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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세훈 "'용서와 화해'로 보수통합…중도의 마음을 얻자"


입력 2019.08.30 03:00 수정 2019.08.30 05:59        정도원 기자

"총선 지면 '한 번도 경험 못한 나라' 된다

절체절명인데 서로에게 삿대질이 웬말이냐"

"총선 지면 '한 번도 경험 못한 나라' 된다
절체절명인데 서로에게 삿대질이 웬말이냐"


서울특별시장을 지낸 오세훈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이 28일 서울 광진구 변호사오세훈법률사무소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서울특별시장을 지낸 오세훈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이 28일 서울 광진구 변호사오세훈법률사무소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얼마 전 '이순신'이 정치권의 화두가 됐을 때, 2·27 전당대회 이후 아무 당직 없이 백의종군(白衣從軍)하는 그가 떠올랐다. 28일 잠실대교 북단에서 자양사거리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오세훈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을 만났다.

이날까지 36차례 가두 당원모집에 오세훈 위원장은 정말로 농사짓는 농부마냥 얼굴이 까매져 있었다. 광진구가 1995년 성동구에서 분구된 이래, 국회의원 을(乙) 선거구는 단 한 차례도 자유한국당 후보가 당선되지 못한 험지다. 땡볕·무더위에도 길거리에 파라솔을 펴고 당원모집을 하는 모습에 '밭갈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험지 광진을이 지난 2016년 출마했던 '정치 1번지' 종로처럼 '폼나는' 자리도 아니다.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또 내려놓고 그가 광진을로 향한 것은 서울·수도권 선거 승리의 불씨를 이곳에서부터 일으켜보겠다는 소명의식이었다.

그런만큼 이날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오 위원장은 이대로라면 총선에서 패배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된다는 위기의식을 연신 일깨우며, 중도층의 표심을 움직여 총선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보수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통합을 위한 키워드로는 '용서와 화해'를 제시했다.

"지금 수도권 보면 총선 100석도 낙관 못한다
'경험 못한 나라' 저지하려면 보수통합해야"


오세훈 위원장은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으로 한창 한국당이 기세를 올리던 이날에도 "지금 수도권만 보면 100석도 낙관을 못한다"며 "실제로 100석을 못하는 상황이 오면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 사회주의 개헌으로 가게 되고 그야말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직전 24일에 열렸던 장외집회에서 연단에 올라 "불과 2년만에 대한민국의 모든 것이 허물어지고 있다"고 사자후를 토했던 그다. 오 위원장은 한국당이 100석에 미달할 경우 "다 허물어버리고 새로운 사회주의 사회가 건설되는 것"이라며 "번영으로 가는 게 불가능한,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고 경험하지 못했던 나라가 된다"고 단언했다.

조금 낙관을 해본다면 120석 정도일 것이다. 오 위원장은 "지금 벌어지는 고집스런 행태가 계속된다. 말도 안되는 사람을 내놓고 장관을 시키자는…"이라며 "다 실패한 정책이지만 반성의 계기가 없으니, 남은 2년 반 동안 소주성(소득주도성장) 등 정책이 공고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말대로라면 어떤 미래라도 우리 국민에게 희망은 없다. 오 위원장은 "'조국 정국' 때문에 당장은 좀 유리해졌지만, 추석이 지나고 조국이 잊혀지면 원래 지지율로 돌아갈 것"이라며 "저쪽이 법 개정을 통해 '한 번도 경험 못한 나라'로 몰아갈 때, 우리는 그걸 저지할 힘을 가질 수 있을까. 최선을 다해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리서 국민들은 '통합 안하면 필패'라는데
보수통합 토론서 '천 년의 저주' 발언 답답"


서울특별시장을 지낸 오세훈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이 28일 서울 광진구 변호사오세훈법률사무소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서울특별시장을 지낸 오세훈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이 28일 서울 광진구 변호사오세훈법률사무소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길거리에서 연일 국민과 만나는 오세훈 위원장은 보수통합의 필요성은 오히려 국민이 더욱 절절히 체감하고 있다며, 되레 정치인들의 행태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오 위원장은 "당원모집하러 나가면 많은 분들이 '바른정당은 합해지는 거냐'고 묻는다"며 "'길거리 대화'니까 기승전결을 갖춰서 질문·답변은 못하지만 '바른정당까지 통합해야 한다. 안 그러면 필패'라는 이야기를 하루에도 몇 번씩 듣고, 일부는 '우리공화당까지 다 합해야 한다. 오 시장이 앞장서달라'고 한다"고 전했다.

묵묵히 지역에만 열중하던 그가 오랜만에 지난 20일 플랫폼 '자유와 공화' 초청으로 연단에 올라 보수통합을 강조할 생각을 한 것은 이러한 국민들의 아우성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날 아침, 오 위원장은 자신과 함께 수도권 광역단체장을 지냈던 한 인사가 보수통합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토론을 주최한 김무성 전 대표를 향해 "천 년 이상의 저주를 받을 것"이라는 독설을 내뱉었다는 기사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오 위원장은 "그 말을 듣고 정말 참 답답하더라. 딱 이미 결집된 지지층만 의식한 발언 아니냐"며 "잠재적 지지층, 잠재적으로 우군화시켜야 할 분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메시지로도 작동하는 바가 없다"고 비판했다.

