고 수준의 ‘사이버범죄 대응 기법’을 배우기 위해매년 천 명이 넘는 외국 요원들이 한국을 찾고 있습니다. 인터폴 총재를 배출하고 국제범죄 공조가 갈수록 확대되는 등 대한민국 경찰의 위상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늦은 밤거리를 마음 편히 다닐 수 있는 치안이 부럽다고 합니다. 평창동계올림픽 때 한국을 방문한 외빈들은 대회 기간 내내 한국의 경찰이 무장 없이 질서를 유지하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모두 여러분의 헌신 덕분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경찰에 입문한 19세 청년이 있고 ‘아빠가 경찰이면 좋겠다’는 딸의 소원에 늦깎이 경찰이 된 45세 가장도 있습니다.

여러분의 가슴은 자부심과 열정으로 가득하지만, 앞으로 걷는 길이 편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피곤한 몸으로 밤을 지새우고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날도 있을 것입니다.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금융사기 범죄를 추적하고 불법촬영·데이트 폭력 등 악질적인 성범죄, 살인과 마약을 비롯한 각종 강력범죄에 맞닥뜨려 극한 직업을 실감해야 하는 날이 비일비재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모든 순간이야말로 국민이 여러분을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입니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에게는 하염없는 따뜻함으로, 법을 무시하고 선량한 이웃에 피해를 주는 사람에게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추상같은 엄정함으로 대할 것을 당부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청년경찰 여러분,

올해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았습니다. 대한민국 경찰도 100주년을 맞았습니다.

100년 전인 1919년 4월 25일, 임시정부 경무국이 설치되고 임시정부의 문지기를 자처했던 백범 김구 선생이 초대 경무국장으로 취임했습니다. 백범 선생의 ‘애국안민’ 정신은 우리 경찰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광복 후에는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경찰에 투신하여 민주경찰의 역사를 이었습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조카이자 독립운동단체 결백단에서 활동한 안맥결 제3대 서울여자경찰서장, 함흥 3.1운동의 주역 전창신 인천여자경찰서장, 광복단 군자금을 모았던 최철룡 경남경찰국장을 비롯하여 지금까지 모두 쉰 한 분의 독립운동가 출신 경찰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국민과 조국의 미래를 위해 헌신한 선구자들의 정신은 민간인 총살 명령을 거부하고 수많은 목숨을 구해낸 제주 4․3 시기 문형순 제주 성산포 서장 신군부의 시민 발포 명령을 거부한 80년 5월 광주 안병하 치안감으로 이어졌습니다.

국민의 뜻과는 다르게 권력을 남용하고 인권을 탄압하기도 했던, 어두운 시기도 있었지만, 우리 국민은 국민의 경찰, 민주경찰, 인권경찰로 경찰 스스로 거듭날 수 있도록 꾸준히 기다려 주셨습니다. 국민들의 기대와 지지 속에서 경찰은 스스로 변화하는 용기를 보여주었습니다.

권력기관 중 가장 먼저 개혁위원회를 발족하고국민의 바람을 담은 권고안을 수용하며, 가장 빠른 속도로 개혁을 실천했습니다.

경찰서마다 ‘현장인권상담센터’를 설치하여인권 보호를 실천하고 있고, 인권침해 사건 진상위원회를 설치하여 총 열 건의 사건을 조사하고 공식적으로 사과드렸습니다. 피해자와 가족, 국민께 위로와 희망의 첫걸음이 되었습니다.

국민의 기대에 혁신으로 부응하고 있는 오늘의 경찰을 진심으로 치하합니다.

이제 수사권 조정 법안과 한국형 자치경찰제 도입이 입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수사권이 조정되고 자치경찰이 도입되면 시민과의 거리는 한층 가까워지고, 치안서비스의 질이 보다 높아질 것입니다.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 도입 법안을국회에서 조속히 매듭지어 주기를 당부드립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찰이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얻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청년경찰 여러분,

국민의 안전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경찰 여러분의 처우와 복지가 중요합니다.

정부는 인력과 예산을 확충해 치안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 경찰관 8,572명을 증원했고, 국민께 약속드린 대로 2만명까지 늘려갈 예정입니다. 현장에서 꼭 필요한 수사비 예산도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강도 높은 업무의 특성에 맞춰 건강검진과 트라우마 치유를 포함한 건강관리 인프라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위험을 무릅쓴 직무 수행 중 질병이나 부상을 당하거나 순직할 경우 보상을 강화했습니다.

경찰 복지가 국민 복지의 첫걸음이라는 자세로 더욱 촘촘히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국민의 부름에 묵묵히 책임을 다해 온현장 경찰관 여러분께 늘 고맙고 애틋한 마음입니다.

임시정부에 뿌리를 둔 자랑스러운 역사도, 과거의 아픈 역사도 모두 경찰의 역사입니다.

앞으로의 경찰 역사는 바로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법 앞에 누구나 공정한, 정의로운 사회를 이끄는 경찰로 새로운 100년의 역사를 써나가기를 기대합니다.

국민과 이웃이 여러분을 믿는 만큼 여러분도 국민을 믿고 국민의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 주시기 바랍니다. 정부도 여러분이 대한민국 경찰관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여러분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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