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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SK, '폐차되는 전기차 배터리' 쟁탈전


입력 2019.09.14 06:00 수정 2019.09.13 20:14        박영국 기자

현대차그룹, ESS 재활용으로 폐배터리 문제 선제 대응+신사업 진출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생애주기 통제해 공급비용 낮추고 ESS 사업 확대

현대차그룹, ESS 재활용으로 폐배터리 문제 선제 대응+신사업 진출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생애주기 통제해 공급비용 낮추고 ESS 사업 확대


자동차용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발전소간 에너지 순환 및 배터리 리사이클을 설명한 개념도. ⓒ현대자동차그룹 자동차용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발전소간 에너지 순환 및 배터리 리사이클을 설명한 개념도.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과 SK그룹 계열 SK이노베이션이 동일한 사업 아이템을 놓고 경쟁할 상황에 처했다.

자동차 기업과 에너지 기업간 서로 사업 영역을 침범하는 일은 흔치 않지만 ‘배터리 생애주기 연장’과 관련된 사업이다 보니 두 회사의 사업 구상이 겹치게 됐다. 배터리를 생산하는 SK이노베이션과 그 배터리를 사서 전기차를 만드는 현대차그룹이 ‘중고 배터리’를 놓고 쟁탈전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자체 개발한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북미 상업용 태양광발전소에 연계해 실증사업을 시작함과 동시에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분산발전 사업모델 발굴을 시작했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은 지난 9일 에너지 솔루션 기업 OCI와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ESS 실증 및 분산발전 사업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에 따라 양사는 현대차그룹이 자체 개발한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에너지저장장치를 한국 공주시와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OCI의 태양광발전소에 설치해 양사가 함께 실증 분석과 사업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양사는 또, 북미지역과 국내 전력정책에 최적화된 분산발전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발전 사업자, 전력 유틸리티 사업자 등 각 지역의 관련 사업자간 네트워크를 구축해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할 계획이다.

지영조 현대차그룹 전략기술본부장 사장(오른쪽)과 김택중 OCI 대표이사 사장이 9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에너지 저장장치 실증 및 분산발전 사업 협력 양해각서' 체결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지영조 현대차그룹 전략기술본부장 사장(오른쪽)과 김택중 OCI 대표이사 사장이 9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에너지 저장장치 실증 및 분산발전 사업 협력 양해각서' 체결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에너지저장장치 개발 및 사업화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해 6월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에너지저장장치 개발 가속화 및 사업성 확보 차원에서 세계적인 에너지기업인 핀란드 ‘바르질라’와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같은 해 12월에는 현대제철 사업장에 1MWh 규모의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에너지저장장치의 구축을 완료하고 실증사업을 전개했다. 올해 6월에는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제주도, 경상북도와 함께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자원순환체계를 구축하고 연관 산업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전기차 폐배터리를 ESS에 활용하는 사업은 SK이노베이션에서도 추진 중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은 지난 5월 출입기자 간담회를 열고 ‘BaaS(battery as a Service)’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BaaS란, 서비스형 모빌리티를 뜻하는 MaaS(Mobility as a Service)에서 차용한 용어로, 배터리 제조를 넘어 렌탈이나 리스 등 배터리와 연계된 서비스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렌탈 혹은 리스로 공급해 소유권을 유지하다가 전기차가 용도를 다하고 폐차될 때 회수해 재활용하는 식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동시에, 비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이 5월 27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업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SK이노베이션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이 5월 27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업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SK이노베이션

현대차그룹과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가 전기차의 동력원으로서의 생애주기가 끝난 뒤라도 배터리 자체의 생애주기는 한참 남아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전기차 배터리 무상보증 기간인 ‘8년 혹은 16만km’가 지나면 배터리의 성능은 출고 당시보다 30%가량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역으로 말해 전기차를 8년 타고 폐차하더라도 그 안의 배터리의 성능은 여전히 신제품의 70%나 유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기차는 부피와 무게의 제약이 심해 배터리 성능이 30%나 저하될 경우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지만, ESS는 다르다. 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가 전력이 필요할 때 공급하는 장치인 ESS는 상대적으로 부피와 무게의 제약이 적다. 육상에 설치하는 설비인 만큼 다소 부피가 크고 무게가 많이 나가더라도 싼 가격에 확보할 수 있다면 경쟁력이 충분하다.

배터리 제조사인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공급 단계에서부터 생애주기를 통제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전기차 업체에는 렌탈이나 리스 형태로 공급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전기차의 수명이 다하면 배터리를 회수해 ESS에 사용함으로써 수익을 보전 받고 ESS 사업도 키운다는 구상이다.

반면, 자동차 제조가 주력인 현대차그룹은 배터리 제조사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는 단계에서부터 생애주기를 통제하는 방식이다. 자사 전기차에 장착된 배터리를 폐차 단계에서 회수해 ESS에 장착함으로써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음은 물론, 전기차 폐배터리 처리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ESS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는 단계고, 현대차그룹도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ESS를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등 사업에 적극적이라 배터리 ‘공급자’와 ‘사용자’간 미묘한 신경전이 빚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전기차 제조사가 배터리 제조사에게는 ‘갑’의 위치지만, 배터리 제조사가 전기차의 가장 중요한 부품인 배터리의 생애 주기를 통제하게 되고, 전기차로서의 배터리의 용도가 그 중 한 단계에 그치게 된다면 구도가 뒤바뀔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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