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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신남방' 선방에도…저축은행, 은행 대신 모기업 앞세우는 이유


입력 2019.09.03 07:00 수정 2019.09.03 08:48        배근미 기자

J트러스트, 캄보디아 상업은행 영업 개시...아프로, 인니 은행 합병 등 움직임 활발

해외 진출 독려 불구 저축은행 소외 여전…자기자본 출자제한 등 규제 재검토 필요

J트러스트, 캄보디아 상업은행 영업 개시...아프로, 인니 은행 합병 등 움직임 활발
해외 진출 독려 불구 저축은행 소외 여전…자기자본 출자제한 등 규제 재검토 필요


ⓒ데일리안 ⓒ데일리안

국내 저축은행들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10여년이 지났다. 그동안 영업권역 제한 등 각종 규제와 수익원 발굴이 한계치에 도달하면서 중대형사들을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과 같은 새로운 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 등을 거치며 다소 주춤하는가 싶던 저축은행들의 해외진출은 최근들어 부쩍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JT저축은행 모기업인 J트러스트그룹은 지난 2일 캄보디아 상업은행 'ANZ 로얄 은행' 인수를 최종 마무리하고, 'J트러스트 로얄 은행'으로 출범해 본격적으로 영업을 개시했다.

OK저축은행 모기업인 아프로서비스그룹 역시 해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016년 JB금융과 손을 잡고 캄보디아의 프놈펜상업은행(PPCB)을 인수한 데 이어 현재는 인도네시아 금융당국(OJK) 승인을 거쳐 안다라뱅크(현 OK뱅크 인도네시아)와 현지 시중은행인 디나르은행에 대한 합병 작업을 진행 중이다.

웰컴저축은행도 웰컴금융그룹을 통해 지난 2014년 필리핀과 캄보디아에 소매금융을 위한 현지 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라오스 내 오토바이 등을 판매하는 리스사를 설립하는 등 동남아 내 소매금융업을 영위 중이다. 여기에 저축은행 최초로 해외송금서비스까지 선보이며 영역 확장 기반을 닦고 있다. DB저축은행 또한 국내 금융의 불모지로 꼽히는 태국의 국립저축은행과 업무협력 등 장기간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해외 진출 움직임은 비단 저축은행 뿐 아니라 시중은행 등 금융권 전반에 걸쳐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23곳에 그치던 국내 금융회사 해외점포 숫자는 4년여 만에 171개로 급증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도네시아나 캄보디아 등 신흥국으로의 진출 또한 본격화됐고, 해외점포들의 현지영업이 안정화단계에 접어들면서 지난해 순이익이 첫 10억달러를 돌파했다.

정부와 금융당국 역시 금융권 해외진출 지원에 열심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6일까지 아세안 3개국 방문 일정으로 국가 간 경제·금융협력 도모를 꾀하고 있고, 윤석헌 금감원장은 최근 베트남을 방문해 국내 금융회사들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 역시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새로운 길을 찾도록 노력하겠다"며 금융권의 해외 진출을 독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저축은행들의 해외진출 움직임은 이같은 지원과 관심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모양새다. 되려 환영받지 못하는 듯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저축은행들이 해외투자 시 적용받고 있는 '출자비율 제한 규제'가 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현행 규정 상 저축은행들이 해외시장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의 최대 5%까지만 출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자력 투자에 있어서는 사실상 경영권 확보의 길을 막은 셈이다.

현지에 진출한 저축은행들이 하나같이 저축은행 자체 명칭 대신 모기업인 금융그룹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으로 꼽힌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해외 시장의 불확실성에 더해 이같은 규제 문턱은 해외 진출에 관심이 있는 저축은행들을 도전 대신 더욱 움츠러들도록 하는 하나의 장치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규모 확대와 건전성 개선 등에도 여전히 녹록치 않은 저축은행 해외시장 진출 관련 개선방안도 한번쯤 들여봐야 할 때 아닐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금융시장 환경 속에서 적기에 활로를 열어주고 중장기 경영계획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 역시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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