"르완다, 부모 원수와도 '용서와 화해' 했다
우리 보수의 정신적 수준이 르완다만 못하다"


'자유와 공화' 플랫폼 기조연설에서 "보수 진영의 정신적 분열 상태가 아프리카 수준만 못하다"는 자극적인 표현까지 나오게 된 것에는 이런 연유가 있다. 오 위원장은 지난 2014년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 자문단 자격으로 반 년간 아프리카 르완다에 체류했던 경험을 꺼냈다.

1994년 4월부터 7일까지 100일간 100만 명이 학살된 내전으로 악명높은 그 나라다. 다수 후투족이 소수 투치족을 '인종청소'하다가 투치족 폴 카가메가 이끄는 르완다애국전선(RPF)이 수도에 입성하면서 승리했다.

오 위원장은 "다수 후투족은 '이제 우리는 다 죽었다'며 공포에 휩싸였지만, 카가메는 '잊지는 않겠지만 복수는 없다'는 결단을 내렸다"며 "악순환을 끊지 않으면 나라를 재건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오 위원장에 따르면, 르완다에서는 남에게 음료수를 권하는 예의가 사라졌다. "과거의 원한을 못 참아 벌어지는 '개인적 독살'이 많기 때문"이라며 "그 자리에서 음료수를 까서 나부터 한 모금 마신 뒤, 비로소 남에게 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음료수 한 캔 못 건네는 원한을 '용서와 화해'로 넘어서자면서 카가메는 르완다 재건에 나섰다. 오 위원장은 "대학 입학, 공무원 임용, 장관 등용을 전부 다 민족 비율대로 했다"며 "엄청난 탕평을 실천에 옮겨 나라를 안정시키고, 국가적 영웅이 돼서 아프리카의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서로를 종북좌파보다 미워하는데 보수통합?
'용서와 화해' 바탕 안되면 백약이 무효다"


서울특별시장을 지낸 오세훈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이 28일 서울 광진구 변호사오세훈법률사무소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서울특별시장을 지낸 오세훈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이 28일 서울 광진구 변호사오세훈법률사무소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다시 우리나라 이야기로 돌아오자, 비로소 보수 진영이 아프리카 수준만 못하다는 연설의 맥락이 이해가 갔다.

오세훈 위원장은 "용서하지 않으면 전체가 존립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 앞에서 부모의 피가 튀고 살점이 떨어져나가던 학살의 기억도 털어버리고 용서와 화해를 했다"며 "우리는 그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 않은가. 부모를 죽인 원수도 아닌데…"라고 답답해 했다.

이어 "공화당 지지자들은 바른미래당을 종북좌파보다 더 미워하며, 바른미래당 지지자들은 공화당을 '태극기'라며 민주당보다 더 미워하는 감정적 대립 상태가 몇 년째"라며 "오히려 상처는 점점 더 깊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보수통합에 앞서 '너부터 사과하라''너부터 인정하라''용서 못한다''우리는 잘못한 게 없다'는 둥 서로 원인이, 잘못이 너한테 있다고 삿대질만 한다"며 "당대당 통합, 개별입당, 제3지대 등의 이야기가 표면에서는 나오지만, 화해와 용서가 밑바탕이 되지 않으면 결국 (진정한 보수통합은) 안되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총선 대격전 앞두고 포용이 왜 불가능하겠냐
중도의 마음 얻는다는 기준으로 판단해보자"


르완다에서 우리나라로 돌아왔던 화제는 다시 1940년대 프랑스로 향했다. 보수 진영의 정신적 분열 상태 속에서 총선은 불과 반 년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을, 오 위원장은 나치 독일의 전격전에 불과 6주만에 무너져내렸던 프랑스 제3공화국에 빗댔다.

오 위원장은 "앙드레 모루아가 프랑스판 징비록인 '프랑스의 비극'을 썼는데, 거기에 '서로 싸우느라고 적과 싸울 시간이 없었다'는 대목이 나온다"며 "저놈이 집권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독일에게 지는 게 낫다는 생각이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우리 보수도 총선이라는 대격전을 치러야 하는데, 절체절명에서 일치단결 전투력 증강을 꾀해도 전쟁을 이길까 말까인데 서로 삿대질을 하고 있다"며 "'용서와 화해'가 바탕이 된다면, 우리공화당부터 바른미래당까지 다 포용하는 게 왜 불가능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사회주의 개헌을 통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로 가자는 세력보다 보수 진영 안의 서로를 더 미워하는 '정신적 분열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용서와 화해'를 제시한 오 위원장, 그가 구상하는 보수통합은 물론 총선을 승리할 수 있는 통합일 수밖에 없다.

중도층이 승패를 좌우하는 서울·인천·경기에는 지역구 253석(현행 기준) 중 과반에 육박하는 122석이 걸려 있으며, 마찬가지로 전통적으로 중도 영향력이 강한 대전·충남북의 26석을 더하면 과반이 훌쩍 넘는다.

무더위에 파라솔 펴놓고 당원을 모집하며 땀으로 푹 젖곤 하는 오 위원장은 오로지 총선 승리에 초점을 놓고, 철저히 중도층의 표심을 판단기준으로 삼아 보수통합을 모색할 것을 호소했다.

오 위원장은 "총선은 하루하루 다가오는데 '사기탄핵'이라는 주장을 끝까지 해서 중도의 마음을 보수 쪽으로 가져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느냐"며 "중도의 마음을 얻어와야 한다. 늘 중도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을 기준으로 판단해보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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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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