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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로 드러난 특혜 입시 민낯


입력 2019.08.26 08:20 수정 2019.08.26 08:18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입시제도 개선해야 스카이 캐슬로 인한 상처 치유

<하재근의 이슈분석> 입시제도 개선해야 스카이 캐슬로 인한 상처 치유

대학 입시설명회 잠연ⓒ데일리안 DB 대학 입시설명회 잠연ⓒ데일리안 DB

조국 후보자의 딸이 시험도 보지 않고 대학에 들어갔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는 사람들이 많다. 조국 후보자의 딸이 기기묘묘한 방식으로 대입전형을 통과한 것에 대해 반칙, 꼼수, 편법이라고 지탄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러한 반응이 놀라운 것은 우리나라가 시험 안 보고 기기묘묘한 방식으로 대학 가는 나라가 된 지 이미 오래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시험도 안 보고 입시를 통과했느냐며 분노하는 대학생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이런 저런 방식으로 시험 안 보고 입학했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입시 과정에서 불법 청탁, 공모 등이 있었다면 처벌 받을 일이지만, 그 문제와 별개로 기기묘묘한 기상천외 입시 천태만상은 원래부터 있어왔던 풍경이고 심지어 국가가 그런 방식을 권장하기까지 했다.

획일적인 시험 입시에 대한 반성 때문이다. 시험식 입시제도가 교육을 망친다는 지적이 많았고, 그래서 교육을 정상화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기른다며 입시제도를 다양화, 자율화했다. 시험성적이 아닌 다양한 특기적성, 경력을 보고 대학이 자율적으로 ‘알아서’ 신입생을 뽑으라고 권장했다. 그러니까 꼼수, 편법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입학사정관제다. 2007년에 도입된 후 이명박 정부 때 크게 확대됐다. 다양한 방식으로 대학이 ‘알아서’ 신입생을 뽑게 되니 대학에 잘 보이기 위한 스펙 쌓기 열풍이 불었다. 소논문 참여, 봉사활동, 인턴 경력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경력을 쌓는 데에 유리한 특목고의 인기가 치솟았고, 대학입시 지옥에 더해 고등학교 입시 경쟁까지 가중됐다. 사교육비의 차원이 달라졌다.

일반 고등학교에서도 논문, 봉사활동, 독서 등 각종 비교과 프로그램이 양산됐지만 특목고를 따라갈 순 없었다. 조국 후보자의 딸도 특목고 프로그램을 활용했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특목고 부모들 사이에 형성된 네트워크를 일반 고등학교 학부모가 따라갈 수 없었다.

결정적인 것은 ‘N개의 전형’이다. 과거 학력고사 시절엔 대학 가는 방법이 하나였는데, 자율화 다양화 시대엔 그 방법이 너무나 다양해져 ‘N개의 전형이 있다’는 말이 나왔다. 조국 후보자의 딸이 활용한 고려대 세계선도인재전형도 그런 N개의 전형 중의 하나로 외고에 유리한 전형이었다.

이러니 정보력이 중요해졌다. ‘할아버지의 재력, 아버지의 무관심, 어머니의 정보력’이 필수라는 말이 나온 배경이다. 정보를 쥔 입시컨설턴트가 귀하신 몸이 되었다. 정보가 많은 어머니도 ‘돼지엄마’라는 스타가 되었다. 그런 이들이 각 학교의 기기묘묘한 전형 방식에 따라 학생별 맞춤 포트폴리오를 짜서 입시 전장의 승리자가 됐다. 교육당국은 그런 걸 교육의 다양화라고 했다.

당연히 부자들에게 유리한 방식이다. 일반 서민들은 기기묘묘한 길을 찾아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짤 능력도, 인맥도 없다. 그래서 입시 다양화, 자율화 이후 사다리가 부러졌다. 있는 집 자식들이 스카이대를 점령하는 ‘스카이 캐슬’의 시대가 된 것이다. 스카이대 학생들의 집안 재산이 달라지고 학생들의 성향도 과거와는 달라졌다. 교육이 계층 상승 사다리가 아닌 세습 음서제로 작동하는 세상. 그런 시대를 그린 드라마 ‘스카이 캐슬’도 방영됐다.

불공정한 입시 제도에 당연히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입학사정관제가 학종(학생부종합전형)으로 바뀌었고 논문실적의 학생부 기재를 금지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복잡하고 자율적인 학종이 결국 금수저들을 위한 깜깜이 전형이라는 인식이 크다.

어느 한 사람의 자녀가 그런 제도를 잘 활용한 것을 비판하면서 정작 제도 자체는 그대로 둔다면, 다른 사람들의 자녀가 그런 제도를 여전히 잘 활용할 것이고 제도의 허실을 파악해주는 입시 산업은 기승을 부릴 것이며 그런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서민들의 박탈감도 이어질 것이다. 스카이 캐슬을 만든 건 몇몇 사람의 특이한 행태가 아닌 제도였다. 제도를 개선해야 스카이 캐슬로 인한 상처도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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