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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내우외환’ 건설업계…해외수주의 질은 ‘바닥’


입력 2019.09.16 07:00 수정 2019.09.16 06:00        권이상 기자

올해 해외수주 지난해 64% 수준, 신규수주는 전체 10% 미만에 불과

주요 건설사들 절반 이상이 그룹 공사, 정부 지원 확대 해야

올해 해외수주 지난해 64% 수준, 신규수주는 전체 10% 미만에 불과
주요 건설사들 절반 이상이 그룹 공사, 정부 지원 확대 해야


국내 부동산 시장에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건설사들이 해외수주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갈증을 해갈시켜 줄 수주소식이 좀처럼 들려오지 않고 있다. 사진은 한 해외 공사현장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부동산 시장에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건설사들이 해외수주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갈증을 해갈시켜 줄 수주소식이 좀처럼 들려오지 않고 있다. 사진은 한 해외 공사현장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내우외환’(內憂外患, 나라 안팎의 여러 가지 어려운 사태를 이르는 말)

요즘 국내 건설업계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말이다. 나라 안에서는 분양가상한제 등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건설업계 전반이 위축됐고, 해외에서는 기대 이하의 수주실적으로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말 그대로 '내우회환' 이중고다.

특히 국내 부동산 시장에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건설사들이 해외수주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갈증을 해갈시켜 줄 수주소식이 좀처럼 들려오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올해 해외수주 실적의 내용이 질적으로 상당히 좋지 못하다는 것이다. 수주현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씁쓸함이 느껴질 정도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액은 총 138억6261만 달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수주규모인 215억8886만 달러의 64% 수준으로, 이대로라면 올해 300억 달러의 벽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국가별 수주 실적을 보면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지난해만해도 신흥 수주국으로 떠오른 베트남에서는 올해 7억6871만 달러 수주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5억3040만 달러대비 22%에 불과한 수준이다.

게다가 중국 수주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 10억9481만 달러 대비 183%로 올랐다는 점이다.

국내 건설사들로서 중국은 2017년만 해도 수주 상위 20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시장이었고, 지난해에는 7위권에 머물렀던 시장이다.

권이상 기자. ⓒ박진희 디자이너 권이상 기자. ⓒ박진희 디자이너
언뜻 보면 새 시장을 개척한 것 같지만, 문제는 수주의 내용이다. 국내 건설회사들이 중국에서 수주한 공사의 대부분은 국내 기업, 특히 그룹 계열사의 해외 공장 건설 공사다.

가장 대표적인 건설사는 GS건설이다. 현재 수주실적 2위(18억1427만 달러)를 달리고 있는 GS건설의 올해 총 8개국에서 수주실적을 기록했다.

그런데 이 가운데 11억2050만달러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화학에서 발주한 중국과 러시아 등의 공사다. 무려 61% 물량이 국내 기업의 해외 제조 시설 공사인 셈이다.

또 공종별로도 그동안 한국이 주력으로 삼던 화학공장과 정유공장, 원유시설, 발전소 등의 비중이 크게 줄고, 토목과 일반 공장이 1위로 올라서 있다.

수주실적 3위를 기록하고 있는 삼성물산 역시 그룹 공사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실제 삼성물산의 올해 해외실적은 15억6288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 중 11억7555만 달러인 75%가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삼성반도체 공장 관련 실적으로 조사됐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수주 텃밭인 중동의 발주가 예상보다 딜레이 되고 있고, 실적을 한 번에 끌어올릴 대규모 공사수주가 하늘에 별 따기다”며 “중국의 저가공세와 인도, 터키 등 후발국의 진출이 만만치 않아 해외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건설사들만 탓할 문제는 아니다. 우선 정부는 지난해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을 출범시켜 투자개발형 사업의 발굴부터 개발·금융지원 등 전 단계를 지원하고 있지만 결과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개별 부처를 넘어 범정부 차원의 유기적인 지원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건설사들도 단순 시공만이 아닌 엔지니어링·설계 등 분야별 다각화를 모색하길 바란다.

권이상 기자 (kwonsg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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