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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 잃은 야당의 자성론 ③] 정치 이득 앞에 드러나는 친여성향


입력 2019.09.14 02:00 수정 2019.09.14 06:14        이유림 기자

정의당 조국 적격 판정…대안정치 해임안 반대

"유권자, 데스노트·캐스팅보트 회수할 수도"

정의당 조국 적격 판정…대안정치 해임안 반대
"유권자, 데스노트·캐스팅보트 회수할 수도"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부·여당에 비판과 견제를 해야 할 야당(범여권)이 오히려 정부·여당을 옹호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야당들의 비판·견제 활동까지 제동을 걸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강하게 비판하던 정의당은 돌연 조국 장관 '적격'으로 돌아섰다. 정의당은 처음 의혹이 불거졌을 때만 해도 "20·30대는 상실감과 분노를, 40·50대는 상대적 박탈감을, 60·70대는 진보 진영에 대한 혐오를 표출하고 있다"며 "버틸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 주요 인사 때 자신들이 반대하면 어김없이 낙마한다고 자랑하던 이른바 '데스노트'도 발동시키지 않았다. 정의당의 돌변은 민주당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제 개편안'을 의결한 뒤 이뤄졌다. 정의당이 가장 이득을 보는 선거제다.

이 때문에 정의당이 조국 장관의 적격에 손을 들어주고 민주당이 선거제 의결 강행에 나서는 등 정치적 '야합'을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조국 장관 후보자 낙마를 외치던 다른 야당들은 정의당의 이탈로 힘이 빠졌다. 이들은 "정의당에 정의 없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의당과 민주당의 야합이 의심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거액의 주식으로 낙마 위기에 처했을 때도 정의당은 부적격 입장을 밝혔다가 적격으로 돌아섰다. 당시에도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를 위한 보은용이라는 뒷말이 나왔다.

민주평화당과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대안정치)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추진하는 조국 장관 해임건의안을 막아섰다. 해임건의안은 국회 의석 분포상 이들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했다.

예견된 결과라는 말이 나왔다. 조국 장관 임명 전까지도 반대 입장을 강하게 피력하던 평화당과 대안정치가 정작 임명 이후에는 관망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이들은 "검찰 수사를 좀 더 지켜보자"고 했지만, 조국 장관 의혹에도 굳건한 호남 여론을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대체적이다.

현재 호남 유권자의 70% 이상이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장관을 지지하는 상황에서 호남 지역에 기반을 둔 두 정당이 지역 민심과 다른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지원 대안정치 의원도 "우리가 (조국 정국에서) 과연 한국당과 궤를 같이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호남 정치권 관계자는 "호남 정서는 수도권 등의 정서와는 다르다. 조국 후보자에 대한 도덕적 흠결에도 호남에서의 반개혁 세력은 한국당"이라며 "자칫 조국 장관을 반대하다 한국당과 뜻을 같이하는 반개혁 세력으로 낙인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데스노트'와 '캐스팅보트'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범여권 정당들은 자신들에게 정치적 이득이 올 때 친정부·친여 성향을 드러낸다"며 "향후 총선 국면에서는 선거제와 지역 예산, 나아가 선거연대까지 집권여당과 비겁한 타협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이득 앞에 공정하지 않은 잣대로 결정을 계속한다면 유권자가 이들에게 '데스노트'와 '캐스팅보트'의 권한을 다시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느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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