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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해진 살림살이' 6대銀 깡통 가계대출 1.3조 돌파


입력 2019.09.06 06:00 수정 2019.09.05 21:29        부광우 기자

1년 새 관련 무수익여신 12%↑…건전성 악화 가시화

연체율 상승 기조 뚜렷…얼어붙은 가계 경제 '그림자'

1년 새 관련 무수익여신 12%↑…건전성 악화 가시화
연체율 상승 기조 뚜렷…얼어붙은 가계 경제 '그림자'


국내 6대 은행 가계대출 중 무수익여신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6대 은행 가계대출 중 무수익여신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6대 은행들이 가계에게 빌려준 돈에서 더 이상 이자를 거둘 수 없게 된 이른바 '깡통 대출'이 최근 1년 새 1500억원 가까이 불어나며 1조3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로 팍팍해진 가계들의 살림살이가 은행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치는 모양새다. 은행들로서는 믿었던 가계대출에서 마저 건전성 악화 조짐이 일면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등 국내 6대 은행이 보유한 가계대출 가운데 무수익여신은 1조3084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1652억원) 대비 12.3%(1432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무수익여신은 은행 입장에서 돈을 빌려 주고도 수입을 기대하기 힘든 상태에 빠진 대출을 일컫는 표현이다.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과 채권재조정 또는 법정관리·화의 등으로 이자 수익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여신이 무수익여신에 포함된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중 무수익여신이 3075억원으로 같은 기간(2515억원) 대비 22.3%(560억원)나 늘며 최대를 기록했다. 이어 우리은행의 가계 무수익여신이 2541억원에서 2862억원으로 12.6%(321억원) 증가하며 국민은행 다음으로 많았다. 신한은행 역시 2181억원에서 2450억원으로, 하나은행도 2156억원에서 2196억원으로 각각 12.3%(269억원)와 1.9%(40억원)씩 늘며 2000억원대의 가계 무수익여신을 나타냈다.

반면 농협은행의 가계 무수익여신은 1757억원에서 1361억으로 22.5%(396억원) 줄었다. 이는 조사 대상 은행들 가운데 해당 금액이 축소된 유일한 사례였다. 기업은행의 경우 가계 무수익여신이 502억원에서 1140억원으로 127.1%(638억원) 급증하며 가장 가파른 증가율을 보였지만, 액수 자체는 아직 적은 편이었다.

은행들의 가계 여신을 둘러싼 건전성 악화 흐름은 다른 곳에서도 감지됐다. 6대 은행들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농협은행을 제외하고 모두 상승 곡선을 그렸다. 해당 지표는 가계대출에서 1개월 이상 상환이 밀리고 있는 금액의 비중을 보여주는 항목으로, 이 수치가 올라갔다는 것은 그 만큼 빚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는 고객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가계대출 연체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우리은행으로 0.31%에서 0.01%포인트 상승한 0.32%를 기록했다. 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도 0.25%에서 0.30%로 0.05%포인트 오르며 0.3%를 넘어섰다. 또 신한은행은 0.25%에서 0.27%으로, 기업은행은 0.18%에서 0.24%로 각각 0.02%포인트와 0.06%포인트씩 가계대출 연체율이 상승했다. 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만 0.27%에서 0.22%로 0.05%포인트 낮아졌고, 하나은행은 0.16%로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처럼 대출 질이 나빠진 배경에는 위축된 가계 경제 여건이 자리하고 있다. 가계 재정상황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한국은행의 생활형편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년 만에 최저까지 떨어진 것은 이런 어려움을 읽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달 생활형편전망 CSI는 전달(92)보다 3포인트 하락한 89에 머물렀다. 이는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9년 3월(80) 이후 가장 낮다.

아울러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같은 기간 95.9에서 92.5로 3.4포인트 떨어졌다. CCSI는 소비자의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로 지수가 100보다 작으면 소비자들의 심리가 장기평균(2003~2018년)보다 비관적임을 뜻한다. CCSI는 올해 4월(101.6)을 기점으로 4개월 연속 하락하며 2017년 1월(92.4) 이후 최저로 낮아졌다. 이에 대해 한은은 일본의 수출 규제와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분쟁, 주가 하락, 환율 상승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은행들 입장에서 가계대출은 상대적으로 건전성이 높은 여신으로 분류된다. 최근 불황으로 기업대출의 질 관리에 비상이 걸린 은행들로서는 가계 여신까지 건전성이 나빠질 경우 짐이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6대 은행들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41%로 가계(0.25%)에 비해 0.16%포인트 높은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장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지만 최근 국내 경기 여건에 마땅한 개선 요인이 보이지 않는 만큼, 가계대출 건전성은 장기적으로 악화 흐름이 예상된다"며 "쌓여가는 대외 악재로 인해 기업 여신 관리에 주력해야 할 은행들로서는 새로운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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