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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 국면 돌입' 1200원대 고환율 시대 '명과 암'


입력 2019.09.07 06:00 수정 2019.09.07 00:27        부광우 기자

1200원대 환율 유지 전망…1997년·2008년 위기 후 처음

불안 심리 vs 낙관론 '공존'…수출에 힘 실을지도 '관심'

1200원대 환율 유지 전망…1997년·2008년 위기 후 처음
불안 심리 vs 낙관론 '공존'…수출에 힘 실을지도 '관심'


국내 금융권에서 최근의 고환율 기조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짙어지면서 이를 둘러싼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국내 금융권에서 최근의 고환율 기조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짙어지면서 이를 둘러싼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국내 금융권에서 최근의 고환율 기조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짙어지면서 이를 둘러싼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1200원대의 원/달러 환율이 잠깐 지나가는 소나기가 아닌 당분간 계속될 장마로 평가되는 가운데 과거 경제 위기를 떠올리는 불안한 심리는 커지고 있다. 하지만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낙관론과 함께,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긍정적 요인이 될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달 6일 종가 기준으로 1211원을 기록한 후 현재까지 12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선 것은 2016년 3월 이후 3년 5개월 만의 일이다. 이 같은 환율은 올해 초보다 8.7% 오른 수치로, 지난 6월 말 이후에만 4.6% 상승했다.

이처럼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이유로는 국내 수출 부진과 경상수지 흑자폭 축소, 일본 수출 규제 발표 등이 꼽힌다. 이로 인해 원화 약세 압력이 높아진 가운데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갈등이 다시 고조되면서 이어진 미국 달러화 강세가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채질했다는 분석이다.

원/달러 환율이 추세적으로 1200원선을 넘어선 사례는 1997년의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두 차례 정도뿐이었다. 1997년에는 10월 들어 원/달러가 1200선을 상향한 후 1998년 12월까지 약 13개월 동안 1200원 이상의 고환율을 유지했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에는 2008년 10월 원/달러가 1200원을 넘어선 뒤 2009년 9월까지 약 11개월 동안 1200원을 웃도는 환율을 지속했다. 이밖에 2001~2003년과 2010년, 2016년에도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돌파한 바 있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에 그쳤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과거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섰던 두 번의 경제 위기와 현재의 외환시장 여건을 비교해 보면 외환건전성과 시장참여자들의 환위험관리행태, 원화의 고평가 수준 등 여러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우선 최근 원/달러의 빠른 상승에도 불구하고 60일 동안의 일간 변화율을 연율화 한 수치인 환율 변동성은 6.0% 정도로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상태다. 또 올해 2분기 말 기준 대외순자산이 4623억달러에 달하고, 대외자산은 대외부채를 크게 초과하고 있다.

아울러 단기외채비율도 과거에 비해 크게 낮아진 상태다. 단기외채는 만기 1년 미만으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급격히 빠져나갈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요주의 대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 대비 단기외채비율은 34.7%로, 1997년(244.5%)과 2008년(79.3%)에 비해 크게 떨어져 있다.

이 때문에 높은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1200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은 크지만, 과거와 달리 환율이 급등하거나 외화 유동성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는 평이다. 오히려 안정적인 환율 상승이 국내 기업들의 수출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천대중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 연구위원은 "외환건전성, 기관투자자의 환위험 관리정책, 외화자금시장 수급, 원화의 고평가 수준 등이 과거 외화 유동성 위기로 환율이 급등했던 1997년과 2008년과 달리 현재는 양호한 상황"이라며 "일본 수출 규제로 주요 산업의 생산차질이 심화되지 않을 경우 완만한 환율 상승은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 제고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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