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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갚을 때 수수료' 못 없앤다는 은행들…카뱅 앞 '머쓱'


입력 2019.08.30 06:00 수정 2019.08.30 07:39        부광우 기자

銀 중도 상환 수수료 0.5~2.0%…카카오뱅크만 '무료'

수십년 째 '폐지 불가론' 왜…늘어나는 대환 '걸림돌'

銀 중도 상환 수수료 0.5~2.0%…카카오뱅크만 '무료'
수십년 째 '폐지 불가론' 왜…늘어나는 대환 '걸림돌'


국내 은행들이 만기 전 미리 빚을 갚는 고객들에게 부과하고 있는 수수료를 카카오뱅크만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은행들이 만기 전 미리 빚을 갚는 고객들에게 부과하고 있는 수수료를 카카오뱅크만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은행들이 만기 전 미리 빚을 갚는 고객들에게 부과하고 있는 수수료를 카카오뱅크만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십년 째 이 같은 대출 중도상환 수수료를 없앨 수 없다고 버텨오던 시중은행들로서는 머쓱한 대목이다. 특히 최근 금리를 낮춘 정책성 상품 확대로 대출을 갈아타려는 이들이 늘면서 중도상환 수수료를 둘러싼 소비자들의 불만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카카오뱅크를 제외한 모든 국내 은행들은 대출을 조기 상환하는 차주들로부터 원금 대비 적게는 0.5%에서 많게는 2.0%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대출 중도상환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는 은행들은 이에 대해 불가피한 비용이라고 설명한다. 기본적으로 은행의 영업은 예금을 통해 들어온 돈을 다른 고객들에게 대출 등으로 빌려주고 그 이자로 다시 예금 고객의 이자를 충당하는 구조로 이뤄지는데, 대출금을 예정보다 빨리 갚아 버리면 금융사 쪽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논리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이로 인한 금융사의 손해를 방지할 목적으로 대출금을 미리 갚는 고객에게 물리는 일종의 벌금의 역할로서, 중도 상환 수수료 폐지 불가론을 외쳐 왔다. 아울러 선진국 금융 시장에서도 이미 일반화된 제도라고 강조한다.

우리나라에 이런 대출 중도 상환 수수료가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20여년 전의 일이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지속적인 상승하던 금리 탓에 대출금을 미리 갚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이후 금리가 점점 떨어지면서 빚을 중도에 갚아 버리는 고객들이 많아지자 중도 상환 수수료 제도를 활용하는 은행들이 늘게 됐다. 1999년을 전후해 은행은 물론 제 2금융권에서도 이 제도를 채택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은행들은 수수료의 기본 구조를 감안하면 이런 수수료들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고 역설한다. 은행들이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종 오프라인 설비 투자가 필수인 만큼, 서비스의 대가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들어서는 핀테크 기술 등의 발달로 대규모 전산 시설 투자가 필수가 되면서 수수료의 당위성도 한층 커졌다는 해석이다.

반면 국내 금융권에서 가장 근래에 생긴 은행인 카카오뱅크는 굳이 대출 중도 상환 수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다. 그와 관련된 비용이 크지 않아 은행으로서도 별 부담 없이 제공할 수 있는 부분이 됐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대출 중도 상환 수수료는 시중은행들도 오프라인 업무를 크게 동원할 필요가 없는 영역이다.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이기 때문에 해당 수수료를 없앨 수 있는 것이란 반박의 설득력이 약해지는 지점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은행 출범 당시 상품을 설계할 때부터 대출 중도 상환은 수수료 없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로 판단했다"며 "앞으로도 이런 기조를 유지해 갈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이 같은 은행들의 대출 중도 상환 수수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커진 현실이다. 금융당국의 요구로 이자율이 낮아진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대출 갈아타기 수요가 확산되고 있는데, 이럴 경우 중도 상환 수수료가 최대 장벽일 수 있어서다. 절약할 수 있는 금리보다 수수료 부담이 더 큰 구간에 놓인 소비자들로서는 금융비용 절감 기회에도 속앓이만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우선 금융위원회는 주택금융공사와 함께 최저 1%대의 이자율을 적용하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출시하기로 했다. 이 상품은 변동·준고정 금리 주택담보대출을 갈아탈 수 있도록 한 10~30년 만기의 대환 상품이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탄 고객들은 오는 10~11월부터 새로운 금리를 적용받게 되고, 중도 상환 수수료 부과 대상일 때는 이를 해당 대출기관에 납부해야 한다.

또 지난 달부터 새로 도입된 코픽스도 주택담보대출 소비자들의 대환을 유도하고 있다. 코픽스는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의 기반이 되는 지표인데, 올해 7월부터 기존보다 금리를 낮추는 방식의 새 기준이 적용됐다. 단 신규 대출 고객들만 대상인 만큼, 이미 은행에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소비자들이 혜택을 보려면 중도 상환 수수료를 내고 다시 대출을 받아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좀 더 싼 대출로 대환할 길이 많아지긴 했지만, 기존 고객들이 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중도 상환 수수료가 걸림돌"이라며 "아낄 수 있는 이자보다 수수료 비용이 클 경우 현실적으로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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