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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구혜선 안재현 포렌식까지 하도록 만들었나


입력 2019.09.05 08:00 수정 2019.09.05 07:17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판단 유보하고, 단죄부터…조급증 막아내야

<하재근의 이슈분석> 판단 유보하고, 단죄부터…조급증 막아내야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구혜선과 안재현 사이에 최근 2년간 오고간 문자메시지의 일부가 공개됐다. 디스패치가 휴대폰 포렌식까지 했다고 한다. 일각에선 무슨 권리로 남의 휴대폰을 포렌식까지 하면서 공개하느냐고 문제제기하는데, 아마도 추정컨대 안재현 측에서 휴대폰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구혜선 측에서 일방적인 폭로로 안재현을 매장시키려는 듯이 공세를 폈고 안재현 불매운동까지 일어날 만큼 심각한 상황이 됐기 때문에, 문자 공개 정도는 당연한 방어권이라고 할 수 있다.

공개된 문자메시지에선 몇 가지 구혜선의 거짓 주장 정황이 보인다. 구혜선은 이혼 합의한 적이 없으며 안재현이 일방적으로 이혼을 요구하기만 했다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메시지를 보면 구혜선이 이혼을 이야기하며 돈과 집을 요구하기도 했다.

안재현 생일날 뭇국을 끓여줬지만 안재현이 ‘한두숟갈 뜨고는 모두 남기고’ 떠나 생일 파티를 즐겼다고 주장했었다. 이것은 ‘다수의 여성들’을 언급한 구혜선의 주장과 맞물려 사람들로 하여금 안재현이 구혜선이 해준 음식도 외면하면서 혼자 두고 다른 여성들과 즐겼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메시지에선 안재현이 뭇국을 맛있게 잘 먹었다며 구혜선과 대화를 나누었다.

구혜선이 안재현이 생일 뭇국도 먹는둥 마는둥 하고 밖에 나가 즐겼다고 주장한 생일파티는, 안재현이 스케줄 소화하는 중에 스타일리스트 집에서 스탭들에게 생일 축하 받는 영상이었다고 안재현이 메시지로 주장했다. 구혜선도 당시엔 안재현의 주장에 사실관계 자체에 대한 반박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구혜선은 남편이 일하러 나가서 일하는 중에 생일축하 받았다고 설명한 사건을 이제와서 일방적으로, 부당하게 자기 혼자 버려두고 밖에 나가 파티 즐긴 것처럼 왜곡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구혜선은 안재현의 여자들 문제로 많이 다퉜다고 주장했지만 디스패치는 2년치 메시지에 그런 정황은 나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구혜선은 안재현이 소속사 대표와 자신에 대한 험담을 해서 신뢰가 훼손됐다고 했고 대중은 그것을 남녀관계 스캔들로 인식했다. 그래서 소속사 대표가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그런 여론이 나타나는 데도 구혜선은 해명을 하지 않고 방치했다. 그런데 디스패치가 공개한 문자엔 안재현이 대표에게 상황 설명한 것만 있고 딱히 문제 되는 험담이랄 것이 없다.

이러면 지금까지 대중이 구혜선을 두둔하기만 하면서 안재현을 공격했던 상황에 어느 정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이외에도 공개된 문자엔 두 사람 사이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들이 더 있지만, 그것을 일일이 전하는 것이 구차하다. 도대체 왜 남의 부부지간에 오고간 문자메시지를 들여다보고 분석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고 자괴감만 든다.

상황을 이렇게까지 만든 건 대중이다. 구혜선의 폭로가 이어졌을 때 일방적인 주장일 뿐인데도 사람들이 근거 없이 구혜선 주장을 신뢰했다. 그러면서 안재현을 천하의 나쁜 사람 취급했고, 심지어 ‘보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며 안재현 관련 보이콧 운동까지 나타났다. 안재현 광고 계약이 해지되기도 했다. 안재현은 매장지경에까지 몰렸다.

그래서 이 사건은 단순한 연예인 부부의 이혼 사건이 아닌, 한 개인에 대한 대중의 부당한 마녀사냥이라는 사회적 사건이 되었다. 우리 공론장이 얼마나 비합리적인지, 얼마나 감정적인 폭로에 취약한지를 드러내는 사회적 의미도 발생했고 시비를 가려야 할 필요도 생겼다.

이 부부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아직도 알 수 없다. 매체가 문자를 왜곡했을 수도 있다. 앞으로 또다른 폭로나 반전 진실이 드러날 수도 있다.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 문제는 대중이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를 땐 판단을 유보해야 하는데, 한쪽 말만 듣고도 모든 걸 인지했다고 과신하며 곧바로 단죄부터 하려 든다. 바로 이것이 마녀사냥 사건이 반복되는 이유다.

게다가 파경, 이혼과 같은 사건은 잘잘못을 가리기가 극히 어려운 내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연예인 이혼 시에 꼭 어느 한 쪽을 가해자로 지목해서 단죄하려는 욕망을 보여왔다. 이래서 구혜선의 폭로가 사회 사안으로 커진 것이다. 불확실한 상황에선 판단을 유보하고, 단죄부터 하겠다는 조급증을 참아내야 마녀사냥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모를 땐 차분히 지켜보는 게 상책이다. 그리고 남의 남녀 문제는 웬만하면 아예 안 지켜보는 것도 좋겠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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